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쌓였는데 생산현장은 '삐걱'…조선업계 임금협상 난항

일감 쌓였는데 생산현장은 '삐걱'…조선업계 임금협상 난항

한화오션, 골리앗 크레인 4대 멈춰
HD현대重 교섭 결렬…삼성重 제시안 거부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수년 치 일감을 확보하고도 생산 일정의 불확실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임금·단체교섭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삼성중공업도 임금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한화오션에서는 부분파업으로 핵심 생산설비인 골리앗 크레인까지 가동을 멈췄다.

조선업종노조연대가 추석 연휴 이후 공동행동을 예고하면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 건조 일정과 비용은 물론 납기 경쟁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진=한화오션]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화오션지회는 이날 24차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함께 성과급 지급 기준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와의 견해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은 2차 제시안으로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일시금 650만원 지급, 매년 100만원 상당의 복지포인트 제공 등을 제안했다. 성과급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노조는 제시안이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섭이 공전하면서 쟁의 강도도 높아졌다. 한화오션 노조는 지난 14일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7시간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18일에는 거제사업장 골리앗 크레인 4대의 가동을 24시간 중단했다.

파업 영향은 기존 1·2도크에서 해양플랜트 건조장인 헤비존 3·4도크까지 확대됐다. 거제사업장 전체 5개 도크 중 4개 도크가 영향을 받은 셈이다. 다만 노조가 도크를 직접 점거한 것은 아니다.

골리앗 크레인은 조립장에서 제작한 대형 선체 블록을 건조 도크로 옮겨 탑재하는 핵심 설비다. 크레인 가동이 중단되면 블록 탑재뿐 아니라 용접과 의장 등 후속 공정의 작업 순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까지 선박 인도 지연이나 구체적인 생산 손실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가동 중단이 반복되면 밀린 공정을 만회하는 데 추가 비용과 시간이 들 수 있다.

HD현대중공업도 추석 전에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 11일 4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간 뒤 14일과 15일에도 각각 4시간씩 작업을 중단했다. 지난 18일에는 파업 시간을 7시간으로 늘린 뒤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추석을 앞둔 이번 주에는 파업과 공식 교섭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회사는 호봉승급분 4만7000원을 포함해 기본급을 11만원 올리고 격려금 1000만원과 기본급 200%, 상품권 5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100% 확대,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재원으로 한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구호 외치는 HD현대중공업 파업 참여 조합원들. [사진=HD현대중공업 노조]

회사가 일시금 등 변동 보상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는 반면 노조는 기본급과 상여금 등 고정급 확대를 요구하면서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추가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추석 이후 투쟁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삼성중공업도 임금협상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회사는 기본급 4.0% 인상과 정기승급 0.7%를 합쳐 총 4.7%, 금액으로는 11만9137원의 인상안을 내놨다. 임금 타결과 노사 화합, 미래 경쟁력 강화 등을 명목으로 한 격려금 650만원도 제시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회사 제시안을 거부하고 기본급 9.3%인 23만5273원 인상과 임금피크제 폐지, 조건 없는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협의회는 쟁의 절차를 밟았지만 구체적인 파업 일정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추석 이후에는 개별 사업장의 갈등이 조선업계 공동행동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조선업종노조연대에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을 포함한 7개 사업장의 8개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6개 사업장에서 노동쟁의 조정신청이나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의 절차가 진행됐다.

조선노연은 추석 이후 공동파업을 포함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각 사업장의 교섭 결과에 따라 참여 범위와 쟁의 수위가 달라질 전망이다.

노사 갈등이 길어지면 조선사들이 확보한 일감을 예정대로 소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조선·해양 부문 수주잔액은 지난 2분기 말 기준 약 224조원에 달한다.

선박 수주는 건조와 시운전, 인도를 마쳐야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진다. 특정 공정의 차질이 누적되면 후속 작업을 앞당기기 위한 인력과 비용 부담이 커지고 납기 관리도 어려워질 수 있다. 생산 안정성이 흔들릴 경우 추가 수주 경쟁력은 물론 확대되고 있는 한·미 조선 협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