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 줄고 이주 수요 폭증⋯2028년 세입자 '고비'

전세 매물 줄고 이주 수요 폭증⋯2028년 세입자 '고비'

서울 신규 월세 24개구 우위, 전세 계약 33.9% 감소
전세 매물 15.4% 감소⋯올해 전셋값 8.73% 상승
2028년 이주 4.5만가구…갱신권·자금계획 관건

서울 상계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2028년이 임대차시장의 새로운 고비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전세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들의 만기와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이주 시기가 겹치기 때문이다.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마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계약과 이사 과정에서 세입자들의 보증금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세 공급 부족에 대비해 계약갱신요구권과 보증금 조달 계획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양천구를 제외한 24곳에서 신규 월세 계약이 전세를 앞질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 월세가 우세했던 지역은 8곳에 불과했다. 서울 전체 신규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중은 46.74%에서 57%로 10.26%포인트(p) 높아졌다.

월세 비중이 확대된 것은 신규 전세 계약이 급감한 영향이 크다. 같은 기간 신규 월세 계약은 5만1522건에서 5만1427건으로 비슷했지만 전세의 경우 5만8715건에서 3만8803건으로 33.9% 감소했다. 기존 전세의 월세 전환도 나타났다. 올해 갱신된 월세 계약 3만5161건 중 3472건(9.9%)은 종전 계약에 월세가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 거래가 위축되는 동안 보증금은 가파르게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누적 8.73%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2.17%)의 약 4배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도 이달 기준 2만951건으로 1년 전 2만4759건보다 15.4% 감소했다.

문제는 앞으로 전세 수요를 자극할 대규모 정비사업 이주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28년에는 이주 물량이 급증하는 반면 신규 입주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기존 세입자와 이주민 간 임대주택 확보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정비사업 이주 예정 물량은 2027년 1만3446가구에서 2028년 4만5256가구로 약 3.4배 증가한다. 그러나 부동산R114가 추산한 2028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5388가구로 이주 예정 물량이 신규 입주의 약 2.9배에 달한다.

정비사업 이주가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데다 신규 공급까지 줄어들면 주변 지역의 전세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 재건축 이주를 시작한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인근에서는 개포동 전세 매물이 이주 초기 1664건에서 4월 초 991건으로 약 40% 감소했다. 기존 생활권에 머물려는 이주민들이 인근 임대주택을 찾으면서 매물 확보 경쟁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입주 부족과 이주 수요가 맞물리면 전셋값이 과거 고점을 넘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올해 전세 계약을 새로 체결하거나 갱신한 세입자들은 2년 뒤인 2028년 대규모 이주 수요와 맞물려 계약 만기를 맞게 된다. 전세 매물이 부족하면 재계약이나 이사 과정에서 보증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계약갱신요구권이 남아 있다면 원칙적으로 한 차례 더 2년간 거주할 수 있고 임대료 증액도 5% 이내로 제한된다. 다만 올해 갱신요구권을 행사했다면 2028년에는 해당 권리를 다시 사용할 수 없다. 임대인의 적법한 갱신 거절 사유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미 갱신권을 사용했거나 이사를 앞둔 세입자는 보증금 조달 여력을 점검해야 한다. 거주지를 옮길 경우 해당 생활권의 정비사업 이주 및 신규 입주 일정도 살펴야 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고액 보증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가 이동하면서 상승 압력이 6억원 미만 전세와 월세로 분산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저렴한 주택을 찾아 이동하더라도 해당 지역의 임대차 수급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2028년 만기를 앞둔 세입자는 추가 대출 이자와 반전세·월세 전환 비용을 비교해 실제 주거비 부담이 작은 방안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전세와 월세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전세대출 금리와 전월세전환율을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며 "금융 비용까지 고려해 주거 형태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