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품 귀국할 때 받으면 안 되나요"…입국장 인도장 확대 줄다리기

"면세품 귀국할 때 받으면 안 되나요"…입국장 인도장 확대 줄다리기

부산항 도입 3년 넘었지만 공항 확대는 제자리
부산항 지난해 4만4000건 이용…국회도 "사회적 편익 우세"
공항 공간·입국장 면세점 매출 우려 걸림돌…지방공항 우선 도입론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출국 전 구매한 면세품을 해외여행 내내 들고 다니지 않고 귀국할 때 받는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이 4년째 부산항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부산항 이용 건수가 4만4000건에 달하고 국회 분석에서도 사회적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공항 내 공간 부족과 입국장 면세점의 매출 감소 우려가 맞물리면서 다른 공항·항만으로 확대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위치한 면세품 인도장에서 고객들이 미리 구매한 물품을 찾고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1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은 2023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한 이후 다른 공항이나 항만으로 확대되지 않고 있다.

입국장 인도장은 국내 시내·온라인 면세점 등에서 출국 전에 산 상품을 귀국할 때 받는 시설이다. 입국하면서 현장에서 상품을 새로 구매하는 '입국장 면세점'과는 기능이 다르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화장품 등 무겁거나 부피가 큰 면세품을 해외로 가져갔다가 다시 들고 돌아오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여행 중 분실·파손 위험도 덜 수 있다.

면세업계는 휴대하기 불편해 구매를 포기하거나 해외 현지에서 쇼핑하던 수요를 국내 시내·온라인 면세점으로 돌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산항 이용 4만4000건…사회적 편익이 비용 웃돌아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6월 발표한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 설치의 입법영향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항 입국장 인도 실적은 약 4만4000건, 인도금액은 약 35억4000만원이었다.

2023년 제도를 도입한 이후 이용 건수와 금액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부산항 이용객이 줄어드는 시기에도 인도장 이용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부산항 입국장 인도장 모습. [사진=한국면세점협회]

국회입법조사처가 산출한 입국장 인도장의 연간 사회적 편익은 평균 4억100만원, 비용은 3억9500만원이었다. 두 수치의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신규 면세 수요에 따른 산업 파급효과 등을 고려하면 사회적 편익이 비용보다 우세하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매달 수천명의 내국인이 실제 편익을 얻고 있다며 제도 폐지보다 존치와 확대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입국장 인도장을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이미 마련돼 있다. 관세법 시행령은 공항·항만 등의 입국 경로에 면세품 인도장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확대가 더딘 것은 제도의 편익과 사업자별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대형 면세점에는 기회, 입국장 면세점에는 경쟁

입국장 인도장이 생기면 소비자가 상품 종류가 많은 시내·온라인 면세점에서 미리 구매할 유인이 커진다. 대형 면세업체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반면 귀국할 때 현장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입국장 면세점은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두 시설의 기능은 다르지만 같은 여행객의 면세 구매 한도를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입국장 면세점은 중소·중견 면세사업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취지로 도입됐다. 현재 경복궁면세점과 시티면세점 등이 입국장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입국장 면세점 사업자들은 인도장이 확대되면 상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대형 시내·온라인 면세점으로 수요가 쏠려 매출이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장 지배력이 큰 사업자에 구매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 등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대형 면세업체는 제도 확대를 통한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는 반면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중소·중견기업은 매출 잠식과 시장 집중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항의 공간과 여객 동선 문제도 걸림돌이다. 인도장을 설치하려면 공항·항만의 시설관리권자와 협의해 입국 동선 안에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입국장 면세점이 있는 경우에는 양쪽의 구매·인도 내역을 통합해 세관에 알릴 수 있는 전산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특히 이용객이 많은 인천공항은 입국장 혼잡과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추가 시설 설치에 신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공항공사나 항만공사 등 시설관리권자와의 협의가 선행돼야 인도장을 설치할 수 있지만 공간과 동선 문제로 협의가 쉽지 않다"며 "국민 편의를 위해 도입한 제도인 만큼 이용객 관점에서 확대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국장 면세점 없는 지방공항부터 도입 제안

업계에서는 기존 입국장 면세점이 없는 지방공항부터 인도장을 설치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기존 입국장 면세점과의 매출 충돌을 줄이면서 국제선 이용객의 편의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다.

대형 공항에 일괄적으로 설치하기보다 공항별 공간과 입국 동선, 국제선 이용객 규모를 따져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취지다. 청주공항 등이 우선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인천공항 면세점 전경

지방공항의 국제선 이용객이 늘고 있다는 점도 도입 필요성에 힘을 싣는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7월 지방공항 국제선 여객은 115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했다. 지방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래객은 238만명으로 40% 늘어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최근 지방공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노선 유치와 시설·운영 개선, 지역 관광 연계, 외래객 편의 서비스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입국장 인도장 설치가 TF의 확정 과제에 포함된 것은 아니다. 다만 면세업계는 지방공항 이용객의 쇼핑 편의를 높이고 지역 공항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부산항에서 이용 실적이 꾸준히 증가하고 사회적 편익도 확인된 만큼 지방공항에서 제도의 효과를 추가로 검증할 수 있다"며 "입국장 면세점이 없는 공항부터 도입하면 기존 사업자와의 충돌을 줄이면서 이용객 편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