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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게임시장 결산]전환기 게임산업 갈 길을 모색하다


게임산업에 있어 2008년은 다사다난한 한 해로 정리할 수 있다.

한동안 자본시장 진출이 봉쇄됐던 게임업체들이 잇달아 코스닥에 진입했고 경기침체와 불황의 여파 속에서 그 잠재력과 성장성을 인정받는 전기를 마련했다. 정체된 내수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선진 게임시장 진출을 모색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합종연횡 움직임도 활발했다.

이와 함께 거시적인 경기침체 흐름에서 생존할 수 있는 구조조정 움직임도 뚜렷이 드러났다. 국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해외 대작게임 출시 소식에 게이머들의 열광적인 호응이 따랐고 '아이온' 등 대작이 등장, 국내 게임 시장의 성장성을 입증해냈다.

비디오게임 시장은 '닌텐도 특수'를 이어가지 못해 아쉬움을 샀고 e스포츠계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양상이다. 신년을 앞둔 온라인게임 업계는 구조조정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게임업계 자본시장 진출 물꼬 트다

게임업체들이 2008년 들어 연이어 코스닥에 진출하며 자본시장 진출에 물꼬를 텄다. '프리스타일'을 개발, 서비스하는 제이씨엔터테인먼트가 연초에 첫 스타트를 끊은 후 엠게임, 조이맥스가 연이어 코스닥에 입성했다.

FPS게임 빅2로 꼽히는 '서든어택' '스페셜포스'를 각각 개발한 게임하이와 드래곤플라이도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진출했다. 웹젠 이후 지난 5년여간 게임사들의 증시 진입이 봉쇄됐던 것은 내수시장 정체로 신규 게임의 성공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워 경영 전망 자체가 어렵다는 이유 때문. 벤처에서 출발한 상당수 게임사들이 효율적인 경영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디스카운트'로 작용했다.

올해 가장 먼저 코스닥에 입성한 제이씨엔터테인먼트가 다소 부진을 보이고 있는데다 글로벌 금융경색의 여파로 게임사들의 추가 상장이 어려워 질 것으로 우려됐으나 엠게임과 조이맥스가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연말 시장에서 엔씨소프트가 '아이온'을 빅히트시키며 '불황기에 성장하는 게임산업'이라는 속설을 입증, 게임주가 연말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8년 국내 게임 산업의 총 수출액이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돌파했고 성수기인 겨울방학 시즌을 맞아 인터넷 게임주의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양상이다. 게임업계가 실적향상과 경영 효율화로 이러한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뭉쳐야 산다"…계급장도 없는 인수합병 바람

메이저 및 중견게임사들의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한 해 동안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2007년 연말 이후 매물로 나온 한빛소프트와 웹젠이 각각 티쓰리엔터테인먼트와 NHN게임스의 품에 안기며 놀라움을 산 것. 이어서 넥슨의 네오플 인수, 드래곤플라이의 판타그램 인수가 이어지며 시장의 지평이 바뀌는 양상을 보였다. 또, 글로벌 게임사인 EA가 제이투엠소프트와 핸즈온모바일코리아를 품에 안으며 아시아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게임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던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전격출범 이후 '빅딜'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2008년 중 터져나온 빅딜은 그 사연도 남달라 적지 않은 흥미를 줬다. 티쓰리엔터테인먼트는 한 때 한빛소프트를 통해 패키지 게임을 유통했던 인연이 있다. 최초로 개발사가 퍼블리셔를, 을(乙)이 갑(甲)을 인수하는 사례를 만들어낸 것이다.

한 때 엔씨와 함께 MMORPG 시장 '빅2'로 군림했던 웹젠은 규모와 사세, 경력에서 한참 못 미치는 NHN게임스에 인수되며 '강호의 쇠락'을 보여줬다. 네오플이 NHN의 품에 안기기 이전부터 눈독을 들였던 넥슨은 2년여만에 '소망'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올 한해 이뤄진 빅딜은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개발사의 개발력 확충 등의 의의를 가진다. 특히 넥슨의 네오플 인수는 '거대 유통사의 IP 쇼핑'이 일반화 된 북미 시장 모델이 국내에서도 본격 도입되는 전초로 받아들여진다.

이들 외에도 YNK코리아, CJ인터넷, 예당온라인 등이 매물로 나왔거나 구매 희망자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빅딜'을 통한 게임 시장 재편은 2009년에도 주요한 화두가 될 전망이다.

◆ 대작게임에 환호하는 게임시장

한 해동안 게임 내적인 요소에서 최대의 이슈 메이커는 역시 블리자드와 엔씨소프트였다. 블리자드는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디아블로3'의 개발 사실을 처음 공표하며 세계 게임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0년 이후에나 출시될 게임의 개발 사실을 '확인'했을 뿐임에도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게임 시장이 열광한 것.

이는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 이후 시장 판도를 바꿀만한 기대작들이 좀체 나오지 않는 국내 게임시장의 현실과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이어서 블리자드는 10월 '스타크래프트 2'를 3개 패키지로 분할 판매할 방침을 밝혀 논란을 샀다.

"각 종족별 싱글플레이를 대폭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장사속'이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았던 것. 블리자드가 선보일 새로운 배틀넷 역시 부분유료화 상용화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돼 이용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기도 하다.

11월에 등장한 엔씨소프트의 신작 MMORPG '아이온'은 내수 시장 정체 우려를 상당부분 씻어준 메가톤급 대작이다. 최고 동시접속자 20만명을 기록하며 '리니지2' 이후 최고의 MMORPG로 자리잡았다.

◆ 게임산업 고질병은 올해도 여전

유명 온라인게임의 계정도용 피해가 잇달아 '게임보안'의 중요성이 여느 때보다 강조된 한해였다. '던전앤파이터' '월드오브워크래프'가 상반기 동안 홍역을 치른데 이어 서비스 5주년을 맞은 간판게임 '리니지2', 하반기 흥행작 '프리우스 온라인'도 시련을 겪어야 했다.

게임사가 계정 도용 피해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보상 등 사후대책을 실행에 옮기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 때문에 공들여 가꿔 놓은 게임 내 자산을 송두리째 날린 게이머들의 원성은 하늘을 찌르기 마련이다.

최근 게임사들은 OTP(One Time Password)를 도입하고 이용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는 등 게임보안에 열을 올리는 양상이다. 오토 프로그램 등을 활용한 '어뷰징'도 여전해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오토프로그램 이용을 통한 아이템 대량 양산과 이를 통한 공급은 RPG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게 해 '소비자 후생'에 어느 정도 공헌한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오토 프로그램의 진화와 더불어 그 사용 또한 급격히 늘어 게임 내 경제시스템을 왜곡시키는 폐해가 갈수록 늘고 있는 양상이다.

◆ 불법복제에 발목 잡힌 비디오게임 시장, 성장세 제동 걸려

닌텐도DS의 등장으로 2007년 급속한 성장을 이뤘던 국내 비디오게임 시장의 도약에 제동이 걸렸다. 2007년 한 해 비디오게임 시장은 매출 4천200억원대 규모를 형성, 전년대비 3배 가까운 성장을 이뤘다. 게임산업진흥원은 2008년에는 51%의 성장세를 보이며 6천억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러한 예측은 빗나갈 상황이 됐다.

게임산업진흥원의 낙관적인 전망은 닌텐도DS에 이어 '위(Wii)'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닌텐도DS가 누적 판매'량 180만개를 돌파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 반면 '위'의 판매는 최대 15만대를 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가정의 거실이 플레이 장소가 되는 비디오게임기의 판매가 한국 시장에 여전히 먹히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불법복제 또한 여전한 상황이다. 180만대가 팔린 닌텐도DS 전용 타이틀 중 3천장이 넘게 팔린 타이틀은 손에 꼽을 정도. 전체 이용자중 90% 이상이 불법복제를 통한 게임 이용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 기로에 선 한국 e스포츠, 전환점 모색

'스타크래프트' 일색, 국산게임 부재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한국 e스포츠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국제e스포츠연맹을 창설, 해외 e스포츠 시장과 교류하는 한편 국산게임의 e스포츠화라는 과제추진에 한창이다.

한국의 e스포츠는 단일종목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며 그 마저도 이전만 못한 열기를 보이고 있어 '위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작 국산게임의 e스포츠화는 진척을 보이지 못해 'e스포츠 무용론'까지 제기됐던 실정이다.

김신배 전 SK텔레콤 전대표가 초대 협회장을 맡은 국제e스포츠연맹은 한국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벨기에, 대만 등 9개국이 참여한다. 중국과 일본 등 한국과 온라인게임 시장을 공유하는 인접국가들이 참여하지 않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구조조정 한파 2009년을 앞두고 몰아치다

전체적인 흐름에선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이는 메이저급 기업들에 집중됐다.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구축 과정에서 각 게임사들은 부실을 털어내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고 이는 자연스레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한빛소프트와 그라비티는 연중 지속적인 물갈이를 통해 비(非) 주력게임 관련 인력을 상당부분 정리했다. 웹젠 또한 '파르페스테이션' 등 다수의 게임을 정리했고 관련 인력은 개발팀 단위로 회사를 이탈했다.

게임업계에 정착하지 못하고 갈 곳을 찾는 '무적(無籍)' 개발자가 5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적으로 라인업 확장에 나서던 각 게임포털 사업자들은 하반기 들어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게임들을 상당수 종료시키며 실속 우선의 경영정책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넥슨은 '제라'의 서비스를 종료한 데 이어 '우당탕탕 대청소'를 공개서비스 2주만에 정리하기로 하는 신속한 결단을 내렸다. 게임사들의 구조조정 움직임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CJ인터넷이 개발법인 CJIG 인력 상당수를 정리한데 이어 넥슨이 퍼블리싱 및 마케팅 등 사업 조직의 감축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올 한해 기대만큼 성장을 이루지 못한 중견 게임사 중 상당수도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출성과를 바탕으로 일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게임산업이지만 유효경쟁체제를 갖추기 위한 움직임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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