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사측과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의 사후조정까지 불발되자 2대 주주인 삼성전자로 교섭 대상을 넓히고 있다.
노조가 협상 결렬로 파업까지 예고하자 사측은 노조의 불법 행위 시 엄중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상태여서 삼성전자와의 교섭이 변수가 될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삼성전자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 제2호 후문, 제29조 제1항 및 제30조에 따라 근로조건에 관해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31.22%를 보유하고 있어 삼성물산(43.06%)에 이어 2대 주주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2대 주주"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삼성전자가 인사제도의 공통 기준과 평가·직급 요건, 핵심인력의 선발·육성·보상 수준 및 운영·변경 절차 등 근로조건에 관여해 온 정황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인사 자료, 교섭위원 명단 등을 이달 12일까지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오는 14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장에서 첫 교섭 자리를 갖자고 제안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올해 초부터 임단협 협상에서 평행선을 달려왔다. 지난 4월 하순 부분 파업에 이어 5월 1∼5일에 '1차 총파업'으로 규정한 전면 파업을 단행했고, 이후 연장·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준법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지방노동위원회의 사후조정 제도를 통해 3차례에 걸쳐 협의를 거쳤지만 이 역시 결렬됐다.
사후조정이 결렬되자 노조는 오는 26일부터 3주간 파업을 예고하는 한편 2대 주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교섭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다.
노조가 근거로 든 노조법 제2조 제2호 후문에 따르면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
이에 단체교섭의 양상은 삼성전자가 관련 법령을 어떻게 해석해 입장을 밝힐지에 달려 있다.
한 노무사는 "개정된 노조법,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2대 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면 교섭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원하청 관계이거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형태만 갖추고 삼성전자가 근로조건을 모두 결정하는 수준의 지배력이 아니라면 실질적인 교섭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노조가 예고한 파업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 사측의 부담이 커진 점도 관심사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측은 파업을 대비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측은 지난 2일 노조에 사후조정과 관련한 회사의 입장을 전하면서 파업과 관련해 "고의적인 설비 정지·훼손, 적극적 업무 방해, 사업장 점거 등 법률이 정한 기준을 벗어나는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법과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업무 수행을 중단하는 경우에는 기존과 같이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는 이번 임단협을 원만히 타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혹독한 경영환경 속에서 회사의 중장기 경쟁력에 부담을 초래할 수 있는 요구를 섣불리 수용할 수는 없다"며 "회사 역시 대화의 문은 열어 두겠으나,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원칙을 벗어난 타협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