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신경 회복의 새로운 길 열렸다

손상된 신경 회복의 새로운 길 열렸다

척수손상으로 생긴 흉터(별세포)가 운동신경세포로 변신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척수손상 후 형성되는 흉터를 신경세포로 바꿔 마비를 회복시키는 신기술이 나왔다.

척추 손상은 한번 발생하면 신경 재생과 기능 회복이 매우 제한되는 대표적 난치 질환이다. 손상 부위에 ‘반응성 별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며 ‘교세포 흉터’를 만들기 때문이다. 손상된 신경세포가 다시 자라고 신경회로를 복구하는 과정을 방해하는 장벽으로 알려져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장석복)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 인지 및 교세포과학 그룹(단장 이창준)은 연세대 의과대학 하윤 교수 연구팀과 함께 교세포 흉터를 오히려 신경 재생의 자원으로 삼는 전략을 고안해 선택적 유전자 발현 기술 ‘TRANsCre-DIONE(트랜스크리-디오니)’를 개발했다. 손상 부위 내 ‘반응성 별세포’만을 표적해 운동신경세포로 직접 전환함으로써 신경회로 복구에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TRANsCre-DIONE’을 활용해 별세포가 운동신경세포로 전환에 성공하고 주변의 신경세포와 연결됐음을 확인했다. [사진=IBS]

연구팀은 TRANsCre-DIONE 기술을 이용해 특정 세포가 신경세포로 분화하도록 유도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Neurogenin2(뉴로지닌2, Ng2)’를 척추 손상 부위의 반응성 별세포에만 발현되도록 했다. 반응성 별세포를 운동신경세포 특성을 가진 기능성 신경세포로 전환분화했다.

전환된 세포들은 단순히 신경세포의 형태를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전기 신호를 내보내거나 주변 신경회로와 연결돼 시냅스를 형성하는 등 신경세포 기능을 완벽히 수행했다.

더불어 유전자 마스터 스위치인 Ng2는 마치 ‘카멜레온’처럼 생쥐의 대뇌 선조체에 주입했을 때는 해당 부위를 구성하는 세포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가바(GABA)성 신경세포로, 척수 부위에 주입하자 운동 능력을 담당하는 운동신경세포로 바뀜을 확인했다. 원하는 별세포를 주변 환경에 따라 꼭 필요한 신경세포로 환골탈태시킬 수 있는 맞춤형 분화 메커니즘을 발견한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마우스 선조체 손상 모델에 기술을 적용한 결과 62%의 효율로 신경세포가 대체되었다. 필터링이 까다롭고 복잡한 영장류인 게잡이원숭이의 선조체 환경에서도 93.13%라는 높은 표적 정밀도와 세포 전환 가능성을 입증했다. 앞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공동교신저자인 하윤 교수는 “TRANsCre-DIONE은 신경회로의 근본적 재건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현행 척추손상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해 냈다”며 “임상 적용할 때 척수손상 치료의 패러다임을 기능 보존에서 신경 재생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신저자 이창준 연구단장은 “TRANsCre-DIONE 기술은 척수손상뿐 아니라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 치료에 널리 쓰일 것”이라며 “별세포가 마법처럼 신경세포로 변신하듯 하루빨리 TRANsCre-DIONE 기술이 실용화돼 척추손상 환자들이 일어서는 기적 같은 순간이 찾아오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 자매지 ‘실험분자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9월 11일 온라인으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