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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 걸림돌을 뿌리뽑자-중]산업내부의 고질부터 척결해야


게임의 본질인 '재미'와 부작용을 수반하는 '몰입'이라는 결과물로 인해 가해지는 '과잉규제'라는 외부 변수 외에 게임 산업 자체의 내부적인 문제도 적지 않다.

재미와 상호작용의 도구인 게임 내 질서를 왜곡하고 상업적 도구로 이용하는 이용자 집단 내부의 모럴 헤저드, 게임 저작권자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불법복제, 사행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개변조 등이 그것이다.

산업 자체에서 파생하는 이러한 고질들은 내부에서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는 것들이나 그동안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공론화와 대책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적었던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 민관협력을 통한 개선안 마련이 시급한 것이다.

◆ 오토 프로그램, 게임 내 사회질서의 '파괴자'

각종 온라인게임 중 가장 많은 이용자를 모으는 장르는 역시 RPG(Role Playing Game)라 불리는 역할 수행게임이다.

게임 속에서 각종 임무를 수행하며 오랜 시간 플레이 할 수록 이용자의 게임 속 캐릭터는 풍부한 경험치를 습득하고 이를 통해 갈수록 강해진다. 오랜 시간 공들여 플레이하는 '노력' 그 자체가 게임 내에서의 '계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오토 프로그램은 게임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변형시키거나 게임 실행과정에서 정보를 수집, 이를 통해 부정한 명령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이용하는 게이머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동안 쉬지 않고 게임 속 캐릭터를 풀 가동 시킬 수 있다.

게임 캐릭터의 이동 속도를 증가시키고 에너지 소모 없이 사냥 등의 행위를 계속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흔히 자동 사냥 프로그램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오토 프로그램 사용자가 늘어날 경우 게임 내 기본 질서가 무너진다. 정상적인 노력을 기울여 플레이하는 이용자보다 훨씬 더 캐릭터를 빨리 성장 시킬 수 있고 더 많은 게임머니 획득이 가능하다.

주요 대형 포털의 검색강고, 지식검색, 카페, 블로그 등을 통해 광고, 판매되고 있으며 가격 또한 저렴해져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흥행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신작 '아이온'에도 적지 않은 오토 프로그램 이용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실정이다.

엔씨소프트 이재성 상무는 "오토프로그램 사용으로 손쉽게 얻은 게임머니, 아이템,계정 등이 현금화되며 이를 통해 거액의 금액이 중국으로 환치기 돼 유출되는 실정"이라며 "쉽게 돈벌이가 가능하다는 장점은 더욱 많은 계정을 통해 캐릭터를 생성하고픈 유혹을 주게 되며 대규모 명의도용의 원인이 된다"고 밝혔다.

이는 정당하게 플레이하는 이용자들이 '게임 할 맛'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암초가 된다. 게임사도 이러한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같은 프로그램이용이 늘어날 경우 게임 내 콘텐츠 소모 속도가 빨라지며 이는 게임 콘텐츠 보강을 위한 후속 개발 시한을 재촉하기 때문이다.

그간 오토 프로그램에 대해 상당수 업체들은 매출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암묵적으로 이름 묵인해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월정액 요금을 지불하는 다수의 오토 이용자들이 최소한의 매출 지지선을 구성해 주기 때문.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는 상황이다. 그동안은 오토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작업장'의 노동이 게임 아이템과 머니를 비교적 값싸게 공급, '가격안정'의 작용을 일부 담당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오토 이용자들이 급증하며 아이템과 게임머니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해 게임 내 경제 질서가 무너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오토 프로그램은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을 통해 불법으로 규정돼 단속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상태다. 그동안 각 게임사들은 약관으로 이를 금지하고 적발 시 계정 압류 등의 조치를 취해 왔으나 이용자들로부터 '과잉규제'라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산업진흥법과는 별개로 오토 프로그램 이용이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최근 결론을 내린 바 있다"며 "산하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위원회에서 대형 포털에 오토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와 판매 루트가 게시될 경우 이를 삭제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시정권고의 실효성이 없을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시정명령을 내려 단속실효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 웹보드게임과 사행성 논란의 '덫'

오토 프로그램 못지 않게 논란이 되는 것은 웹보드게임의 사행성 여부. 고스톱, 포커, 섯다 등 도박의 기본 룰을 적용한 웹보드 게임은 NHN·네오위즈게임즈·CJ인터넷 등 메이저 게임포털을 비롯해 많은 게임사들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폭넓은 연령대의 이용자들이 이를 즐기며 이러한 게임을 플레이하며 얻은 게임 내 화폐인 게임머니를 사고 파는 환전상들이 실재한다. 1인당 월 30만원으로 제한된 충전한도를 넘어서 고액의 금액을 웹보드게임을 이용하는데 소진하는 사람들 또한 실존한다.

게임의 소재가 도박에서 출발했고 제한된 금액이지만 현실에서 통용되는 재화를 '판돈'과 같은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행성과 관련된 논란에 자주 휘말리고 있다. 2008년 들어 한 공중파 방송의 심층프로그램을 통해 그 폐해에 대한 보도가 이뤄진 후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엔씨를 비롯한 롤플레잉게임 전문 게임사들이 아이템 현금거래 활성화를 통해 '수혜'를 입었다는 일부 평가를 받듯 NHN을 비롯한 게임포털 들도 이러한 과잉 이용으로 득을 보고 있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NHN등 사업자들은 이를 통해 수혜를 입은 것이 아니라고 해명한다.

NHN 정욱 한게임 그룹장은 "웹보드게임의 사행성 유무, 이를 근절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본질에서 다소 어긋난 논의가 이뤄지는 듯 해 아쉽다"고 밝혔다.

월 30만원 어치로 제한되는 게임머니 수급의 '벽'을 넘어서 플레이하는 하드코어 유저들의 과잉 플레이는 한게임에 수익을 가져다 주는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욱 그룹장은 "과잉 이용자들은 한게임이 아닌 머니 판매상들을 통해 보다 헐값에 게임머니를 충당해 플레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이익은 한게임이 아닌 판매상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베팅 방식의 규제는 베팅이 본질인 게임 플레이 자체의 박진감을 저하,게임 자체를 좀 더 재미없게 만드는 결과만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관건은 머니 판매상들을 척결하느냐에 달렸는데 신고 포상제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같고 수사당국의 관심도 초기와 달리 감소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민대학교 황승흠 교수도 "결국 관건은 환전상들의 단속인데 신고포상제를 비롯한 각종 대책이 크게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것 같다"고 전했다.

웹보드게임은 기본적으로 유료 충전한도가 설정돼 있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료 충전도 가능하다. 게임머니의 거래도 법적으로 금지된 상황. 현실적으로 이러한 틀을 벗어난 탈법 이용이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책임을 사업자에게만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불법 사설서버· 불법 복제도 척결해야 할 '해악

또 다른 산업 내부의 고질병인 불법 사설서버의 성행과 폐해는 그동안 논의의 중심에서 한발짝 비켜간 감이 있으나 그 해악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한국 온라인게임의 주된 수출무대인 중국에서 횡행하는 불법 사설서버는 한국게임에 적지 않은 손실을 가져다준다.

사설서버는 게임사가 제공하는 온라인게임 서버 외에 별도의 해적판 서버를 만들어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자연스레 게임 저작권자인 해당 게임사의 매출을 감소시키다.

웹젠의 '뮤 온라인'의 경우 더 나인을 통해 서비스되는 정규 서비스보다 사설서버를 통해 제공되는 불법 서버를 활용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양상이다.

중국 내에서 승승장구하던 엠게임의 '열혈강호 온라인'도 현지 사설서버의창궐로 매출이 급감, 현지 파트너사인 CDC와 분쟁을 초래한 바 있다. 엠게임은 이로 인해 코스닥 기업공개가 약 1년간 늦춰지는 홍역을 겪은 바 있다.

분명 간단치 않은 문제이지만 불법 사설서버 실태에 대한 제대로 된 리포트 하나 없는 실상이다.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산업진흥원은 물론 게임산업협회 조차 관련한 실태 파악 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사설서버의 피해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관련한 현황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는 게임사들이 관련한 피해 사실을 공표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해 오는 경우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내외에서 한국 온라인게임들의 저작권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각 게임사들이 자신들의 게임이 입고 있는 피해 자체가 알려지는 것을 '리스크'로 여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엔씨소프트 외에는 이러한 사설서버의 폐해와 자체적인 단속현황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곳이 없다.

그러나 이는 국내 게임사들이 관련 현안에 대한 정부의 조정능력과 대외 협상력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인 측면이 크다.

'미르의전설2'의 지적재산권 파동, 불법사설서버 창궐,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보호무역장벽 등 해당 이슈에 관해 정부가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비디오게임 시장의 불법복제 또한 심각한 형국이다. 닌텐도의 휴대용게임기 NDS가 180만대의 판매고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러한 하드웨어 보급률을 감안하면 킬러 타이틀들은 80만~90만장은 팔려야 하나 실제로는 3천장 이상 판매된 타이틀이 손에 꼽을 정도다.

사용자의 99%가 불법 복제를 통해 게임을 이용한다는 반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산하 저작권보호팀 내에 사법경찰권을 가진 상설단속인력이 배치돼 있으나 상대적으로 저작권 침탈 사례가 잦은 영화 등 다른 콘텐츠 산업에 인력이 집중돼 상대적으로 게임 분야에 역량을 할애하지 못한 감이 있다"며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 사설 서버와 불법복제 단속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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