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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가장' 조효비, 핸드볼의 꿈 이어갈 수 있을까


[이성필기자] 신인왕에 득점왕까지 차지했던 그는 현재는 실업자 신세다. 우연처럼 다시 선수로 뛸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지만, '인간적인 문제'로는 해결이 잘 안되는 모양이다.

19일 오전 서울 방이동 올림픽체육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SK루브리컨츠 여자 핸드볼팀의 선수선발 공개테스트가 열렸다. 용인시청을 인수해 재창단을 준비중인 팀은 기존 8명 외에 추가로 선수를 뽑아 다음달 핸드볼코리아리그에 나설 예정이다.

서류전형에 합격한 11명의 테스트 선수 중 일본 소니 출신의 나가고 카츠사가 어깨 통증을 이유로 이날 테스트에 불참했다. 나머지 10명은 그들만의 혹독한 테스트에 나섰다.

테스트에서는 조효비(21)가 가장 눈에 띄었다. 조효비는 2010년 벽산건설(현 인천시체육회)을 통해 성인 무대에 데뷔했다. 핸드볼큰잔치에서 신인상을 차지하며 차세대 레프트윙으로 눈도장을 받았다. 지난해 핸드볼코리아컵에서는 득점왕에 오르며 국가대표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벽산건설 입단 당시 맺은 7년의 장기계약이 문제가 됐다. 벽산건설이 인천시체육회로 넘어가면서 조효비는 기존 계약의 효력에 문제가 있다며 이적을 요구했다. 그러자 임영철 감독은 계약금 4천만원의 3배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조효비는 사표를 던지고 팀을 나갔다. 할머니와 단둘이 생활해오며 '소녀 가장' 노릇을 했던 조효비는 지난 1년간 자신이 번 돈으로 버티며 개인 훈련에 열중했다. 10년 넘게 핸드볼을 해와 다른 일은 꿈도 꾸지 못했다.

혹독하게 진행된 테스트에 참가한 뒤 조효비는 "1년 만에 뛰어봤는데 공백이 느껴진다. 체력이 없는 것 같다"라고 엄살을 부렸다. 이어 "마음 잡고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테스트 참가까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할머니 생각에는 말끝을 흐리며 울먹였다.

다시 선수로 뛰고 싶은 조효비의 고민은 이적동의서다. 조효비는 지난해 12월 임영철 감독에게 팀 이탈에 대해 사죄를 구했다. 구단이 사표를 수리해 실업자 신세인 만큼 새 팀을 찾는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인천시체육회는 소유권을 주장하며 다른 팀에서 뛰려면 이적동의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 감독은 조효비에게 인천시체육회로 '복귀'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조효비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 같다. 달라질 것은 없는 것 같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인천시체육회와 SK가 해결하는 쪽으로 넘어가게 됐다. 대한핸드볼협회의 구단과 선수 사이 계약 관련 규정이 불명확해 인천시체육회가 조효비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도, 조효비의 주장도 모두 일리가 있어 문제가 복잡하다.

SK 김운학 감독은 "내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사실 (조)효비의 테스트 참가가 의외였는데 지도자 사이의 관계도 있고 해서 구단끼리 원만하게 풀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효비는 오는 25일 메디컬테스트까지 통과하면 SK에 입단할 수 있다. 일단 SK 관계자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 공식 이적을 요청하든지 해서 조효비의 선수 생명 길을 열어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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