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낭비 158개 사업 대수술"⋯국힘, '821조 예산안'에 메스'

"혈세낭비 158개 사업 대수술"⋯국힘, '821조 예산안'에 메스'

"'100대 문제사업' 추려 최소 30조 감액 추진"
"여유자금 104조 채무 안 갚고 쌓아둘 이유 있나"
일자리·현금지원·지방사업 등 감액 대상으로
장동혁, 3일 '5대 해결 예산' 직접 발표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국민의힘이 이재명 정부의 821조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에서 158개 사업을 문제 사업으로 지목하고, 최소 30조원 이상 삭감을 추진하기로 했다. 162조원 규모로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의 여유자금 104조4000억원도 국채 발행 축소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날 대규모 감액 계획을 밝힌 데 이어 구체적인 사업들을 삭감 대상으로 거론하면서 정부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개별 사업의 감액과 기금 운용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6.11.2 [사진=김민지 기자]

국민의힘은 2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예산안 심사 방침을 밝혔다. 국가채무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일시적인 세수 증가를 근거로 현금성 지원과 반복 지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 국민의힘 평가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포퓰리즘과 재정 중독으로 점철된 미래 약탈 선언"이라고 규정하며 "미래대응기금이냐 총선대응기금이냐. 이런 무책임한 예산안에 합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국가채무 비율 하락을 근거로 재정건전성 개선을 강조했지만, 실제 국가채무 총액은 올해 1412조8000억원에서 내년 1519조8000억원으로 107조원 증가한다는 지적 속 나온 대응이다.

"정부 예산안 158개 사업 혈세낭비 심각…30조 감액"

국민의힘이 제시한 예산 조정 방안은 크게 두 갈래다. 정부가 편성한 개별 사업 예산에서 최소 30조원을 삭감하고,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할 예정인 104조4000억원은 국채 발행 축소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두 금액을 합치면 134조4000억원에 달하지만, 사업비를 직접 삭감하는 것과 기금 여유자금의 사용처를 변경하는 것은 구분된다.

임이자 정책위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정부 예산안을 정밀히 분석한 결과 158개 문제 사업에서 심각한 혈세 낭비 요소가 확인됐다"며 "100대 문제 사업을 중심으로 최소 30조원 이상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당이 지목한 문제 사업은 △전시성 일자리와 △현금성 지원 △세부 계획이 미흡한 지방사업 △미래대응기금의 반복 지출 △성과평가가 부족한 사업 등 5개 유형으로 나뉜다.

우선 일자리 분야에서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에 편성된 4411억원을 문제 삼았다. 사업 성과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홍보비에만 171억원을 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K-디지털 트레이닝 6089억원과 K-청년 뉴딜 아카데미 4895억원 역시 실제 취업 성과에 비해 예산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3개 사업에 배정된 예산만 1조 5000억원을 웃돈다.

현금성 지원 사업도 감액 대상으로 거론했다. 국민의힘은 청년미래적금에 편성된 1조 7000억원에 대해 소득 제한을 없애 상대적으로 저축 여력이 있는 청년에게까지 정부 기여금을 지원하기보다 취약 청년의 자립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조 1658억원 규모의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도 지원 효과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업 계획과 예산 배분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지방미래성장지원금 3조 5000억원, 통합지방정부 지원기금 2조 8500억원, 생활편의 복합센터 1조 5005억원 등도 문제 사업으로 지목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날 158개 사업의 전체 목록이나 사업별 구체적인 감액 요구액까지 공개하지는 않았다. 개별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할지, 일부만 줄일지도 밝히지 않은 만큼 실제 30조원을 어느 항목에서 얼마나 줄일지는 향후 심사 과정에서 확인해야 한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두고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미래대응기금 104조도 쟁점…국채부터 줄여야"

개별 사업 삭감과 별개로 국민의힘이 집중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미래대응기금이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 등으로 늘어난 세수를 바탕으로 162조3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신설해 청년과 미래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45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12조5000억원은 국채 신규 발행 축소에 사용하고, 나머지 104조4000억원은 향후 세수 부족에 대비해 적립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국가채무가 올해 추가경정예산 기준 1412조8000억원에서 내년 1519조8000억원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여유자금을 쌓아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 원내대표는 "기금 여유자금인 104조원은 국가채무 감축에 쓰는 게 상식인데 104조원을 기어이 들고 있겠다는 이유가 무엇이냐. 2028년 총선 직전에 돈을 뿌리기 위한 여유자금으로 남겨두겠다는 것이냐. 미래대응기금이냐 총선대응기금이냐"고 반문했다.

기금의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2027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에서 2029년부터는 미래대응기금 재원으로 활용할 추가 세수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금 사업비의 46.7%는 매년 반복적으로 지출되는 사업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국민의힘은 일시적인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반복 지출 사업을 늘릴 경우 향후 세입이 줄어들었을 때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 원내대표는 "미래대응기금 사업 중 61개 사업, 18조3000억원은 기존 사업의 이름만 바꾼 것"이라며 "기금 사업비 중 17조원은 선심성 현금지원"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도착한 뒤 정부 예산안 반대 시위를 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6.11.2 [사진=김민지 기자]

기금 운용에 대한 국회 통제 문제 역시 쟁점이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주요 지출 항목을 일정 범위에서 국회 의결 없이 변경할 수 있는 제도가 자의적인 예산 집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변경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행 국가재정법상 금융성 기금의 주요 항목 지출금액 변경에 적용되는 30% 한도가 미래대응기금에도 적용되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반면 정부·여당은 미래대응기금이 경기 침체기에 재정지출을 유지하고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기 위한 장치라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시정연설에서 "기금 여유자금을 세수 부족 시 재정 여력 보강에 활용함으로써 불황기에 지출을 줄이는 상황을 피하고 국채 신규 발행도 억제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미 △2100여개 사업 폐지를 포함해 △6476개 사업에서 총 107조2000억원의 지출구조조정을 실시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올해 3.9%에서 내년 0.1%로 낮추고, 국가채무 비율도 51.6%에서 48.3%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3일, 여야 나란히 예산안 논의…감액 넘어 증액 협상으로

국민의힘은 정부 사업을 삭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민생 예산도 제시할 계획이다. 장동혁 대표는 3일 일자리·소득 및 생계·돌봄·국민안전·청년 등 5대 분야의 '해결 예산'을 직접 발표한다. 단기 일자리와 현금성 지원 사업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소상공인 재기, 취약계층 자립, 민간 일자리 창출 등에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임 정책위의장은 "실적 부풀리기식 가짜 일자리, 단기 아르바이트 예산을 삭감하고 청년들이 원하는 민간 주도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지원으로 전면 전환하겠다"며 지역사랑상품권 등 소비 지원 사업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대표와 장동혁 국민의 대표가 2일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방문을 할 이재명 대통령을 사전 환담장에서 기다리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다만 삭감한 예산 가운데 얼마를 국가채무 감축에 사용하고, 얼마를 다른 민생 사업의 증액 재원으로 돌릴 것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헌법 제57조에 따라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지출예산을 증액하거나 새로운 비목을 설치할 수 없는 만큼 자체 증액안이 실제 예산에 반영되려면 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민주당도 같은 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워크숍을 열고 예산 심사 방향과 주요 증액 사업을 논의한다. 정부의 미래 성장동력 투자를 뒷받침하면서 일자리·주거·소상공인 지원과 재난·안전 분야의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예결위는 4~5일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9~12일 부처별 심사를 진행하고, 16일부터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사업별 감액·증액을 논의한다.

국민의힘이 158개 사업을 문제 삼으며 30조원 이상 삭감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실제 감액 규모를 확정하려면 사업별 산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여기에 정부·여당이 삭감에 반대하는 사업과 국민의힘이 새로 증액하려는 사업까지 맞물리면서 16일 시작되는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구체적인 감액·증액 규모를 둘러싼 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