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묘수를 찾아라]짓누르는 게임 규제 '발목잡을 판'


현실 못보는 규제, 제도개선 절실

우리나라 게임 이용자들이 즐겨하는 스타크래프트를 인터넷 상에서 할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국제적으로 서버를 공유하는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법령이 도입돼 '스타크래프트' 개발사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최악의 경우 서비스 중단까지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입법예고한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은 만 18세 미만 청소년이 게임 사이트에 가입할 경우 본인이나 부모의 요청에 따라 게임사가 이용방법과 이용시간을 제한하도록 하는 '선택적 셧다운제' 조항을 담고 있다.

법 도입의 취지는 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스타크래프트'를 서비스하는 블리자드는 법 적용에 난색을 표했다. 지난 1998년 발매된 PC패키지 게임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는 연령 확인이 가능한 개인 정보를 별도로 수집하지 않고 게임CD 인증번호를 입력하면 서버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발매됐다.

블리자드가 게임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용대로 이행하기 위해선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새로 수집하고 이를 위한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비용 부담 뿐 아니라 전 세계 이용자들이 접속하는 배틀넷 서버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이미 블리자드는 미국 본사 부사장을 통해 "(셧다운제 적용 대상에 블리자드가 포함될 경우) 글로벌 회사로서 특정 지역 때문에 전체 서비스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한국 내에서 스타크래프트에 접속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차단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시행령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콘텐츠 생태계 진화에서 국내 산업만 고립되는 '갈라파고스 현상'이 모바일게임에서 온라인게임으로 옮겨오는 셈이 된다.

모바일게임 부문은 지난 11월 2일 애플 앱스토어가, 지난 11월 29일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이 게임 카테고리를 열면서 뒤늦게나마 국내 시장이 열렸다.

글로벌 콘텐츠 오픈마켓의 대표사업자인 애플과 구글은 2009년 아이폰 도입 이후 2년여간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친 게임만 합법적 게임물로 인정하는 국내 게임법에 부담을 느껴 각각 앱스토어, 안드로이드마켓의 게임 카테고리를 폐쇄했다.

세계 90여개국의 콘텐츠 개발자와 이용자가 직접 만나는 시장에 국내 정부 기관의 등급분류라는 과정이 끼어든 것이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스마트폰 이용자가 2천만명에 이르는 동안에도 통신사들이 운영하는 로컬 마켓만 존재하는 기형적인 시장 구도를 유지했다.

◆업계 "현실 적용 어려운 규제들, 예외조항 필요"

게임업계는 플래시게임, 웹게임, PC패키지게임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게임은 '선택적 셧다운제'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30일 열린 게임법 시행령 공청회에 참석한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은 "로그인하지 않고 잠깐씩 즐기는 플래시게임은 웹페이지에서 바로 실행되기 때문에 사업자가 관리하기 힘들다. PC패키지 게임 또한 출시 당시 가입자 개념이 애초에 없었고 서버가 국제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적용하기 어렵다"며 예외조항을 요구했다.

그는 또한 "제한적 본인인증 확인제를 1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사이트에만 적용했던 것처럼 선택적 셧다운제도 이용자가 많이 몰리는 게임 위주로 적용해서 중소기업에 진입장벽을 만들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문화부 역시 이 같은 요구에 일정 부분 수긍하는 모습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지난 11월 30일 열린 공청회를 통해 "현재 시행령에서 규정한 게임물의 범위를 축소해 달라는 요구는 현실적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했다.

◆"청보법, 게임법 기준 각각 달라…게임 콘트롤타워 제역할 필요"

문화부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이행해야 하는 게임사의 규모나 범위를 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보호법의 '강제적 셧다운제'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모든 게임물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것과는 달리 대형 게임 포털 등 이용자수가 많은 일부 게임사에만 법 조항 의무를 지우는 것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문화부가 이를 시행령 개정안에 반영하게 되면 청보법과 게임법이 각각 별도의 적용기준을 두게 된다는 것이다. 청보법의 '강제적 셧다운제'는 게임사의 규모나 이용자수와 상관 없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모든 게임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게임 과몰입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법이 문화부, 여성부 소관으로 나뉘어 사실상 게임업계는 이중규제를 받고 있다.

두 법은 대상 연령이나 대상 게임물의 범위에 제각각 잣대를 세워 놓았다. 청보법의 '강제적 셧다운제'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게임법의 '선택적 셧다운제'는 만 18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두 부처는 셧다운제를 적용해야 할 게임물 범위를 정할 때도 10인, 15인으로 구성된 평가자문단을 각각 꾸려 중복심사를 한다. 문화부가 꾸린 10인 이내의 자문위원단이 '강제적 셧다운제'가 제한할 게임물의 범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 여성가족부 주도로 꾸린 15명 이내 평가자문단은 문화부 자문위원단이 제시한 의견을 토대로 최종 결정을 내린다.

사공이 많으니 업계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문화부가 게임 산업 콘트롤 타워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올해 4월과 6월 청보법 개정안과 게임법 개정안이 연이어 통과될 당시 업계에선 "규제일원화를 요구하며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부에 힘을 실어줬는데 청보법과 게임법으로 규제가 이원화된 상황에서 내용까지 강력해졌다"며 허탈해 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문화부 담당자들이 1~2년 주기로 바뀌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게임업의 속성과 게임 콘텐츠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규제를 고민해야 하는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때 '땜방식' 규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잠재력 큰 '문화콘텐츠'에 대한 체계적육성 필요

규제에 매몰된 내부 환경이 정부와 게임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가 게임산업진흥법이라는 본래 법의 이름대로 조금만 더 산업 진흥적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연간 약 16억달러(한화 약 1조8천억원)의 수출 성과를 내고 있는 게임산업은 훨씬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다.

특히 큰 기대를 안고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중소개발사들이 저작권 침해나 계약관계 불이행 같은 현지 배급사들의 '배째라식' 사업 운영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야소프트는 국내에서 론칭한 역할수행게임(RPG) '에다전설'이 회사가 진출하거나 서비스 계약관계가 없던 중국 시장에서 사설서버를 통해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국내에서 두 번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한 콘텐츠가 그대로 중국의 불법 서버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었던 것.

그러나 저작권을 눈 뜨고 코베인채 도둑 맞은 상황에서도 개별 업체 입장에선 별달리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

이야소프트 관계자는 "법적 대응 수단을 알아봤으나 한국저작권협회 쪽에 의뢰를 하면 한국 측 협회가 해당 지역 저작권협회에 다시 의뢰를 하고 그 협회가 조사를 해서 한국에 보내주는 형식"이라며 "결과는 불확실한 반면 비용이 이중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현재로선 구제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최근 중국 지역에 다른 게임의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현지 배급사를 통해 겨우 상황을 파악해 나가는 중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수출하기도 전에 사설서버가 생겨버리면 본 제작사인 한국의 개발사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 지원단체가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지몬마스터즈', '느와르 온라인'을 개발한 디지탈릭도 지난 2008년 중국 CDC게임즈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디지몬RPG'의 현지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로열티를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중국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디지탈릭 관계자는 "상용화까지 들어가서 1년 남짓 서비스를 진행했는데 반년 가량 계약금이 안 들어와서 서비스를 종료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협의 이후에도 1년 이상 몰래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며 "큰 회사들이 지사를 차리거나 대형 퍼블리셔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비해 중소게임사들은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가 잘 진출하지 않는 터키, 이탈리아 시장을 개척한 제패토 권대호 본부장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제공하는 신흥시장의 업체나 시장상황에 대한 자료가 도움이 많이 됐다"며 "좀 더 짧은 간격으로 자료가 나와서 중소개발사들이 사업에 실효성 있게 반영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해외시장에서 이미 큰 성과를 거둔 업체들도 더욱 큰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선 정부의 협조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국내 게임 수출의 37.1%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의 경우 주식시장이나 산업시장에서 여전히 폐쇄적인 자국보호주의를 유지하고 있다. 자국 회사만이 중국 내 게임회사를 설립할 수 있으며 외국 게임은 판호(중국 현지 서비스 허가권)를 받아야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등 국내 기업들은 중국 내 파트너사를 통하지 않으면 운신의 폭이 매우 좁은 셈이다.

윤상규 네오위즈게임즈 사장은 "외국인이 투자한 회사가 게임 서비스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것은 불평등한 규제"라며 "중국이 영화 제작 및 상영도 자국 회사만 할 수 있도록 규제했지만 미국이 WTO 제소를 통해 승소한 바 있다. 게임, 인터넷 부문에서도 이러한 규제가 철폐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강호성 팀장, 김관용 기자 gam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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