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블루오션 바이오융합-중]기름오염복구제


"미생물로 기름잡는다"

기름오염 잡는 미생물이 등장했다. 바이오기술이 환경과학과 만나 토양 및 해양의 오염을 복구시키는 데까지 활용되고 있다. 기름분해 능력이 탁월한 미생물을 토양이나 해양의 오염현장에 뿌려 짧은 시간 내에 기름을 제거하는 것.

이는 그 동안 주로 사용되던 흡착제나 유처리제 등 물리․화학적 방법에 비해 폐기물 발생이 적고 노동력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태안 기름유출 사건 이후 생물정화기술을 이용한 기름 오염 복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양연, 기름분해하는 미생물 기술이전

한국해양연구원은 지난 3월 해양유류분해미생물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토양정화전문기업인 에코필과 독성유기화합물 생물정화기술업체인 비제이씨와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이전된 기술은 환경에 잔류된 유류 화합물을 분해하는 미생물제제를 포함한 생물정화기술로서 유류오염시 적용, 단기간 내 환경을 회복시킬 수 있다. 특히 유류화합물 중 발암성, 돌연변이성 물질인 다환방향족 화합물(PAHs)을 단시간 내에 분해 할 수 있는 미생물 및 기술을 개발한 점이 눈에 띄는 대목. 두 기업은 향후 5년간 이전기술에 대한 산업재산권 전용 및 통상실시권을 갖게 됐다.

에코필(대표 고성환)은 주요 임직원이 해양연 출신인 토양오염정화업체다. 에코필은 그간 미군기지, 군부대, 공장 및 건설현장, 하천준설토, 폐광산 등에서 유류오염 및 중금속 오염토양를 정화한 실적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군부대 19건과 민간 46건을 포함, 총 65건의 30만9천350톤의 오염토양을 정화했다.

에코필의 유류오염 정화용 미생물처리제인 '에코가드'는 국내 유일의 조달등록 제품으로 분해 능력이 우수한 점이 특징이다.

에코필 정홍배 과장은 "에코가드는 기름분해 후 2차 환경오염이나 독성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며 "미생물들의 섭취방식을 조사한 후, 섞었을 때 상승효과를 내는 신개념 혼합방식을 활용해 다양한 오염지역에 적용 가능한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에코필은 미생물제재의 보존성을 점차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미생물제재는 보통 일주일 정도 보관할 수 있지만 환경에 따라 그에 맞는 미생물을 조합·투여하기 때문에 보관기간이나 투여법 등이 항상 일정하지는 않다.

비제이씨도 에코필과 같은 미생물을 재료로 사용한 제품을 출시한다. 비제이씨의 '바이오리메디'는 분해능력이 우수한 미생물을 조합해 분해 속도를 증진시키고, 대사산물 분해작용으로 생물이용도를 높여 토양 내 만성적으로 흡착돼 있는 유류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게 특징이다.

비제이씨 성주경 이사는 "지난 7월부터 해양연에 인력을 파견, 기술과 관련된 교육을 받고 있다"며 "향후 산업용제품 말고도 이로운 미생물을 부여해 농작물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농업 쪽 사업도 시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토양오염 정화시장은 수질 및 대기오염에 비해 초기 시장에 해당한다. 토양정화업 등록업체도 2006년말 기준으로 아직까지 매출액 100억 미만인 회사가 전체 71곳 중 52곳에 달할 정도.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토양오염정화시장은 석유류 제조, 휴폐광산, 폐기물 매립지, 공장 산업부지, 유독물 저장시설, 농경지, 소각장 등 활용영역이 넓어 향후 전망이 밝다.

한국토양 지하수 환경보전협회의 2005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토양정화 시장규모는 2000년 100억원에서 5년 만인 2005년에는 700억원 시장규모로 훌쩍 성장했다. 정화대상 시장이나 정화 대상 오염원 인자 확대 뿐 아니라 토양정화 기술발전 등에 힘입어 토양정화시장은 향후 연평균 70% 높은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에코필 정홍배 과장은 "토양정화시장은 2007년 1724억원에서 2010년엔 1조원 대에 육박할 것"이라며 "이 중 오염복구제 시장은 토양정화시장의 약 1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적용확대위해 비용문제 해결해야

이같은 미생물제재를 활용한 생물정화기술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용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류오염이 발생했을 때 화학제품으로 보통 많이 쓰이는 과산화수소의 경우 1kg당 500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미생물 제재는 1kg당 최하 3천원으로 최소 6배는 가격차가 나기 때문.

그러나 지속적 효과나 환경적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절대적인 가격으로만 비교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에코필 정홍배 과장은 "과산화수소는 오염현장 표면에만 바로 효과를 줄 뿐 생태계에 위험을 초래하지만, 미생물은 유류가 없어질 때까지 잔존할 뿐 아니라, 환경에 들어가도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결국 오염을 처리하는 사람의 친환경적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물정화기술을 이용한 실제 정화 적용사례를 확대하는 것도 남은 과제다.

국내에서 토양오염은 생물정화기술을 이용한 정화 사례가 상당수 있으나 해양오염은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어 환경에 따른 적용방식을 사례별로 접근해 가야 하는 것.

실제 태안 기름유출 사고현장에는 아직 생물정화기술이 쓰이지 못했다. 지난 1월 '해양환경관리법'이 발효되면서 기름오염복구제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기름오염복구제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검토하느라 기술을 적용할 시기를 놓쳤기 때문.

8월 말 기기유화시험원에서 안전성을 최종 검증해 형식승인을 받은 제품은 에코필의 '에코가드', 비제이씨의 '바이오리메디’, 바이오바스코의 '비바이탈', 이엠라이프영농조합의 '항산화발효미생물제', 바이오세인트의 '오일버그 마린'등 5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향후 어떤 오염사고에도 적용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들 기름오염복구제를 유류오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도 오염현장 파악, 사전검사라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먼저 주민, 환경단체, 비용부담자, 방제조치주관기관 등에서 오염현장을 파악해 미생물제재를 활용한 기름오염복구제 사용 필요성을 선택한 후, 사전검사를 통해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을 때 비로소 현장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

해양경찰청 기동방재과 최종현 주무관은 "태안의 경우 기름이 상당히 많이 제거돼 기름오염복구제를 적용할 시기가 지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지금은 관할 지자체에서 필요성에 의해 각 해역 복원 조치를 할 때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생물정화기술은 요리와 같다"…해양연 권개경 박사

"재료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요리가 달라지듯, 생물정화기술은 미생물 제재라는 기본 재료를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경기도 안산 한국해양연구원에서 기자와 만난 해양자원연구본부 해양생명공학연구사업단 권개경박사는 미생물 제재는 단지 음식의 재료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해양연에서 개발에 성공한 해양유류분해미생물 기술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첫 답변이었다.

기름을 잘 분해하는 미생물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떤 양만큼 어떤 방식으로 오염 현장에 뿌리느냐가 바로 기술이라는 뜻이다.

"생물정화기술은 환경과학과 미생물의 접점에 놓여있습니다. 미생물을 현장에 적용할 때 환경을 어떻게 잡아주느냐가 중요하지요. 미생물 살포를 언제 멈춰야하는지, 남아있는 독성이 얼마나 되는지 등 비용판단이나 유기분석 등도 필요합니다."

권개경 박사는 생물정화기술이 단시간 내 오염문제를 깨끗이 해결할 만능책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경계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름유출 사고가 났을 때 바로 미생물을 투입해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오해합니다. 하지만 정직히 말해 생물정화기술은 물리적 초기대응을 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기술입니다."

권 박사는 기름오염 사고가 났을 때도 오염단계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기름오염 사고 시 해결책에는 물리적 방법으로서 펜스를 치고 기름을 거둬들이기, 흡착포로 빨아들이기, 유화제, 생물정화기술 등이 있다.

권 박사에 따르면 펜스를 치고 기름을 회수하는 것이 초기에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어 가장 바람직하지만, 오염은 주로 악천후에서 일어나므로 펜스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또한 기름이 어느 정도 퍼졌을 때 사용하는 흡착포는 수거 및 운반과정이 어려움이 많으며, 유화제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는 쉬워지지만 근본적인 해결이라기보다 오염지역을 넓게 분산시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비해 생물정화기술은 잔류한 기름을 처리하는 데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남아있는 기름을 처리하는 데 사람을 지속적으로 투입하지 않아도 돼 노동력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친환경적인 것도 장점이지요."

물론 생물정화기술은 아직 실제 현장에 적용해본 적이 없어서 무엇이 부족한지조차 알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월 '해양환경관리법'이 발효돼 기름오염 복구제를 이용할 길이 열렸다. 그러나 해양환경 복원을 위해 기름오염 복구제를 썼던 전례가 없어 기기유화시험원에서 제품평가요구를 신청 받아 8월 말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기름오염복구제 5제품을 최종평가 완료한 상태다.

그러나 안전성 평가를 마치는 동안 정작 태안기름유출사고 현장은 물리적인 방법 등에 의해 사람 손이 쉽게 닿는 부분은 웬만큼 처리가 돼 생물정화기술을 적용하기에 애매한 상태가 됐다.

권 박사는 그러나 선진국조차 해양오염 쪽으로 생물정화기술이 잘 적용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바다 환경이 조석작용이나 염도가 존재해 토양보다 복잡한 측면이 있어요. 생물정화기술은 어떤 환경인가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써야 하는지가 다 달라 사례별로 접근, 방법을 정립해가야 합니다."

한편 권 박사에 따르면 태안 기름유출 사고는 엄청난 사고이지만 역설적으로 국민들이 해양오염문제와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이를 계기로 생물정화기술로 인한 피해복구 뿐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나갔으면 하는 것이 권 박사의 바람이다.

"지금까지 한국사회가 성장에만 치중하고 이에 부과되는 많은 책임은 외면해온 게 사실입니다. 예방측면에서 근본적으로 환경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나아가 깨끗한 환경을 위해 청정에너지를 청정하게 얻는 방법 등을 고민해야 합니다."

임혜정기자 hea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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