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최근 분양시장에서 유명 브랜드 아파트도 청약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10월 민영아파트 분양공고 226건 중 96건이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건설사들은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를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분양을 미루면 사업비 회수가 늦어지는 만큼 미분양 위험과 자금 부담 사이에서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의 올해 1~10월 청약 접수가 끝난 민영아파트 공고 227건을 분석한 결과 97건(42.7%)에서 전체 일반공급 모집 가구 수보다 1·2순위 신청 건수가 적었다. 전체 모집가구와 신청건수는 각각 4만2090가구와 1만4448건으로 평균경쟁률은 0.34대 1이였다. 지역별로 경기 30건, 부산 15건, 충남 12건, 경남 6건, 대전·울산·제주 각각 5건 순으로 많았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도 청약 부진을 겪었다. 미달 공고에는 자이 5건, 푸르지오 4건, 아이파크·더샵·힐스테이트가 각각 3건 포함됐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미달 물량이 수백 가구에 달해 브랜드 인지도만으로는 청약 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약 부진의 규모는 비슷한 시기 대규모 공급이 겹친 천안에서 뚜렷했다. 지난 9월 청약을 받은 천안 아이파크 시티 3·4단지와 두정역 푸르지오 그랑피크의 일반공급 물량은 특별공급 미달 이월분을 포함해 2991가구였지만 신청은 603건에 그쳤다.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한 물량만 2388가구로 전체의 79.8%에 달했다.
단지별 미달 물량의 경우 천안 아이파크 시티 3·4단지는 특별공급 잔여분을 반영한 일반공급 1609가구에 385건이 접수됐다. 같은 시기 청약한 두정역 푸르지오 그랑피크는 1382가구에 218건이 신청했다. 두 단지 모두 현재까지 선착순 동·호수 지정 계약 중으로 미분양 상태다. 두 단지는 대규모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서 청약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다.
문제는 청약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 분양가를 내리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10월 월간건설시장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74로 1년 전보다 6.0% 올랐다. 원자재와 인건비 등 공사원가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분양가를 인하하면 사업 수익성이 더 낮아질 수 있다.
이런 부담은 주택사업자들의 전망에도 반영됐다. 주택산업연구원의 10월 아파트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114.3으로 전월보다 5.5포인트(p) 상승했다. 미분양물량 전망지수도 108.6으로 2.7p 높아졌다. 분양가격이 오르고 미분양도 늘 것으로 보는 사업자가 동시에 많아졌다는 뜻이다.
기존 미분양을 털어내는 속도도 더디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8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134가구로 전월보다 1.3% 늘었다. 이 가운데 4만9998가구가 비수도권에 몰렸다.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주택은 2만8080가구에 달한다. 미분양 해소 수단인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의 올해 9월 말까지 매입 실적도 2개 사업장, 635가구에 그쳤다.
신규 분양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에서는 총 1644가구 규모의 트리븐센텀 1·2단지가 27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다음달에는 경기 화성 '향남 롯데캐슬 시그니처'(1542가구)와 인천 '청라 아크원 푸르지오'(868가구)가 3일 1순위 청약을 앞두고 있다.
미분양이 누적된 상황에서 내년 분양시장 회복 여부는 연말 신규 공급의 실제 계약률과 기존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얼마나 줄어드는지에 달려 있다. 가격을 낮추기 어려운 원가 구조 속에서 미분양을 해소하려면 주택 구매력을 뒷받침할 지역별 수요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지방은 미분양이 쌓여 분양가 경쟁력이 중요해졌지만 공사비 부담으로 건설사들이 가격을 낮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신규 분양을 진행하더라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자금 회수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내년에도 분양 일정과 사업비 부담을 둘러싼 고민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