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무선연결전쟁-중]표준쟁탈 3파전 치열


HDMI 등 성능·범용성 내세워 경쟁…업계 대응도 치밀

선이 거의 없는 '디지털거실'을 겨냥한 무선 네트워크들의 보이지 않는 표준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디지털 거실의 주인을 노리는 무선 네트워크 표준은 무선 고화질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DMI)를 비롯해 무선 USB, 블루투스 등 세가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디지털가전에 초점을 맞춰 향후 일전에 대비하기 위한 전술·전략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이 세 가지 무선네트워크들은 차별화된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경쟁 영역이 겹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향후 표준전쟁에서 패하면 생존 기반이 적잖이 위축될 수 있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가전기업들은 각각의 규격에 대해 연합체에 발을 담그며 표준경쟁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양한 디지털기기들이 무선으로 연결되는 가까운 미래에 범용화된 네트워크 규격을 따르지 않는 제품 또한 소비자들에게서 외면받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디지털가전 기업들은 기기 간 무선네트워크의 표준을 주도할 것인가, 대세를 따를 것인가 하는 점을 놓고 신중을 기하고 있다.

◆무선 HDMI-USB, 고용량 전송경쟁…블루투스 "틈새 넓다"

◇주요 기기간 무선네트워크 비교

무선 HDMI
무선 USB
블루투스
비 고
전송거리
60m
10m
5~10m
규격에 따라 차이
전송속도
4Gbps
110Mbps~ 480Mbps
3Mbps
//
전송가능 콘텐츠
풀HD 영상
풀HD 영상
음성 및 데이터
주 사용분야
TV 등 디지털 가전
노트북·PC 등 정보기기
휴대폰 등 소형 디지털기기
비 용
가장 비쌈
중간
가장 저렴
범용성
다소 부족
우수
무선 부문 가장 우수
유·무선 포함
적용정도
2008년 하반기 부터 적용
노트북 등 제한적 적용
휴대폰 중심 활발히 적용

TV, PC, 카메라, 휴대형 멀티디미어기기(PMP), 휴대폰 등 각종 전자제품의 '연결성'이 강화되는 최근 추세는 다양한 디지털콘텐츠들을 각각의 기기에서 활용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고화질(HD) 또는 초고화질(풀HD) 영상을 지원하는 기기들이 늘어나면서 고용량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는 '고속도로'는 향후 전개될 무선네트워크들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다.

무선 HDMI는 이름에 '고화질'을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초당 4기가비트(Gbps), 즉 1초에 500메가바이트(MB)에 이르는 용량을 전송할 수 있다. 최대 전송거리는 60m에 이른다. 이는 지난 1월 초 완성된 무선 HDMI 1.0 규격의 이론상 성능. 실제 전송속도 등은 이보다 떨어질 수 있지만, 가정 내에서 초고화질 영상을 기기 간 주고받기에 무리 없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LG전자, 인텔,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이 협력하고 있는 무선 HDMI 진영은 거실에서 '무선 연결성' 표준을 쟁취하기 위해 야심찬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각종 콘텐츠 보호 기술을 도입하며 미국영화협회 등을 아군으로 끌어들였고, 40여개에 이르는 회원사 수도 계속해서 확충하고 있다. 유선 HDMI가 평판 TV와 모니터, 홈시어터, PC, 캠코더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무선 HDMI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PC라는 강력한 지원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무선 USB의 행보도 관심을 모은다. 무선 USB는 무선 HDMI와 블루투스의 중간 정도 성능을 보이는 네트워크 규격으로, 범용성과 함께 HDMI보다 더 저렴하다는 게 강점이다.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UWB(Ultra Wide Band) 기반 무선 USB 기술은 3m 거리에서 최대 초당 480메가비트(480Mbps, 1초에 60MB), 10m 이내에선 110Mbps(1초에 13.8MB)의 속도를 낸다. 역시 캠코더에 있는 풀HD 영상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TV로 옮겨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데 무리가 없다.

지난 2004년 삼성전자, HP 등과 함께 무선USB협의체를 구성한 인텔에 따르면 지난 2006년 PC 연결포트로 적용된 USB는 3천500억개에 달한다. 그만큼 PC를 중심으로 한 USB의 '연결성'은 절정에 이르고 있는 것.

ETRI에서 무선 USB를 개발한 허재두 팀장은 "무선 HDMI가 전송용량이 크지만, UWB 기술도 HDMI급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HDMI는 사용료가 비싸고, 지원기기도 적기 때문에 상용화가 무선 USB보다 느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거실 무선네트워크 쟁탈전에 가세하고 있는 또 다른 네트워크는 역시 범용성을 무기로 하고 있는 블루투스다. 업계에 따르면 블루투스는 휴대폰에 50%, 헤드셋에 80~90%, 노트북에 20~30% 정도가 적용되고 있을 정도로 무선 HDMI나 무선 USB보다 빠른 대중화를 실현하고 있다. 비용이 가장 저렴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그러나 전송속도가 3Mbps, 즉 1초에 375킬로바이트(KB)를 전송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도로 폭이 좁다는 게 단점. 전송거리도 5~10m 정도로 그리 길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 소형 디지털기기를 중심으로 음성이나 데이터를 전송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블루투스 지원 반도체 솔루션 전문기업 CSR에 따르면 EDR(Enhanced Data Rate)을 지원하는 블루투스2.0 클래스1 기술의 전송거리는 100m까지 확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블루투스와 UWB의 결합으로 동영상을 전송할 수 있을 정도로 전송속도를 높이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거실의 무선네트워크를 장악하려는 블루투스의 야심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밖에 지그비, 와이파이 등 네트워크들도 기기 간 무선연결에 있어 틈새를 공략하며 더 많은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그비는 초저전력, 저가의 국제표준 네트워크로 전송속도는 블루투스보다 낮지만 자동계기 판독, 홈네트워크 시스템, 군사·의료 분야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 무선랜으로 잘 알려진 와이파이 기술도 초고속인터넷에 국한된 활용 영역을 기기 간 연결로 확장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디지털기기 업체들 "대세 맞지만, 신중히 접근"

디지털가전 기업들은 무선 HDMI, 무선 USB, 블루투스 등 연합체에 합세하며 향후 '무선 연결성'의 표준이 어떻게 흘러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006년 벽걸이 용도의 인테리어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무선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를 선보였다. PDP TV 본체와 무선 홈 AV 센터를 IEEE 802.11a 네트워크로 연결한 이 제품은 각종 비디오·오디오(AV) 기기를 PDP TV와 무선으로 연결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기기 간 '무선연결성' 힘을 쏟고 있는 삼성전자는 2008년 자사 TV 사업 전략인 '3C' 가운데 하나를 '연결편의성(Connectivity)'으로 제시하며 무선 HDMI 등 대응 기기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박종우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은 "각종 디지털기기들을 쉽게 연결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디지털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전략적으로 내놓은 무선 PDP TV는 향후 거실네트워크의 트렌드를 미리 보여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하지만 '무선 연결성' 표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관련 제품군이 쉽게 도태될 수 있다는 위험성도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다.

일본 소니는 지난 1월 열린 미국 '소비가전전시회(CES)'에서 디지털기기 간 고속 무선네트워크 관련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트랜스퍼젯(TransferJet)'이란 무선기술은 두 개의 디지털기기가 최대 560Mbps(1초에 70MB) 속도로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러나 전송거리가 불과 3㎝에 그쳐 기기 간 고화질 영상을 무선으로 전송한다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각인시키기도 했다.

소니는 무선 HDMI를 적용한 액정표시장치(LCD) TV를 2008년 말 출시할 계획이다. 이 제품이 상용화되면 사용자들은 수십m 거리에서 4개까지 HDMI 지원 기기를 무선으로 연결해 TV로 초고화질 영상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무선연결성'이 극대화된 디지털거실의 구현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LG전자 역시 이번 'CES'에서 TV와 홈시어터, AV기기들을 선 없이 연결해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무선네트워크 기술을 선보였다. LG전자는 또 최근 출시한 PDP TV '토파즈'에 유선 USB 단자를 적용, USB 인터페이스가 대형 디지털가전 쪽으로 확대 적용되는 트렌드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밖에 TV와 거실네트워크의 중심을 놓고 싸움을 벌이고 있는 PC 진영의 기업들도 블루투스와 무선 USB, 무선 HDMI의 적용을 활발히 검토하는 모습이다.

아직까지 유선 HDMI와 USB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케이블들을 정리하는데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가 무선 네트워크들이 폭넓게 보급되는 데엔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는 상황. LG경제연구원의 김치헌 연구원은 "향후 무선기술이 기기 간 '상호연결성'을 주도할 전망이지만, 단기적으로 콘텐츠를 간편하게 옮길 수 있는 이동식 저장장치가 시장의 주류로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거실 무선네트워크 전쟁에 실질적으로 임하는 각 사업자 단체와 연구기관, 디지털가전 대기업들은 네트워크들의 '표준 쟁탈전' 속에서 각자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이미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이지은기자 leez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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