[진단 체육진흥투표권 12년]①무엇을 남겼나


[김형태기자] 지난 2001년 9월 시작된 체육진흥투표권(토토, 프로토) 사업은 한국 스포츠계는 물론 국민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궈놓은 전환점으로 꼽힌다. '스포츠는 그저 지켜만 보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직접 예상 승패 및 스코어를 맞춰 환급금을 받는 '복권'의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회의 성공적 개최지원 및 국민여가 체육육성, 국민체육진흥재원 조성을 목적으로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을 시작했다.

시행 전만 해도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건전한 스포츠 관람 문화 대신 사행심만 조장할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어느덧 12년이 된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은 결과적으로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고, 새로운 국민적 스포츠 여가 문화로 자리 잡았다.

홍보 부족으로 초창기 사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 2003년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한 뒤 본격적인 성장 가도를 달렸다. 2012년 매출만 2조원이 넘어서 '국민적 오락거리'가 됐다. 지난 1900년대 초부터 축구 등 인기스포츠를 중심으로 베팅이 활성화된 서구에 비해서 늦은 감도 없지 않다. 1923년 '풋볼 풀스'라는 세계 최초의 축구토토가 영국에서 발행된 뒤 유럽 각국에선 스포츠와 베팅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이 정착된 지 오래다.

시장에 안착한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은 사업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10년간 2조원에 육박하는 체육진흥기금을 조성해 체육계를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체육진흥투표권에 대한 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발행 사업자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각종 어려움을 뚫고 사업의 안정적 발전과 건전화를 이뤄낸 결과다.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의 가장 큰 공은 무엇보다 한국 체육계에 자양분을 공급한다는 데 있다. 한국이 동·하계 올림픽에서의 선전 등 빠른 시간에 스포츠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선수들의 땀과 투혼의 노력과 함께 국가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메달리스트 연금 시스템, 체육인 복지 제도, 지속적인 스포츠 인프라 확충 등의 큰 성과를 나타냈다.

여기에는 이른바 비인기 종목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뒷받침 됐다.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을 통해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총 1조6천505억800만원의 수익금을 조성해 이 가운데 1조1천394억8400만원을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배분했다.

2011년의 경우 총 수익금 5천417억 원 중 541억여 원이 축구, 야구, 농구, 배구, 골프 등 종목 단체의 지원금으로 돌아갔다. 최대 수혜자인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지원금 316억여 원을 포함, 2001년부터 11년간 1천453억 원을 받았다.

한국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이 한껏 올라간 배경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으로 얻은 수익을 각 체육단체에 지원하면서 새로운 유망주 발굴 및 육성에 박차를 가하게 됐고, 그 결과 각종 국제대회에서의 선전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수 있었다.

또한 예전에는 선진국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잔디구장, 수영장이 딸린 공공체육관, 지역사회 체육시설 등이 많아진 것도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의 성과로 꼽힌다. 엘리트 체육 중심에서 모든 국민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사회 체육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여가 활성화 및 체육재원 조성이라는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의 목적에 부합하고 있다는 평가다.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은 프로스포츠의 인기 상승에도 큰 역할을 했다. 2000년대 들어 관중 감소로 골머리를 앓던 프로야구는 지난 2004년 후반기 야구가 투표권사업 대상 종목에 포함되면서 관중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4년에만 대상 경기에서 제외됐던 총 104경기의 평균관중수가 1천264명이었던 데 비해 대상 경기의 평균 관중은 4천114명으로 거의 3배가 늘어났다. 2007년에는 첫해의 10배인 62억3천여 만원의 기금이 조성됐고, 지난 2011년의 경우 100억원을 돌파하며 명실공히 한국 야구의 든든한 젖줄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부터 꾸준히 적립된 지원금 500억여원은 매년 유소년 및 지도자 육성은 물론, 프로, 아마야구 지원 등 야구 저변확대와 발전을 위해 값지게 쓰이고 있다. 야구 외에도 프로배구, 여자농구 등도 체육진흥투표권 사업 대상이 되면서 스포츠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해외에서도 큰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세계 각국의 복권업체를 대표하는 정기간행물 '세계복권협회(WLA) 매거진'에 대서특필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매거진 발행인 쟝 요르겐센(Jean Jorgensen) 사무총장은 "체육진흥투표권으로 조성되는 대다수의 기금은 한국의 풀뿌리 스포츠와 프로 스포츠 활성화와 국가대표팀의 지원 등에 쓰이는 등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며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에 남다른 찬사를 보냈다.

세계적 성공사례가 된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은 과제도 남겨두고 있다. 무엇보다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사회 현실에 맞춰 실버 세대들을 위한 체육 활동의 기회를 마련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실버 체육은 취약지대나 다름 없었다. 그간 여러 단체의 노력으로 공원 등에 기초적인 운동 기구는 꽤 마련됐지만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운동 기법 및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장은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실버 체육 활성화는 노인 복지 차원에서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숙제다. 건강하고, 즐거운 체육 활동이야말로 인생의 큰 기쁨 중 하나라는 점에서 갈수록 늘어나는 노령인구를 위한 실버 체육 활성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이 앞으로 또 해야 할 일은 이렇게 뚜렷이 제시돼 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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