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의 북 레시피]불황을 넘어서 : 앨빈토플러가 바라본 세계금융위기 탈출법


불황을 넘어서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 앨빈 토플러, 하이디 토플러 저 / 김원호 역 / 현대경제연구원 감수 / 청림출판 / 2009년 2월 / 254페이지/ 14,800원

계절은 따뜻한 봄이 찾아왔건만 우리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엄동설한인 것 같아요. 도대체 이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터널의 끝을 통과할 수 있을까요?

어디 용한 점쟁이라도 있으면 찾아가서 한번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발상의 연장선상에서, 이번에는 세계적인 석학이며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의 '불황을 넘어서'를 골라보았습니다.

몇 년 전에 나온 저자의 전작인 '부의 미래' 보다는 이 책을 먼저 소개하고 싶은 이유를 꼽는다면... 마치 미래학자의 통찰력과 예언(?)이 소화기가 되어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금융위기라는 불길을 잡아 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감 때문이에요. 옛말에 이런 말도 있죠.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먼 곳에 있는 높은 산이 아니라 신발 안에 들어 있는 작은 모래 한 알이라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대체적으로 낙관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후반부에 수록된 그의 어록에는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는 데만 1년 반에서 2년이 걸릴 것이다.'(P.217)이라고 쓰여 있네요.

자, 그럼 잠시 한숨 돌리고 미래학자가 제시한 현 경제위기가 발생한 원인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따라가 보시죠.

현재의 위기상황을 1930년대의 대공항과 혼동하지 말라.

저자는 현재의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한 요인을 산업혁명의 산물인 민족국가사회와 현재의 초산업사회에서 생기는 차이 때문이라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차이가 현재의 위기상황을 초래한 5가지 원인으로 간주했습니다. 즉, 기존의 경제모델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재의 위기상황, 지식이 경제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높은 비중, 금융부문의 고속발전과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정부의 탈동시화(de-synchronization) 현상, 정치 사회 경제분야 등의 복잡성 증대, 마지막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돈의 이동 등입니다.

통합적인 해법을 찾기 위한 2가지 전제조건은?

첫 번째, '경제학만으로는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경제시스템은 경제, 사회, 문화, 생태계 등 많은 것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오직 경제발전만을 추구한다면 당장의 경제적 이득이 미래에는 심각한 경제적 손실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두 번째, '흘러간 과거를 다시 복원하려 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과거로 회귀한다고 해서 경제위기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따끔하게 얘기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앨빈 토플러가 제시한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5가지 해법

1. 경제주체의 통제력 찾기: 글로벌 경제의 중심을 다국적 기업에 두어 경제 안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 다국적 기업을 지원하거나 규제하는 것은 한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합니다. 한편, 글로벌 경제를 통제하기 위해서도 세계 각국의 노동자, 중소기업, 정치인등의 개인이나 단체로 구성된 국제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합니다.

2. 새로운 경제안정장치의 마련: 첨단기술을 발전시킴과 동시에 환경과 자원을 보존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식량과 자원 비축량을 늘이면 공급과 가격을 동시에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3. 새로운 고용정책의 수립: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를 확대하고 이를 위해 서비스 분야의 직업훈련센터를 마련, 가족형태 변화에 따른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고용시스템을 확립, 탄력근무제 방식의 도입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합니다.

4. 새로운 정책결정방식: 중앙정부의 정책을 각 지방정부로 권한을 이양하도록 하고 경제정책은 기업, 경제전문가, 소비자, 시민단체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한 다음 산업분야별로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해야 한다고 합니다.

5.선제적인 정책결정: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정책을 수립하고 문제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미래를 예측하는 일 또한 각국의 국경을 넘어 세계화되어 가고 있고 경제학적인 요소뿐만이 아니라, 삶의 행복이나 사람들의 심리적 안정까지 고려해서 정책과 계획을 수립해야한다고 합니다. 미래는 정부나 소수 엘리트집단에 의해 독점되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30년 전의 예측 적중

자, 여기까지 토플러의 주장을 충실하게 정리해 보았는대요.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은 원래 1975년도에 출간되었다네요. 몇 년 전, 한 신문기자가 이 책의 내용이 30년 전에 씌여진 예측이 최근의 상황과 거의 맞아떨어졌다는 점을 토플러에게 알려줘서 현재의 상황을 좀 가미하여 수정 보완판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유효기간이 지난 예나 현재의 상황과 엇나간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소제목들이 요즘 신문에서 자주 눈에 띄는 헤드라인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의 통찰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의 논리를 다 정리한 후에 출간연도를 말씀드리니 여러분도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찬사들을 인정하실 수 있을 거 같아요.

토플러는 거의 매년 한 번씩 한국을 방문하고, IT산업과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많은 듯 보입니다. 책표지에는 한국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친필 메시지를 남겼더군요. 지금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한국인은 미래로 가는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낼 거라고 믿습니다 - 앨빈 토플러.

사족 한가지! 토플러가 제안하는 독서법

2007년도에 한국에 방문해 우리 고등학생들과 대담을 하는 프로그램을 TV로 본 적이 있었어요, 인상적인 부분이 있어서 잠깐 소개합니다.

한 학생이 묻더군요. 미래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그의 대답은 너무나 간단했습니다. 책을 많이 읽으라고. 이 구태의연한 말뿐이었으면 김빠졌을 텐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부연설명이 있었습니다. 바로, 책을 읽을 때는 늘 그 사실과 논리전개의 ‘전제‘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을 하라고.

무턱대고 읽는 게 장땡이 아니라 저자가 행간에 깔고 가고 있는 전제가 무엇인지 틈틈히 점검해야한다는 말이겠죠. 이는 분명 책을 읽을 때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닐 것 같은대요. 스스로를 독서기계이며 신문중독자라고 소개하는 그의 방법을 여러분도 한번 적용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희경 칼럼니스트 column_venture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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