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강국-상]꿈★은 이루어진다


"사실, 그게 다 소프트웨어다"…지식기반 사회 SOC 역할

"소프트웨어 강국은 너무나 멀고도 험한 길이다. 우리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약소국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2%도 채 안된다."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좀 다르다.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강국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중에는 '메이드인코리아(made in KOREA)'가 다수 포함돼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을 창조해 낸 것에서 우리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끝이 난다. '다음'이 없다. 세계가 놀랄 기술 개발은 이뤄지고 있지만 스타기업으로 성장을 못하고 산업으로 확대가 안된다.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뉴스24는 3회에 걸쳐 이를 짚어본다.<편집자주>


직장인 K씨, 수 년 간 사용했던 휴대폰을 이번에 새로 교체하기로 마음먹었다. 공짜폰이라며 직원이 십여개를 늘어놓았지만 K씨는 일단 DMB가 지원되는 폰을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 음악을 즐겨 듣는 습관 때문에 당연히 MP3도 지원돼야 했고 시시때때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도록 전자사전 기능도 있었으면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콕콕 찍어 원하는 화면을 불러내는 터치 기술. K씨는 휴대폰에 수백명의 전화번호와 그날그날의 스케줄 등을 입력해 사용하기 때문에 이 모든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구매하기로 했다.

외근이 잦은 L씨는 지갑을 들고 다니질 않는 특성이 있다. 대신 휴대전화에 액세서리 형태의 작은 고리를 달고 다닌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이 고리를 갖다 대면 요금 결제가 된다. 스마트카드다. 편의점과 택시에서도 결제가 된다. 스마트칩에 결제 정보를 기록, 단말기에 인식시켜 중앙의 시스템과 통신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

◆컴퓨터 밖으로 나온 SW "빛 보다"

소프트웨어는 더 이상 컴퓨터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K씨나 L씨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휴대폰과 스마트카드, 내비게이션 등의 각종 디지털단말기는 모두 소프트웨어로 동작하는 장비다.

물론 외형이야 눈에도 보이고 손에도 만져지는 하드웨어 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제품을 움직이게 하는 핵심기술은 소프트웨어다.

최근 글로벌 프로세서 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개발 중인 인터넷단말기(MID) 역시 핵심은 인텔이나 퀄컴의 프로세서가 아니라, 이 단말기에 어떤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어떤 용도로 활용되느냐이다.

단순한 장비에만 소프트웨어의 영향력이 미치는 것은 아니다. 도시의 치안과 교통통제, 관리는 물론이고 의료와 물류 등 내가 살고 있는 모든 환경 속에 소프트웨어는 깊숙히 침투해 있다.

실제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상감시장치(CCTV) 카메라의 예를 들어보자. 단순히 카메라가 녹화한 모든 영상을 저장만 하던 시대는 갔다.

카메라에 계산 엔진 소프트웨어를 설치, 특정 지역에서 큰 소리가 나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하도록 한다거나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물체를 탐색할 수 있다.

만약 사고가 발생했다면, 사고 당시의 시간 전후로 이상 행동을 보이는 차량이나 사람이 있는지를 검색, 대비해 볼 수도 있다.

교통신호등 위에 부착된 카메라는 신호위반이나 과속 차량만을 찍어대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내에 몇대 이상의 차량이 감지되면 이를 교통 체증으로 판단, 중앙관제센터로 신호를 보내게 되고 이에 따라 교차로의 신호 주기를 조절하게 된다.

버스 정류장 옆에 서 있는 노선 안내도에서는 버스가 어느 정거장에 와 있는지까지 알려준다.

우리의 생활 곳곳은 이미 지능화된 시스템들이 요소요소에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지능화된 시스템은 모두 소프트웨어로 움직인다. 소프트웨어는 이미 컴퓨터 밖으로 뛰쳐나와 우리 일상생활 깊숙히 침투해 있는 것이다.

◆SW는 지식사회 SOC

제조업 등의 전통 산업이 힘을 발휘하던 기존 '산업시대'는 이제 끝났다. 세계는 빠르게 '지식사회'로 이양하고 있다. 지식사회란 정보가치가 힘을 받는 사회다.

물론 지식사회라고 해서 기존 전통 산업들이 고사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대규모 제조, 건설과 같은 굴뚝 산업은 국가 총 생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중요산업이다.

다만 차이점이라 하면 전통 산업의 경쟁력이 더이상 과거와 같은 '빠른 개발, 견고한 제조, 가격' 등으로는 판가름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식사회에서 전통 산업은 보다 새로운 것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통화품질이 휴대폰의 경쟁력이던 시대, 빠른 속도와 힘이 자동차의 경쟁력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평준화된 기술 경쟁 속에서 그 제품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고건 교수는 "우리나라는 휴대폰·자동차 등 세계 유수 제조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등의 후발 국가에 숨가쁘게 쫒기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건설, 자동차, 항공기, 조선, 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소프트웨어는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IT 시장 조사기관인 VDC 자료에 따르면 하드웨어에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제품 개발 원가 비중은 ▲휴대폰 54.3% ▲자동차 52.4% ▲전투기 51.4% ▲의료기 40.9%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건 교수는 "다양한 산업 제품에서 소프트웨어가 개발 원가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현 상황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곧 제품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도시를 건설하려면 반드시 도로와 전기, 수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기반 인프라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이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도시가 기형적으로 형성되기 마련"이라면서 "소프트웨어는 지식기반사회의 SOC이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갖춰야 국가 경쟁력 또한 강화된다"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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