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절반이 반도체인데, 그 절반은 중국행…커지는 '쏠림 리스크'

수출 절반이 반도체인데, 그 절반은 중국행…커지는 '쏠림 리스크'

1~20일 반도체 수출 341억달러…전체의 47.8%
지난달 중국·홍콩 비중 52.3%…中 메모리 점유율도 상승
당장 위협은 제한적이지만 서방 진출·수출 다변화가 변수

[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지만, 품목과 지역 모두 특정 시장에 지나치게 쏠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에는 반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과 홍콩으로 향한 가운데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점유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출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 평가지만, 중국 업체의 해외 진출과 반도체 가격 정상화에 대비해 기술·가격 경쟁력과 수출 산업 다변화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현재 반도체 수출 비중이 이례적으로 높은 것으로, 향후 평년 수준으로 돌아갈 경우 수출 성장 동력을 다른 산업으로 넓힐 수 있을지도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왼쪽), SK하이닉스 사옥 전경. [사진=각 사]

中 자립 빨라져도…韓 반도체 수출은 역대 최대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반도체 수출은 341억달러(약 47조원)로 잠정 집계됐다. 전체 수출 714억달러(약 101조원)의 47.8%다. 1~20일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이달 1~20일 반도체 수출은 341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47.8%를 차지했다. [자료=관세청]

중국·홍콩으로 향하는 반도체도 많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반도체 수출은 466억7000만달러(약 64조원)였다. 이 가운데 중국·홍콩향은 244억1000만달러(약 33조원)로 52.3%를 차지했다. 전년 동월보다 299.7% 늘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 빨라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한국의 반도체 수출을 끌어내리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 반도체 자립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지금은 반도체 수요 자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중국의 자립도가 높아진다고 해서 우리 수출이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CXMT·YMTC 점유율 급상승…"아직은 내수 대응"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점유율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1위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은 9.5%다. 삼성전자(39.4%)와 SK하이닉스(24.9%), 미국 마이크론(23.3%)에 이어 세계 4위다.

낸드에서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올해 2분기 비트(데이터의 단위) 출하량 기준 14%를 기록했다. 삼성전자(25%)와 SK하이닉스(22%)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일본 키옥시아를 조금 앞선 수준이다.

CXMT는 최근 5세대 D램 공정 양산에 들어갔다. YMTC도 중국 소비자용 낸드 시장에서 판매를 늘리고 있다. 중국 내 스마트폰과 PC, 서버업체들도 자국산 반도체 사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中은 내수만 하기도 바빠…서방 진출이 관건"

그렇다고 중국 메모리 점유율 상승을 곧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출 감소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중국 내수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PC, 서버, 가전 등 현지 수요가 많아 생산능력을 늘려도 상당 부분을 중국 안에서 소화할 수 있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CXMT나 YMTC가 성장하고 있지만 현재는 중국 내수용이 중심"이라며 "중국 시장이 워낙 커 지금은 내수 수요를 대응하는 데도 바쁘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가 미국과 유럽 등 서방시장으로 판매처를 넓히기까지는 규제 변수도 있다. YMTC는 미국 수출통제 대상인 '엔티티 리스트'에 올라 있고,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에도 제약을 받고 있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추후 중국 업체들이 서방세계에 본격적으로 제품을 팔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며 "중국의 기술력과 자본력이 더 커지면 국내 업체에도 타격이 올 수 있지만, 결국 기술 개발 속도와 국제 정세를 함께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력 외 마케팅·가격 전략도 중요"

업계에서는 중국 메모리 성장에 따른 영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소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메모리 중심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외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과 시스템설계(LSI)도 하지만 이들 사업이 반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메모리보다 작다.

다만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결국 메모리 비중이 큰 만큼 중국 업체 성장에 따른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 HBM4, HBM4E 메모리가 전시돼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업계에서는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격과 판매 전략도 중요하다고 본다. 메모리 가격은 한동안 큰 폭으로 올랐지만 최근에는 상승세가 주춤하거나 일부 제품은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가격을 계속 올리면 고객사가 다른 제품이나 공급처를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상황에 맞춰 가격을 일정 수준에서 유지하거나 물량을 조절하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앞선 관계자는 "결국 기술 개발뿐 아니라 마케팅과 가격 전략, 시장 상황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수출 48% 자체가 이례적"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지금처럼 높은 상황을 계속 전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투자 확대와 공급 부족으로 HBM을 비롯한 메모리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 수출액에 반영돼 있어서다. HBM 가격이 안정되거나 공급 부족이 풀리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다시 낮아질 수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금처럼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이례적이고 일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HBM 가격이 안정되거나 공급 부족이 해소되면 비중은 (원래대로) 다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비중이 낮아졌을 때 다른 산업이 그 부분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도 같이 봐야 한다"고 했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