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떠나 경기로 몰리는데⋯'국평' 20억 신고가 옆 청약 미달 속출

서울 떠나 경기로 몰리는데⋯'국평' 20억 신고가 옆 청약 미달 속출

서울→경기 월평균 4476명…작년 상반기比 50%↑
경기 미분양 1만4509가구…민영청약 42.9% 미달
“수요 있는 곳에 감당 가능한 가격 주택공급이 중요”

수원시 영통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이주하는 인구가 늘고 있지만 주택시장은 수요가 몰리는 곳과 외면받는 지역의 명암이 뚜렷하다. 서울 접근성과 교통·생활 인프라가 우수한 일부 단지에서는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20억원을 웃도는 반면 경기지역 분양공고 10건 중 4건 이상은 청약 모집 인원조차 채우지 못한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주택 공급 확대만으로는 지역별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에서 경기로 순유출된 인구는 3만5809명이다. 월평균 4476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2985명보다 약 50% 늘었다. 최근 5년간 주요 이동 경로에는 △은평구→고양시 3만7094명 △송파구→하남시 2만5443명 △강동구→하남시 2만3526명 등 서울과 맞닿거나 접근성이 높은 지역에 집중됐다.

하지만 서울을 벗어났다고 주거비 문턱이 일률적으로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화성 동탄역롯데캐슬 전용 84㎡는 지난 6월 22억25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광명 철산자이더헤리티지 전용 84㎡A 입주권도 7월 19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접근성과 교통·생활 인프라를 갖춘 일부 지역에서는 이른바 ‘국민평형’을 매수하는 데 20억원 안팎이 필요한 셈이다.

임차 비용도 만만치 않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보면 동탄역롯데캐슬 전용 84㎡에서는 지난해 6월 보증금 1억원·월세 260만원 계약에 이어 올해 5월 같은 면적·같은 층에서 보증금 1억원·월세 300만원 거래가 확인됐다. 하남 이편한세상미사 전용 84㎡도 올해 3월 보증금 6억원·월세 70만원에서 8월 보증금 6억원·월세 80만원에 계약됐다.

광명 철산래미안자이 전용 84㎡의 경우 지난달 전세 7억8000만원에 계약됐다. 서울을 벗어나더라도 이러한 단지를 고르면 높은 보증금이나 매달 내는 임차료를 감당해야 한다.

반면 경기지역 전체로 눈을 돌리면 주택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경기 미분양은 7월 1만4394가구에서 8월 1만4509가구로 늘었다. 국토부의 미분양 통계는 사업계획승인을 받아 건설 중이거나 준공된 민간 미분양 주택을 시·군·구와 시·도를 거쳐 매달 집계한다.

신규 분양시장에서는 지역과 단지에 따른 수요 격차가 더욱 뚜렷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서 올해 1월부터 10월 7일까지 경기지역 민영주택의 1·2순위 청약 결과를 직접 분석한 결과 63개 분양공고 중 27개(42.9%)는 일반공급 모집가구보다 1·2순위 접수자가 적어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재공고와 조합원 취소분을 포함한 공고 기준이며 계약 이후 미분양과는 구분된다.

먼저 오산헤리티지자이 1단지는 일반공급 958가구에 1·2순위 453명이 접수했고 2단지는 706가구 모집에 43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1단지는 일부 주택형에서, 2단지는 모든 주택형에서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해 기존 선호 단지의 고가 거래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청약 미달은 경기 남부뿐 아니라 북부와 외곽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양주 회천지구 A-8BL 로제비앙 엘가는 356가구 모집에 13건, 썬밸리 오드카운티 가평설악은 1034가구에 14건이 접수됐다. 시흥거모B1 호반써밋도 270가구에 135건이 신청해 모집 수를 채우지 못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지역에서는 일부 단지의 고가 거래와 미분양 증가, 청약 미달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서 경기로 이동하는 인구가 늘더라도 그 수요가 모든 지역의 주택시장으로 고르게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인구 이동 증가가 특정 지역의 집값 상승을 직접 유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공급 물량 확대보다 실제 주택 수요가 있는 지역에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부의 공급 확대가 주택시장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단순히 공급량을 늘리는 것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감당 가능한 가격의 주택을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처럼 지역별 수요가 뚜렷하게 갈리는 상황에서는 입지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격차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수도권 공급대책의 성패도 물량보다 실제 수요와 공급 지역이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