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성진우 기자] 한국거래소(KRX)가 애프터마켓을 열면서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가 사실상 독점해온 비정규장 시장이 경쟁 체제로 전환했다. 거래 종목 수에서는 KRX가 우위를 점하는 반면 NXT는 먼저 확보한 유동성과 낮은 수수료, 프리마켓을 무기로 방어에 나선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RX는 이날부터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애프터마켓 운영을 시작했다. 기존 오후 4~6시 시간외단일가 매매를 폐지하고 매수·매도 호가가 맞으면 실시간으로 체결되는 접속매매 방식으로 전환했다.
NXT가 먼저 차지했던 정규장 이후 실시간 거래 시장의 독점 구도가 깨졌다. NXT는 KRX 정규장이 오후 3시30분 종료된 뒤 오후 3시40분부터 8시까지 애프터마켓을 운영한다. KRX보다 20분 먼저 문을 열지만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4시간 동안은 두 시장이 동일한 투자자의 주문을 놓고 경쟁한다.
KRX가 내세우는 가장 큰 무기는 거래 종목 수다.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 종목 대부분을 거래할 수 있다. NXT에서 거래되지 않던 종목까지 정규장 종료 이후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은 시장 변동성과 운용업계의 가격 관리 부담 등을 고려해 거래 대상에서 제외했다.
NXT에는 선점 효과가 있다. KRX가 애프터마켓에 뛰어들기 전부터 오후 비정규장을 운영하면서 투자자와 증권사의 주문을 받아왔다.
비용 경쟁력도 강점이다. NXT가 증권사에 부과하는 매매체결 수수료는 KRX보다 20~40% 낮다. 개인 투자자가 실제 부담하는 수수료는 증권사의 우대 조건과 요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증권사가 주문을 어느 시장으로 보낼지 결정할 때는 비용도 고려 요소가 된다.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핵심은 유동성이다. 두 시장에서 모두 거래되는 종목은 최선주문집행(SOR)을 통해 주문이 배분된다. 투자자가 거래 시장을 직접 지정하지 않으면 증권사가 가격과 체결 가능성, 비용 등을 비교해 투자자에게 유리한 시장으로 주문을 보낸다.
수수료가 낮다고 반드시 NXT로 주문이 몰리는 것은 아니다. 매수·매도 호가가 충분히 쌓여 있어야 투자자가 원하는 가격과 수량으로 거래할 가능성이 커진다. 거래가 많은 시장에 주문이 더 몰리고, 늘어난 주문이 다시 유동성을 키우는 구조인 만큼 초반 거래대금 확보가 두 시장 모두에 중요하다.
KRX가 애프터마켓에서도 정규시장과 같은 폭넓은 종목을 앞세워 유동성을 빠르게 확보할 경우 NXT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동안 NXT가 누려온 '정규장 이후 실시간 거래'라는 차별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NXT가 낮은 수수료와 기존 유동성을 바탕으로 거래 비중을 지켜낸다면 KRX와 NXT가 시간외시장을 나눠 갖는 경쟁 구도가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
NXT만의 차별점도 남아 있다. 정규장 개장 전 시장은 여전히 NXT가 독점하고 있다. NXT는 오전 8시부터 8시50분까지 프리마켓을 운영한다. KRX가 애프터마켓에 진출하면서 오후 시장의 독점은 깨졌지만 오전 시장에서는 NXT의 우위가 유지되는 셈이다.
KRX의 참전으로 국내 복수 거래시장 경쟁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지금까지 KRX 정규시장에 도전하는 입장이었던 NXT가 먼저 개척한 비정규장에서 KRX의 도전을 받게 됐다. 향후 오후 4~8시 거래대금과 거래량이 어느 시장으로 이동하는지가 NXT의 경쟁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성진우 기자(politpeter@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