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지난 추석에 고향을 찾았는데 온 산이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경남 창녕은 산 곳곳에 소나무가 많은데 산의 80%가 시뻘겋고 소나무는 곳곳에서 죽어 있었다.
우리나라 전체 소나무 규모는 약 16억 그루로 추정된다. 이중 약 1900만 그루가 그동안 소나무재선충병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고사는 아닌데 재선충병에 노출된 소나무까지 고려하면 약 2500만 그루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 경남, 제주, 부산, 울산 등 5개 시·도에 집중됐다.
소나무재선충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1년 사이에 피해 고사목 수가 177만 그루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약 19% 증가한 수치이다. 최근 5년 동안 피해 고사목 발생 규모는 4.7배 증가했다.
경북 포항, 경주, 안동, 경남 밀양과 창녕 등이 주요 피해지역이다. 경기 양평에서도 피해가 보고되는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2월 국가방제전략을 수립했다. 9월에는 국가재선충병방제단이 출범했다. 10월에는 경북 울진에서 국가방제벨트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등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방제는 주로 피해 고사목과 주변 감염 우려목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종전환 방제를 하거나 예방나무주사를 실시한다. 여전히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현재의 방제 대책으론 역부족이란 지적도 있다.

정종국 강원대 산림환경보호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며 “소나무재선충병의 1차 대발생기의 정점인 2007년에는 137만 본이 감염돼 고사했고 소나무류 반출금지구역의 면적은 115만7000헥타르(ha)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2차 대발생기인 2014년에는 218만 본이 말라 죽었고 반출금지구역은 139만ha로 증가했다. 2025년 4월 기준 고사목은 148만본이었는데 반출금지구역은 453만6000ha로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피해목의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피해 면적의 급증, 이로 인한 관리 대상 지역 증가, 관련 예산 증가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며 “피해를 본 기초자치단체의 수도 2025년 4월 기준 158곳이었는데 전체 지자체의 68.9%에 달한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방제 예산, 사유재산 보호, 송이 생산지 등 여러 이유로 인해 방제 현장에서는 대면적 벌채보다는 단목 방제(감염된 개체목만 제거하는 방식)를 가장 많이 선호하고 있다”며 “방제를 시행한 그해는 성공인 것처럼 보이는데 이듬해부터 다시 피해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원인은 복합적이라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정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매개충의 활동 시기가 과거 10~20여 년 전에 비해 2주 정도 앞당겨진 상황”이라며 “과거에는 솔수염하늘소가 분포하지 않았던 경기 남부, 강원 영동 지방에 솔수염하늘소가 포획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매개충은 2종이 보고되고 있는데 종의 생활사가 다르고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작업은 매개충의 생활사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예방나무 주사만으로는 방제에 한계가 있고 예찰과 감염목 제거 사업(모두베기 등 대면적 방제 적용)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현재까지의 상황만 보면 피해목의 수 증감 반복과 피해 면적의 증가 추세가 지속됨에 따라 소나무림을 지키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고까지 했다.
정 교수는 “현재의 국가방제벨트를 중심으로 차단선을 구축하고 압축방제를 하면서 내부의 피해 극심지는 수종전환 등으로 피해목을 줄여 나갈 수만 있다면 소나무림의 일부라도 보전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 산림 정책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정 교수는 진단했다. 정 교수는 “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는 소나무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지켜야 할 소나무림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며 “다만 기후변화로 소나무림의 분포 적지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나무만을 강조하는 산림 정책은 분명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급변하는 상황이 찾아와 많은 생물이 적응할 시간도 갖지 못해 사라질 수도 있는 게 지금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소나무재선충병의 확산 속도를 최대한 늦추되 점진적 적응을 위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정 교수는 강조했다.
소나무가 고사한 상태 그대로 산에 두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죽은 나무가 쓰러지면서 도로, 민가 등을 덮칠 수도 있고 전신주를 건드려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거다. 소나무림 전체가 고사한 자리에서는 산사태나 산불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정 교수는 우려했다.
정 교수는 지금의 상황을 진단한 뒤 “우리는 앞으로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투입돼야 할 수도 있고 의견 대립으로 논쟁이 심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