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호 붕괴 홍수, 급증할 것…초국경 경보 공백 심각 [지금은 기후위기]

빙하호 붕괴 홍수, 급증할 것…초국경 경보 공백 심각 [지금은 기후위기]

지구 가열화 진행되면서 큰 위협

네팔 누와코트 지역 트리슐리강에서 구조대가 굴착기로 홍수 피해자를 옮기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네팔에서 빙하호 붕괴 홍수가 발생해 수천명이 희생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으로 이 같은 돌발 홍수는 지구 가열화가 가중되면서 급증할 것으로 분석됐다. 초국경 경보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더 큰 희생이 따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22일 ‘네팔 대홍수와 빙하호 붕괴 홍수(GLOF), 기후 스트레스에 놓인 제3극’이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남극과 북극과 함께 히말라야 등 고산지대를 ‘제3극’이라 부른다.

이번 보고서는 2026년 8월 보테코시–렌데(Bhote Koshi–Lhende) 홍수를 주요 사례로 삼아 빙하호 붕괴 홍수(GLOF, Glacial Lake Outburst Flood)와 이와 연계된 산악 재해 사슬에 대한 네팔의 노출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을 검토했다. 보테코시와 렌데는 네팔과 중국(티베트) 접경지역에 있는 대표적 강, 계곡이다.

네팔의 가파른 지형, 몬순에 의존하는 수문 체계, 후퇴하는 빙하, 좁은 하천 계곡을 따라 갈수록 밀집되는 인프라가 결합해 갑작스럽고 강력한 홍수에 대한 높은 노출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이러한 위험이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4년 타메(Thame) GLOF, 2025년 푸레푸(Purepu) 빙하 표면호 배수, 2026년 보테코시–렌데 홍수는 직접적 발생 원인은 각기 달랐는데 모두 빙권(cryosphere)의 불안정화가 하류로의 급속한 연쇄 피해로 이어지는 유형을 보였다.

2025년과 2026년에 렌데–보테코시 회랑을 따라 대형 홍수가 연이어 발생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앞으로 지구 가열화가 진행되면 빙하 녹은 물이 금세기 중반 정점(peak water)에 다다르는 동시에 빙하호와 표면호가 확장·불안정화되면서 복합 홍수 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30일(현지시간) 최초 사고 지점에서 100여km 떨어진 치트완 나라야니 강가에서 시민들이 나무를 치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시에 하천회랑을 따라 늘어나는 정주지, 도로, 수력발전 인프라는 하류의 노출도를 계속 키우고 있다. 이번 보고서가 제시하는 핵심 정책적 시사점은 ‘초국경 경보 공백’이다. 코시(Koshi), 간다키(Gandaki), 카르날리(Karnali) 세 유역에 걸쳐 확인된 47개의 잠재적 위험 빙하호 가운데 25개가 중국 영토에 있고 네팔은 상류의 수문·위성 자료를 실시간으로 받는 상시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

2025년과 2026년의 두 홍수는 이러한 공백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었고 네팔–중국 국경을 아우르는 공동 관측과 조기경보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네팔의 고산 지형은 침식에 취약한 가파른 사면과 극단적 고도차, 종종 네팔–중국(티베트) 국경을 가로질러 뻗어 있는 하천 유역이 결합된 구조를 지닌다. 이러한

초국경적 지리 조건은 이번 보고서가 다루는 홍수 위험의 핵심 요소인데 고산지대에서 발생한 재해가 국가 경계를 빠르게 넘나들며 이동할 수 있다.

네팔의 빙하호 붕괴 홍수(GLOF)는 서서히 진행되는 배경 조건과 짧은 순간에 작동하는 국지적 계기가 상호작용하며 발생한다. 지속적 가열화는 빙하의 얇아짐과 후퇴를 이끌어 불안정성에 노출된 빙하호·모레인-댐호의 수와 규모를 늘린다.

여기에 빙하 붕괴, 암석·잔해 눈사태, 변위파, 댐의 침식이나 파이핑, 지진 충격 같은 국지적 교란이 더해지면 그동안 누적된 취약성이 단 몇 분 만에 갑작스러운 홍수로 전환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김 교수는 대응 전략으로 몇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우선 소규모의 작은 호수까지 실시간·자동으로 탐지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원격탐사 기술을 확대해 ‘미관측 사건’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기에 하천 수위계, 고산지대 지진 센서, 음향 관측을 하나로 통합한 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하면 얼음 눈사태와 GLOF의 전조를 홍수파가 정주지에 도달하기 전에 탐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최고 위험 빙하호에 배수 터널을 놓고 통제된 방류 구조물을 설치하고, 수력발전 취수구 주변에 우회 수로를 마련하는 등의 공학적 저감 대책은 관측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붕괴의 물리적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등 다자간 기후 재원의 뒷받침을 받아 네팔·중국·인도를 잇는 공동 초국경 조기경보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구 가열화가 지속되면 히말라야의 빙하 융빙수 유출량은 금세기 중반 무렵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월 발생한 네팔 돌발 홍수로 지금까지 사망자는 약 1400명, 실종자는 약 6600명에 이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