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서울 강남권에 대규모 '로또 청약'이 예고되면서 연말 분양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수십억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일반분양 물량도 이례적으로 많아 청약 수요가 대거 몰릴 전망이다. 다만 대출 규제 등으로 청약 열기가 주변 아파트 매매시장으로 확산할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재건축하는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반포 124'는 다음 달 27일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분양 일정에 돌입한다. 청약은 12월 7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8일 일반공급 1순위를 접수하며 당첨자 발표는 같은 달 16일로 예정됐다.
단지는 지하 5층~지상 최고 35층, 50개 동, 총 5007가구 규모의 매머드급으로 들어선다. 이 중 일반분양으로 배정된 물량은 1801가구에 달한다. 강남권에서 1800가구를 웃도는 대규모 일반분양이 공급되는 것은 지난 1987년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1차 분양 2796가구) 이후 약 37년 만이다.
시장에서는 인근 시세 대비 분양가가 크게 낮게 책정돼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서 당첨 시 수십억 원대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자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는 물론 고가점 청약통장 보유자들까지 대거 통장을 던질 채비를 갖추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근 한강변 주요 단지들의 매매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95㎡는 지난 6월 56억3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고, 전용 59.96㎡는 지난 9월 48억 5000만원에 팔렸다. 같은 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5㎡는 62억 8000만원, 이달 들어 '반포자이' 전용 84.982㎡는 42억원에 각각 실거래 등록을 마쳤다.
디에치 반포 124의 분양가가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부동산업계에서는 3.3㎡당 1억 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를 국민평형인 전용 84㎡ 기준으로 계산하면 분양가는 약 33억8000만원 수준이다. 주변 단지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적게는 20억원에서 많게는 30억원 이상 낮게 공급되는 셈이다.
정비업계와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핵심 한강변 입지에서 이 정도 규모의 청약 물량이 나오는 것은 사실상 마지막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향후 압구정이나 대치 등 주요 재건축 사업이 예정돼 있으나 일반분양 비율이 현저히 낮거나 진행 속도가 더뎌 단기간 내 대규모 물량이 나오기 어렵다는 점이 청약 대기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공급 규모가 커진 만큼 청약 경쟁률과 당첨 가점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반포권역에서 분양한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우 일반분양이 178가구에 그쳐 1순위 평균 52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만점(84점) 통장이 대거 쏟아져 나온 바 있다. 반면 이번 단지는 공급 물량이 10배에 달해 평균 경쟁률 수치는 다소 완화될 수 있지만 접수되는 총 청약 건수는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용면적별 공급 물량과 특별공급 비중에 따라 청약 수요가 나뉠 가능성도 있다. 일반분양 1801가구 가운데 특별공급이 930가구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데다 전용 59㎡부터 84㎡까지 주택형이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0억원가량 낮은 수준이라면 사실상 로또 청약인 만큼 수요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무주택자는 물론 청약 자격을 갖춘 1주택자들도 관심을 보이면서 청약 과열 양상이 나타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청약에서 탈락한 수요자들이 주변 기존 아파트 매수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장 상황이 다르다"며 "세제 개편안과 금리 등 시장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아 선뜻 매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청약 이후에도 강남권 매매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