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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의 옛날야구]장성호의 '야밤 대전일주'


 

1997년 여름, 대전에서 한화와 해태(KIA 전신)의 야간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계속 질질 끌려가는 경기를 펼쳐 속이 뒤집어지던 해태 김응룡 감독의 얼굴이 붉그락 푸르락했다.

가뜩이나 화가 치밀어 오르던 김응룡 감독의 노기에 장성호가 기름을 끼얹고 말았다. 1루에 멍하니 서 있다가(김 감독이 볼때) 어이없는 실수로 1점을 헌납한 것이다. 물론 해태는 그 경기에서 졌다.

화풀이할 곳을 찾던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장성호를 불러 세우곤 호통을 쳤다. "넌 버스탈 자격도 없어. 숙소까지 뛰어와!"

장성호는 물론 모든 선수들이 얼음처럼 굳어졌다. 그렇다고 느닷없는 김 감독의 이런 지시에 '반기'를 들 수도 없었다.

울상이 된 장성호를 운동장에 놔두고 모두 버스에 올라탔다. 덕아웃에 덩그러니 남은 장성호는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 떠나가는 버스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잠시 뒤, 장성호가 벌떡 일어섰다. 그리곤 훈련가방을 어깨에 훌쩍 둘러메곤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흙묻은 유니폼을 입은 채였다.

대전시내를 관통해 고속버스 터미널 근처의 숙소까지 1시간 가량 뛰었다. 가는 도중 대전시민들의 숱한 눈총을 받았다. 때론 비아냥도, 우스개 농담도 귓전을 때렸지만 앞만 보고 달렸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 김응룡 감독이 현관앞에 서 있었다. 김 감독은 땀과 흙이 범벅이 된 채 뛰어오는 장성호를 발견하곤 획 돌아서 숙소로 들어갔다.

며칠 뒤 김응룡 감독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장성호가 소질은 있는데 노력을 해야 말이지. 성격도 얼마나 느긋한지." 김 감독은 장성호를 야구선수로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조금은 비정한 충격요법을 썼다고 했다.

그뒤로 장성호는 변했다. 얼굴에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게으름뱅이에서 연습벌레로 탈바꿈했다.

98년 데뷔 3년만에 3할대 타율(0.312)을 처음 기록한 장성호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왼손타자가 되었다.

조이뉴스24 /김대호기자 dhki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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