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뭘 위해 싸우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뭘 위해 싸우나

데스크칼럼 [사진=조정훈 기자]

[아이뉴스24 손정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법원의 제동에 한발 물러났다. 오는 26일부터 예고했던 3주간의 2차 파업을 미루기로 한 것이다.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 민사1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항고심에서 사측이 신청한 9개 공정 모두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노조가 파업 상황에서도 생산 설비의 정상 가동을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위반할 경우 1회당 2000만원을 회사에 물어야 하는 조건도 달렸다.

이번 결정은 법원이 바이오의약품 '연속 공정'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워질 경우 미칠 사회적 파장까지 고려한데 의미가 있다.

생산중단을 사측 압박에 가장 큰 무기로 썼던 노조로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그러면서도 노조는 파업을 어떤 식으로든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행보는 그들의 명분에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노조가 임금 협상 수준을 넘어 경영 현안까지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이달 들어 2대 주주인 삼성전자에 단체교섭을 요구한다거나, 유상증자의 청약 일정 보류를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노조가 제시하는 요구안에는 승격·평가·징계 등 인사제도와 고용조정 등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노조의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더욱 의구심을 자아내는건 2차 파업을 준비하는 방식이다. 노조는 파업 미참여금 부과와 향후 파업 참여자 우대 방침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벌금'을 만들어 참여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조합원을 대상으로 추가 쟁의기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추가 징수액은 1인당 20만원이다. 전체 조합원 4009명이 모두 납부하면 8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조합원들은 매달 1만원의 조합비를 내고 있다.

노조가 이렇게 큰 금액이 갑자기 필요한 이유가 짐작은 간다. 노조의 강력한 무기는 생산중단이기 때문에 앞선 법원의 판결에도 파업을 강행한다면 회사측에 지불해야 할 손해배상까지도 염두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 내부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쯤되면 일부 조합원들은 무엇을 위한 투쟁인지 의문이 생길수 밖에 없다.

사실 이 모든 상황은 작은 소용돌이에 불과할 수 있다. 혼란스러운 내부 상황과 떨어져 넓은 시각으로 보면 파업리스크는 단순히 삼성바이오로직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K-바이오를 이끄는 앵커기업이다. 송도클러스터로 대표되는 국내 바이오 생태계를 받치는 뿌리 역할이다.

파업리스크 장기화는 CDMO 기업에 치명적인 '공급 불안정' 이슈를 지속적으로 끌고갈 것이다. 이는 글로벌 고객사를 등돌리게 만들수 있다. 파업 리스크가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고객사는 보수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사이 유럽, 일본 등 CDMO 경쟁사들은 고객사 확보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이 가지고 있던 시장을 차지하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CDMO 시장이 사실상 재편되는 과정이라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상황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파업리스크를 안고 경쟁상대와 싸워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 중 누구라도 이 경쟁에서 도태되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조의 행보에 응원을 보낼 사람은 소위 그들뿐이다.

/손정은 기자(jes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