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동초(엔젤스리틀야구단)-경남중- 경남고를 졸업한 뒤 올 시즌 2차 1라운드(전체 5순위)로 삼성에 지명받은 좌완 박민규. 계약금 1억6천만원(연봉 2천만원)을 받고 당당히 '사자군단'의 일원이 된 그지만 프로 첫 해는 참담했다. 그것도 단 한 경기 결과로 박민규는 한 동안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박민규는 8월 16일 중간투수로 1군 데뷔 등판한 이후 8경기(2경기 선발등판)서 승수 없이 1패만 기록하고 있었다. 딱히 뛰어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딱히 저조한 피칭도 아니었다.
이런 가운데 맞은 9월 23일 SK전... 선동열 감독은 운명의 일전에서 박민규를 선발로 내세웠다. 당시 삼성은 한 경기라도 패하면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는 벼랑 끝 위기에 몰려 있었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딱히 마운드에 올릴 투수가 없는 상황서 신출내기 박민규를 선발투수로 낙점했다. 모험수를 건 셈이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박민규는 1.1이닝 3피안타(1홈런) 5실점하면서 초반에 무너졌다. 초반 내준 점수 탓에 삼성은 막판까지 분전했지만 결국 4-7로 패했고, 2009년 가을 잔치의 마지막 티켓을 롯데에게 내줘야만 했다.
당시 박민규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본인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탓에 눈물이 났고, 벤치로 물러난 뒤 그저 멍하니 그라운드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신인에게 포스트시즌 진출이 걸린 너무나 중요한 경기를 맡긴 '감독님'이 한때는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이후 시간이 흘렀다. 박민규는 어느덧 그 때의 악몽을 잊고 2010시즌 준비에 몰입하고 있다. 그는 2009년의 쓰라린 기억을 떨쳐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있다. 내년에는 자기 손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견인하겠다는 포부로 한겨울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1990년생, 큰 경기(?)를 경험하며 한층 성숙해진 박민규와 나눈 대화를 전한다.
[다음은 박민규와의 일문일답]
-오랜만이다. 그 동안 잘 지냈는가?
"시즌 후에 오키나와 마무리훈련 다녀왔다. 정신 없었다. 요즘에는 수지(용인)에 있는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훈련하고 있다."
-고향인 김해에는 안가는가?
"그냥 가끔씩 주말에만 갔다온다. 부모님도 STC에 있는 걸 좋아하신다. '네가 언제 공짜로 그런 데를 들어가겠냐'고 하시면서 기회있을 때 열심히 하라고 하신다. 시설도 좋고, 밥도 공짜고...나도 여기서 훈련하는 게 더 좋다."
-훈련 내용은?
"사실 어깨에 염증이 좀 생겨서 재활하고 있다. 몸이 좀 안좋아졌다. 그래서 마무리훈련 기간 동안은 공도 안던졌다. 심한 건 아닌데, 일단 어깨가 조금 아프니 재활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전까지 확실히 나아야지."

-프로 첫해를 겪었다. 박민규 선수에게는 의미있는 한 해였다.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겠다.(웃음) 9월 23일 경기구나. 잊고 싶은 기억 중 하나다. 그 때 (SK 선수들에게) 두들겨맞고 아무 생각도 없었다. 고개를 못들었다. 물론 벤치에서는 감독님, 코치님 그리고 선배님들이 아무 말도 안하셨지만 난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경기 말고 이전 경기는 어땠나?
-8경기 정도 등판했다. 썩 못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불펜에서 잘 해냈고, 선발로도 나가서 밥값은 했다. 하지만 마지막 SK전서 전부 날아갔다. 팀의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도 무산됐고, 내 평균자책점도... 다 괜찮다가 마지막 한 경기가 그렇게 되다 보니까 아쉽다. 기록면에서도 그렇고, 심리적으로도 너무 큰 후유증이 있었다."
-그 경기 말고 전체를 뒤돌아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준비가 아직 안됐는데 기회가 온 것 같다는 느낌이다.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항상 얼떨떨했다. 물론 올라가서는 상대를 이겨야돼 다른 생각없이 공을 던졌지만..."
-역시 본인에게는 9월 23일 경기가 가슴에 남아있는 것 같다.
"아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지 않는가. 내가 등판한 경기서 팀이 포스트시즌에 탈락했다. 하필 내가 입단했을 때 팀 연속 기록이 깨진 것 아닌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제는 다 잊었나?
"마음을 비우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끝난 일인데 잊었다. 마음도 진정됐고, 내년에 설욕할 생각이다.(웃음)"
-내년 시즌 목표는?
"일단 기록면에서 올해보다 좋아야 한다. 사실 이번 시즌에서는 8월 중순에 처음 엔트리에 올라갔다. 내년 시즌에는 경쟁자를 물리치고 시즌 시작할 때부터 당당히 1군에 있는게 목표다.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가서 계속 1군에서 던지고 싶다. 내가 가진 것을 전부 다 보여주고 싶다."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음... 사실 (9월 23일 경기는) 제가 올라가고 싶어서 올라간 건 아니다. 감독님이 결정을 하신 거니까 미워하지 말아달라.(웃음) 그래도 결과적으로 실망을 끼쳐드려서 너무너무 죄송하다. 나만 잘했어도...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팀에 보탬이 되겠다. 정말 기대해달라."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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