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R&D 예산은 줄여도…로봇은 키운다

건설사 R&D 예산은 줄여도…로봇은 키운다

9개사 연구개발비 11.6%↓…현대ENG·SK에코만 증액
타공·도장·타설·안전 등 자동화…로봇 활용범위 다변화
AI 에이전트 설계·공정관리 확산…현장 '실질효과' 관건

[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 연구개발(R&D) 비용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인공지능(AI)과 로봇·자동화기술 활용범위는 설계·데이터 처리를 넘어 안전관리와 현장점검, 직접시공 등 실제 건설업무로 확장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R&D예산 총액은 줄었지만 주요 연구과제에서는 AI와 로봇을 현장업무에 직접 투입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25일 주요 10대 건설사 2025·2026년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물산을 제외하고 전년동기 비교가 가능한 9개사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 단순 합계는 2241억4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2534억7300만원보다 11.6% 감소한 수치다.

삼성물산 벽체 타공 로봇 현장 적용 모습 [사진=삼성물산]

회사마다 연결·별도 등 연구개발비 집계 기준이 달라 업체간 절대액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삼성물산 역시 건설외 다른 사업부문 연구개발비가 포함돼 있어 합산 대상에서 제외했다.

연구개발비를 늘린 곳은 현대엔지니어링과 SK에코플랜트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상반기 97억5800만원에서 올해 200억1200만원으로 105.1%, SK에코플랜트는 45억8800만원에서 103억1800만원으로 124.9% 늘었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연구조직 개편 및 변동으로 연구개발비가 일시 감소했다고 공시해 올해 증가폭에는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반면 현대건설은 963억2500만원에서 735억7400만원으로 23.6%, DL이앤씨는 197억6500만원에서 120억2700만원으로 39.2% 줄었다. 대우건설도 433억500만원에서 331억9300만원으로 23.4% 감소했다. 비교할 수 있는 9개사 가운데 7곳 연구개발비가 줄어든 셈이다.

연구개발비 감소세와 별개로 연구과제 내용에는 변화가 뚜렷했다. 기존 디지털기술이 설계와 데이터 처리 지원에 무게를 뒀다면 최근에는 사람이 직접 수행하던 위험·반복작업과 점검업무까지 AI와 로봇 적용영역을 확충하는 추세다.

삼성물산은 하이테크 시설에서 고소작업을 대신하는 바닥 홀 타공로봇을 개발했고 자율주행형 자재 운반로봇도 연구실적에 담았다. 현대건설은 중장비·화재사고를 예방하는 AI 영상분석과 무인순찰로봇을 활용한 현장데이터 기록자동화를 연구하고 있다.

GS건설은 아파트 배수시설 시공 모니터링 자동화와 AI 화재예측·소방성능 설계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철근 배근 검사·결속 자동화 로봇과 용접·도장 등에 활용하는 고소작업 로봇 플랫폼을 연구중이다. 현대건설과는 지난 6월 연구개발 조직을 통합해 HMG건설기술연구원을 출범시키고 AI·로보틱스 기반 스마트건설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대우건설은 콘크리트 타설과정에서 동바리 붕괴위험을 관리하는 무선 관제시스템과 하도급 위험관리·서면교부 자동화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있다.

DL이앤씨는 현장이미지를 이용해 발파암 입자크기를 분석하고 노천 발파패턴 설계를 지원하는 AI 알고리즘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건설이 단지 내·외부와 지하주차장 등을 순찰하는 데 활용하고 있는 사족보행 로봇. [사진=현대건설]

롯데건설은 지하주차장 천장 천공부터 앵커·볼트조립과 체결까지 자동화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드론과 360도 카메라 영상을 활용해 시공오차와 공정률을 분석하는 AI 디지털트윈과 실내 자율주행 점검기술도 연구중이다.

포스코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는 설계와 공정관리 자동화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공정표 작성과 공사기간 검토, 품질분석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했고 SK에코플랜트는 공간·장비배치와 BIM 설비간 간섭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AI 에이전트를 연구하고 있다.

건설사별 적용분야는 다르지만 지향점은 일치한다. AI는 설계·분석을 넘어 위험관리와 공정판단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로봇은 고소·반복·위험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방향으로 활용도를 넓히고 있다.

연구개발비 규모 자체보다 기술 현장적용 가능성과 효율을 높이는 과제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셈이다.

결국 관건은 개발된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거두는 성과 수준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비 액수보다 적용현장수와 작업시간 단축, 위험노출 감소, 품질개선 등 실질효과가 확인되는지가 향후 건설사 기술경쟁력을 가늠할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