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부인 김옥숙 여사가 아들 노재헌 주중한국대사와 관련된 재단 등에 낸 152억원의 출처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30여년 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돈이 김 여사와 가족들을 통해 별도로 관리됐는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최근 동아시아문화재단 관계자와 노 전 대통령의 전직 비서관 등을 불러 조사했다.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도 참고인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52억원 출연금…30년 전 비자금까지 거슬러간 수사
검찰은 지난달 21일 서울 연희동 김 여사 자택과 동아시아문화재단, 노태우센터 등을 압수수색했다.
과거 노 전 대통령 일가에 차명계좌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직 비서관의 자택도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수사에서 주목되는 돈은 김 여사가 재단 등에 출연한 152억원이다. 김 여사는 2016~2021년 노 대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재단에 147억원을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에는 노태우센터에 5억원을 기부했다. 검찰은 이 돈이 노 전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됐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은 1995년 검찰 수사로 시작됐다.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금 2628억원이 확정됐고, 미납 추징금은 2013년 모두 납부됐다.
당시에도 검찰이 확인하지 못한 돈이 더 있다는 의혹은 남았다. 특히 김 여사와 친인척 등이 별도로 자금을 관리했다는 이른바 '안방 비자금' 의혹이 제기됐다.
정치권에서도 김 여사 친인척이 관리하는 자금까지 추가로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억원·210억원 이어 ‘김옥숙 메모’까지
이후 김 여사 주변에서는 거액의 돈이 잇따라 확인됐다. 2005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서 11억9900만원을 발견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가족들이 모은 돈이라고 소명했고 해당 자금은 미납 추징금 납부에 사용됐다.
2007년 국세청 조사에서는 김 여사가 2000~2001년 다른 사람 명의의 농협중앙회 보험상품에 210억원을 납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 여사는 이후 이 돈이 기업들이 보관하다 넘겨준 122억원과 보좌진·친인척 명의 자금 43억원, 본인 계좌 자금 33억원, 현금 11억원 등이라고 소명했다.

비자금 의혹은 2024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을 계기로 다시 불거졌다.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최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하며 이른바 ‘김옥숙 메모’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메모에는 ‘선경 300억원’을 포함해 총 904억원 규모의 자금 내역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5·18기념재단 등이 김 여사와 노 관장, 노 대사 등을 고발하면서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검찰은 노 관장을 조사할 경우 메모의 작성 경위와 자금의 성격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도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노 전 대통령의 300억원 지원을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며 2심을 파기환송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7월 재산분할금을 9440억원으로 다시 정했다.
최 회장은 재상고한 뒤 이 가운데 2440억원에 대해서만 대법원 판단을 받기로 했다. 대법원은 지난 14일 사건을 접수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