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 태풍이 온다-상]지금은 '폭풍전야'


메가톤급 '환경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규제를 가동하면서 '환경 비상'이 걸렸다. '반환경 제품'은 더 이상 시장에서 발을 붙이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환경 규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됐다. 아이뉴스24는 '환경 규제 태풍이 온다'는 시리즈를 통해 정보기술(IT) 시장에서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환경 규제를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주>


가공할 위력의 환경규제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주축이 된 환경 규제 태풍은 미국과 일본을 거쳐 세계 각지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환경 규제의 선두에 선 EU는 지난 2005년 8월 폐전자제품처리지침(WEEE)에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을 도입했다. EU는 또 올해 들어선 신화학물질관리정책(REACH)까지 순차적으로 환경규제를 가동하고 있다.

환경 태풍은 EU에서만 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올해 초부터 WEEE와 RoHS를 가동하기 시작한 것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세계 각지로 환경 규제가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국제 사회가 급박하게 움직이면서 그 동안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국내 기업들도 조만간 들이닥칠 환경규제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먼저 RoHS·REACH 등 주요 규제 내용을 자세히 파악해야만 한다. 그물처럼 촘촘한 환경규제망을 통과하려면 ▲유해물질시험분석 ▲완제품 평가 ▲제출서류 준비 등 챙겨야 할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태풍경보' 수준 규제만 7~8종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세계 각지에서 발효 중이거나 시행될 예정인 환경규제는 적게는 수백건, 많게는 수천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같은 규제라 하더라도 각 국가별, 심지어 EU 권역 내 국가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각별한 대비가 요구된다.

아이뉴스24가 조사·분석한 결과 '태풍경보' 수준의 환경규제만 7~8종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신경써야 할 환경 규제는 EU의 WEEE, RoHS, REACH, 친환경설계의무지침(EuP) 등과 중국의 RoHS다.

WEEE는 EU를 비롯해 ▲중국 ▲일본 ▲미국의 각 주 ▲캐나다 등이 적용하고 있다. EU가 지난 2005년 8월부터 가동한 WEEE는 수출업체가 버려지는 전기전자제품의 무료수거시스템을 구축하고, 폐품처리비용까지 부담하도록 한 제도다. 올해부터는 전기전자 제품별로 재활용률의 의무를 설정해, 이를 달성할 경우에만 수출을 허용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는 EU·일본을 비롯해 중국, 미국, 우리나라 및 동남아시아 등으로 퍼지고 있는 RoHS다. 이 제도는 4대 중금속인 납, 수은, 카드뮴, 6가크롬과 브롬계 난연제 물질 2종(PBB 및 PBDE) 등 6가지 물질이 포함된 전기·전자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다.

EU는 지난 2003년 2월 RoHS 지침을 공표한 뒤 지난해 7월부터 규제에 들어갔다. 별도 단속기관을 두고 표본조사를 실시해 유해물질이 검출되면 ▲시정권고 ▲경고 ▲이행명령 ▲벌금 등의 벌칙과 함께 수입·판매 제한초지까지 발동한다.

중국도 지난 3월 RoHS 시행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는 11개 분야 1천400여개의 완제품 및 부품에 대해 RoHS 6대 유해물질의 함유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또 올해 하반기엔 별도의 중점관리 품목을 선정해, 중국안전규격(CCC)을 강제적으로 받도록 할 계획이다. 이처럼 중국은 환경보호는 물론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제재 조항을 한층 강화했다.

현 시점에서 준비를 서둘러야 할 주요 환경규제 중 하나는 EU의 REACH다. 제품에 포함된 화학물질의 위해성 정보를 등록하도록 하는 REACH는 RoHS에 이어 EU의 핵심 규제로 부각되고 있다. REACH 규정상 1톤 이상 화학물질은 반드시 '등록'해야 하고, 100톤 이상은 등록 후 별도 '평가'를 받아야 하다. CMR, PBT 등은 등록·평가 후 별도 '허가'를 얻어야 수출을 할 수 있다.

지난달 1일 발효된 REACH는 사전등록기간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내년 6~11월의 사전등록기간 중 등록을 하면 최대 11년 동안 본등록을 유예받을 수 있다. 반대로 사전등록기간을 놓치면 내년 12월부터 곧바로 까다로운 본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전등록은 EU 내 유일대리인을 선임하거나, 컨소시엄 형태로 할 수 있다.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업체 간 정보공유는 물론 등록·시험 비용을 나눠서 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내년 8월부터 발효되는 EuP는 EU 환경규제의 '완성판'이자, 가장 수위가 강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uP는 제품 설계단계부터 유해물의 사용을 제한하는 환경규제다. EuP가 가동되면 컴퓨터, 냉장고 등 14개 전기·전자 제품이 해당 기준을 만족해야 하고, 이를 증명하는 유럽품질인증(CE) 마크를 부착해야 EU 권역에서 유통될 수 있다.

현재 EU집행위원회에서 이행 방법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각 제품별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따라서 대상제품 및 적합성 평가 등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 소홀하면 '생존' 어렵다

환경규제가 세계 각지로 확산되면서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기업은 더 이상 발을 붙이기 힘들게 됐다. 수출길이 막히는 데다 내년 1월1일부터는 국내에서도 자원순환법이 시행되면서 유해물질의 사용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삼성SDI, 일본의 마쓰시타 등은 지난해 EU의 RoHS 가동과 함께 주요 수출 품목인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및 PDP TV 수입을 금지당할뻔 하는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EU 회원국들의 투표로 PDP의 격벽, 유전체 등에 사용되는 산화납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의 개발·적용이 오는 2010년까지 유예되긴 했지만, 환경규제의 위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그런가 하면 세계적인 전자업체 소니는 지난 2001년 콘솔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PS2)'를 유럽에 수출하려다가 카드뮴이 허용 기준치를 초과해, 수입금지 조치와 함께 수 백억원대 손실을 입기도 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적잖은 투자로 각국의 규제에 면밀히 대응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이 정도 위협을 받는 정도이니, 환경규제가 중소기업에 미칠 영향력은 가히 '메가톤급'이라 할 수 있다.

산업자원부 산업환경팀에 따르면 RoHS 관련 유해물질을 대체하는데 재료비가 최소 2배, 많게는 6배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품 구성 소재당 RoHS 6개 유해물질의 시험분석엔 약 25만원이 소요돼, 1개 부품이 10개 소재로 구성된 경우 시험분석만 250만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전기전자 폐제품을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을 추가하면 제품가격이 1~3%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환경부는 REACH 규정상 본등록을 위해 국내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무려 2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30~50%의 중소기업이 등록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EU 쪽 수출을 포기할 것이란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글로벌 환경규제의 태풍이 더 거세지기 전에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환경규제 여부를 떠나 환경보호 자체에 대비하지 않으면 점점 설 땅을 잃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례로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향후 이천의 D램 공장에 차세대 공정을 도입할 경우 수질이 오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공장증설 및 미세공정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 또한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환경친화적이고 안전한 제품을 원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아이뉴스24 사이트에서 독자를 상대로 친환경 컴퓨터에 대해 실시간 조사를 한 결과 3일 현재 646명이 참가해 '비싸더라도 적극 구입하겠다'는 의견이 44.2%로 나타났다. 이는 '구입하지 않겠다'는 응답(32.0%)이나 '관심없다'(23.8%)는 의견보다 높은 비중이다.

산자부 정동창 산업환경팀장은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각 기업들은 환경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비로 신규시장을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전했다.

/정보화팀 공동기획 if@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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