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결정으로 전류 ON, OFF…'이온 스위치' 나왔다

소금 결정으로 전류 ON, OFF…'이온 스위치' 나왔다

UNIST 연구팀, 뇌 모방 연산·생체 신호 제어에 활용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소금 결정으로 미세한 통로를 막았다가 이를 녹여 통로를 여는 방식으로 반도체 칩 속 트랜지스터처럼 전류를 켜고 끄는 소자가 개발됐다. 뇌의 신호 전달 방식을 모방한 연산 회로나 신경 자극 장치에서 전류를 조절하는 기술에 쓸 수 있는 소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공학과 김태성 교수팀은 나노미터 크기의 통로 안에 소금 결정을 만들고 녹이는 방식으로 전류를 켜고 끄는 ‘이온 스위치’를 개발했다.

반도체 칩 안에는 ‘트랜지스터’라는 전류를 켜고 끄는 스위치가 들어간다. 전류가 흐르면 1, 흐르지 않으면 0으로 구분한다. 여러 스위치의 켜짐·꺼짐 상태를 조합해 정보를 저장하거나 연산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온 스위치도 전류를 켜고 끄는 장치다. 트랜지스터와 달리 전자 대신 이온이 움직이면서 전류가 흐른다. 전류를 끄는 역할은 소금 결정이 한다. 높이 약 120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의 통로에 염화칼륨이나 염화나트륨을 녹인 용액을 채운 구조이다. 용액 속에 흩어져 있던 이온들이 모여 소금 결정을 만들면 통로가 막혀 이온이 지나가지 못하고 전류가 끊긴 상태가 된다.

소금 결정으로 미세한 통로를 막았다가 이를 녹여 통로를 여는 방식으로 전류를 켜고 끄는 소자가 개발됐다. [사진=UNIST]

이 이온 스위치를 반복해서 켜고 끄려면 소금 결정을 만들고 녹이는 과정을 되풀이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이온 통로 위에 질소 기체나 물을 흘릴 수 있는 또 다른 통로를 만들었다.

두 통로는 물 분자가 통과하는 얇은 막으로 분리돼 있다. 위쪽 통로에 건조한 질소를 흘리면 아래쪽 용액의 물이 막을 통해 증발하면서 용액이 진해져 소금 결정이 생긴다. 다시 물을 공급하면 결정이 녹아 전류가 흐른다.

실험 결과 염화칼륨 용액을 채운 스위치를 32차례 연속 작동시켰을 때 켜짐 상태에서 전류가 꺼짐 상태보다 평균 156배 컸다. 전류가 흐르는 상태와 차단된 상태가 명확하게 구분된 것이다. 질소를 흘린 뒤 전류가 차단되기까지는 평균 8.6초가 걸렸고 물을 다시 공급했을 때는 3초 이내에 전류가 흐르는 켜짐 상태로 전환됐다.

스위치 두 개를 한 칩 안에서 병렬 또는 직렬로 연결해 논리회로도 만들었다. 병렬로 연결한 OR 회로와 직렬로 연결한 AND 회로 모두 입력 조합에 따라 정상 작동했다. 논리회로는 0과 1로 된 정보를 정해진 규칙에 따라 처리하는 컴퓨터 연산의 기본 회로로 OR은 두 입력 중 하나라도 1이면 1을, AND는 두 입력이 모두 1일 때만 1을 출력하게 된다.

김태성 교수는 “소금물이 마르면 결정이 생기고 물을 더하면 다시 녹는 단순한 현상에서 출발해 논리 연산을 수행하는 이온 회로를 만들었다”며 “반도체 회로에서 트랜지스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듯 이온 스위치도 뇌의 정보 처리 방식을 모방하거나 생체 신호를 다루는 이온 회로의 기본 소자로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