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번 주 디바이스경험(DX)부문 경영진과 함께 미국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글로벌 생산거점에 로봇 투입을 준비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제조 현장을 살피는 행보로 풀이된다. 제조업 전반에서 AI를 통한 생산성 경쟁이 확산하면서 삼성도 제조 혁신을 통한 완제품 사업의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제조 현장 벤치마킹…삼성 기술 수준도 점검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오는 29일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HMGMA를 찾을 예정이다. 노태문 사장과 김원경 사장 등 DX부문 경영진이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DX부문 경영진과 로봇사업 담당자들은 올해 해외 스마트팩토리와 로봇 활용 현장을 둘러보며 벤치마킹 활동을 진행해왔다. 제조 기술의 적용 사례를 살피고 삼성의 자동화·로봇 기술 수준을 비교·점검하기 위한 일정이다.
취임 4주년을 맞는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연구개발(R&D) 캠퍼스에 있는 RX사업추진실도 찾는다. RX사업추진실은 삼성식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한창으로, 이 회장이 직접 참관하는 시연 준비에 만전을 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HMGMA는 현대차그룹이 북미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구축한 전동화 차량 생산거점이다. 초기 연간 생산능력은 30만대 규모로 조성됐으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이 공장에서는 AI와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과 물류를 관리하고 로봇을 통해 일부 공정을 자동화한다. 단순히 설비를 자동으로 작동하는 데서 나아가 생산 데이터를 분석해 공정 효율과 품질을 높이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HMGMA의 부품 서열 작업에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할 계획이다. 부품 서열은 생산 순서에 맞춰 필요한 부품을 분류하고 배치하는 작업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장 검증을 거쳐 2030년부터 아틀라스를 부품 조립 공정에도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HMGMA 방문은 삼성전자가 로봇 도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제조기업의 적용 방식과 운영체계를 직접 확인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삼성도 제조라인 로봇 투입 준비

제조 현장의 인공지능 전환(AX) 추진은 올해 취임 4주년을 맞는 이 회장도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분야로 꼽힌다.
이 회장은 올해 초 사내에 공유된 신년 영상에서 "일하는 방식과 조직 DNA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며 연구개발부터 생산·마케팅·지원까지 모든 업무에 AI를 접목할 것을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국내외 제조시설을 2030년까지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자재 입고부터 생산·품질검사·출하까지 AI를 적용하고, 가상공간에서 공정을 검증하는 디지털 트윈과 분야별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에는 DX부문 대표이사 직속 로보틱스 익스피리언스(RX)사업추진실도 신설했다. 분산된 로봇 역량을 모으고 중장기 전략부터 기술 개발과 사업화까지 총괄하기 위해서다.
구미에는 로봇 학습에 필요한 현장 데이터를 확보할 데이터 팩토리와 피지컬 AI·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7에서 어떤 로봇을 선보일지도 관심사다.
제조 현장에 AI를 적용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9일 지멘스가 AI를 활용해 공장 제조 자동화 수준을 현재 30~40%에서 70~80%로 높이려 한다고 보도했다. 세드리크 나이케 지멘스 경영이사회 위원은 제조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연간 7~9%의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미래사업전략실 산하에 'RX사업전략팀'을 신설했다. 아틀라스의 양산과 생산 현장 투입을 앞두고 로봇사업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조율하기 위한 조직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은 모두 RX라는 이름의 조직을 두게 됐지만 역할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의 RX사업추진실은 로봇 개발과 사업화를 총괄하고, 현대차그룹의 RX사업전략팀은 그룹 내 로봇사업의 방향과 조직 간 협업을 조율하는 데 무게를 둔다.
스마트폰·가전 수익성 개선에도 AX

전 세계에 스마트폰과 TV·가전 생산거점을 둔 삼성전자에는 제조 효율을 높이는 일이 사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부품 원가와 경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불량과 설비 가동 중단을 줄이고 개발·생산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AX의 주요 과제다.
특히 완제품을 담당하는 DX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전사 기준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을 기록했지만 DX부문은 부품 원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반도체 호황이 삼성전자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완제품 사업은 스마트폰 부품 가격 상승과 TV·가전시장 경쟁 심화에 직면했다. 생산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프리미엄 제품 판매와 서비스 매출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AI와 로봇을 활용한 제조 혁신은 반복 작업의 자동화에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설비 고장을 사전에 예측해 가동 중단을 줄이고 품질검사를 자동화해 불량을 낮추며 신제품 생산라인 구축 기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대규모 자동화 설비와 로봇을 도입하려면 초기 투자비가 필요하다. 실제 생산비 절감과 품질 개선으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과정도 뒤따라야 한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중국 베이징의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방문했다. 이곳은 높은 자동화 수준으로 불을 끄고도 가동이 가능한 '다크 팩토리'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