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줄고 사적자금 늘고…서울 집 살 '돈줄' 바뀐다

전세보증금 줄고 사적자금 늘고…서울 집 살 '돈줄' 바뀐다

사적자금 11.55%로 확대…임대보증금은 6.51%로 축소
대출 22%대 유지…금융자산 매각 비중 두배 이상 확대
“실수요자 지원, 소득·상환능력·보유자산 함께 고려해야”

[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서울 주택을 사는 돈의 출처가 바뀌고 있다. 세입자 보증금을 활용하는 비중은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반면 증여·상속과 가족·지인 차입 등을 활용하는 비중은 높아졌다. 금융기관 대출 비중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을 처분해 마련한 자금은 늘었다. 가족 지원과 보유자산에 따라 내 집 마련 여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은평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모습 [사진=연합뉴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주택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주택 매입자금은 총 71조127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증여·상속은 4조5821억원(6.44%), 가족·지인 간 차입 등이 포함된 '그 밖의 차입금'은 3조6363억원(5.11%)이었다.

두 항목을 합친 사적자금은 8조2184억원으로 전체 매입자금의 11.55%를 차지했다. 지난해 6.88%보다 4.67%포인트(p) 높아졌다. 반대로 취득하려는 주택의 세입자 보증금을 매입자금으로 활용한 비중은 같은 기간 14.83%에서 6.51%로 8.32%p 줄었다.

변화는 서울 전역에서 나타났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사적자금 비중이 임대보증금을 넘어선 곳이 없었지만 올해 1~8월에는 광진구를 제외한 24개 구에서 역전됐다.

사적자금 비중은 용산구가 15.6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성동구 15.29% △동작구 13.95% △영등포구 13.11% △강남구 12.70% 순이었다. 증여·상속 비중만 놓고 보면 성동구가 8.90%로 가장 높았고 동작·송파·강동·영등포 등도 7%를 웃돌았다. 지난해 강남3구에 상대적으로 집중됐던 가족자금 활용이 비강남 지역까지 확산된 셈이다.

은행 대출이 이를 대신한 것은 아니다. 서울 주택 매입자금 가운데 금융기관 대출 비중은 지난해 22.69%에서 올해 22.30%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주식·채권·가상자산 등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 비중은 3.66%에서 7.89%로 두 배 넘게 늘었다.

금융자산 활용은 고가주택에서 두드러진다. 국토부 자금조달계획서 집계상 올해 1~7월 전국 15억원 이상 주택 매입금액 중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은 12.2%였다. 전국 주택 매입에 활용된 주식·채권 처분자금 가운데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은 64.4%에 달했다.

서울 안에서도 자금 마련 방식은 다르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국토부에서 받은 올해 1분기 자금조달계획서 자료에서는 강남3구 매입자금의 37.6%가 부동산 처분대금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은 10.1%였다. 노원·도봉·강북구의 주담대 비중은 35.0%로, 기존 자산을 활용하는 지역과 대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차이가 뚜렷했다.

자금조달 방식 변화는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지난 8월 3012건으로 전월보다 34.8% 줄었다. 올해 가장 많았던 4월 8896건과 비교하면 66.1% 감소했고 4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거래 감소가 서울 전역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한국부동산 집계를 보면 9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9% 올라 86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곳곳에 자리 잡은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지역별 흐름도 엇갈린다. 강남구(-0.56%)와 서초구(-0.33%), 송파구(-0.19%)가 하락했고 용산구도 0.01% 내려 22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반면 서대문구(0.41%), 동대문·성북구(각 0.36%), 노원구(0.34%) 등 중저가 지역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 때문에 사적자금 증가를 곧바로 가격 방어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실제 사적자금 비중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용산구도 최근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현재 확인되는 변화는 가격 방향보다 주택을 사기 위해 동원하는 자금의 구성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가깝다.

가족자금 활용 확대는 특히 자산 축적 기간이 짧은 젊은층의 주택 구입 여건과 맞물린다. 올해 2분기 서울 강남3구 2030세대의 주택 취득자금 가운데 증여와 가족 차입 비중은 22.6%로 2024년 10.6%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이처럼 가족자금의 역할이 커지면 같은 청년층에서도 가족의 지원 여력에 따라 내 집 마련 여건이 달라질 수 있다. 서울 주택시장의 자금조달 방식 변화가 구매력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정부는 실수요자 지원정책을 설계할 때 나이와 무주택 여부뿐 아니라 가족 지원과 보유자산에 따른 자금 마련 능력의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같은 무주택 청년이라도 가족의 지원을 받거나 보유자산을 처분할 수 있는지에 따라 주택 구매력이 달라질 수 있다”며 “지원 대상을 정할 때는 소득과 상환능력,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을 함께 살펴 금융지원이 필요한 계층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