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증시 활황과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를 타고 은행을 위협할 만큼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반기 순이익 2조원 시대를 열었고, 키움증권도 1조원대 순이익을 거두며 리테일 강자의 위상을 굳혔다. 하지만 급성장의 이면에는 신용융자, 위험자산 확대에 따른 변동성도 자리한다. 오너 2·3세의 경영 참여가 본격화하면서 승계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증권사의 성장 동력과 이면의 위험, 승계구도, 포용금융 수준을 짚어본다. [편집자]

[아이뉴스24 성진우 기자]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승계 문제에 있어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을 전면에 내세운다. 전문 경영인 체제 전환 후 자녀들은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구상이다. 최근 박 회장의 자녀들은 각 계열사의 핵심 부문으로 이동했다. 업계에서는 2세 시대를 대비한 승계 밑그림이 채워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래에셋 지배구조 정점, 박현주 가족회사 '컨설팅'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출자 구조 최상단에 따로 지주사가 없다. 창업주인 박 회장 1인의 지배력을 중심으로 미래에셋증권 등 핵심 계열사가 수직적으로 연결된 구조다.
지배구조 정점에는 사실상 박 회장 가족 기업인 미래에셋컨설팅이 자리잡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생명'이 기본 골격이다. 동시에 박 회장은 각 계열사 지분을 별도로 직접 보유하면서 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한다.
비상장 기업인 미래에셋컨설팅은 주로 부동산 관리·용역 업무를 영위하는 소규모 비금융 계열사다. 미래에셋금융그룹 내 인지도도 매우 낮다. 공시에 따르면 박 회장은 미래에셋컨설팅 지분을 48.49% 보유하고 있다. 부인 김미경 씨의 지분율은 10.15%, 자녀인 박하민·은민·준범 씨는 각각 8.19% 수준이다. 여기에 다른 친인척 등 보유분까지 합치면 박 회장 측 총 지분율은 91.86% 수준으로 집계된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36.92%를 보유한 2대주주다. 최대주주인 박 회장은 이와 별개로 60.19%를 보유하고 있다. 자산운용이 이번엔 미래에셋캐피탈 2대주주에 오르는 방식으로 출자 구조를 짰다. 지분율은 29.53%다. 박 회장은 캐피탈 지분도 34.32% 보유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과 이어진다. 증권의 최대주주(지분율 33.13%)다. 그 외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수십 명의 발행회사 임원의 소규모 지분으로 쪼개져 있다. 캐피탈 외 다른 계열회사가 보유한 미래에셋증권 지분은 없다. 또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생명 지분 22.01%를 보유한다.
특히 박 회장과 일가가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자산운용·캐피탈을 비롯해 이미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다수 계열사 지분을 따로 보유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자산운용·캐피탈과 달리 증권·생명은 국내 증시 상장사다.
그룹 미래 동력 '해외 투자'에 자리 잡은 2세
미래에셋금융그룹 승계구도는 증권업계의 화두다. 박 회장 자녀들이 그룹 내 미래 성장 동력을 책임질 주요 부서로 연달아 이동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 1월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장남 준범 씨에 이목이 쏠린다.
1993년생인 준범 씨는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20년 넷마블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했다. 이후 2022년 미래에셋벤처투자 선임 심사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상장 및 혁신 성장기업 발굴, 해외투자 심사 업무 등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 당시 국내 애슬레저 기업 '안다르', '해외 게임 개발사 '띠어리크래프트 게임즈' 등 회사에 투자한 바 있다.
이번에 미래에셋증권에서 준범 씨가 맡은 직책은 자기자본투자(PI) 부문 선임 매니저다. PI 부문은 증권사 자기자본으로 혁신기업, 부동산 등 대체 자산에 투자하는 부서다. 경영과 직접 맞닿는 곳은 아니지만 미래에셋증권 실적의 한 축이 PI 평가손익이란 점에서 사내 핵심 부서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업계에서 승계를 위한 경영 수업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덜하지만 장녀 하민 씨의 부서 이동도 승계와 연결 짓는 시선이 있다. 1989년생인 하민 씨는 미국 코넬대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2013년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해외 부동산 파트에서 근무한 이후 맥킨지컴퍼니를 비롯해 다수의 미국 벤처캐피탈(VC)을 거쳤다.
올 6월 하민 씨는 미래에셋그룹의 미국 자회화 미래에셋글로벌인베스트먼트 미국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해당 법인은 미래에셋의 미국 투자 플랫폼이다. 미래에셋의 글로벌 벤처투자 영역을 다룬다. 초기 단계 벤처 펀드오브펀즈(FoF) 전략인 '미래에셋 프리즘(Mirae Asset Prism)'을 출범시키고 운용하는 역할을 맡는다. 미래에셋 프리즘은 초기 단계 벤처투자 운용사에 출자하는 전략을 뜻한다. 역시 미래에셋이 집중하는 해외 투자와 접점이 맞닿는다.
박현주 2세 '이사회 진입' 법적 리스크 덜어
미래에셋그룹은 그동안 '2세 승계'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박 회장이 물러나면 '오너-경영-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미국 기업식 '3각 체제'로 회사를 운영하고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모델로 꼽힌다. 이들 회사는 창업주이자 경영자인 빌 게이츠와 제프 베이조스가 경영에서 손을 떼고 오너 일가가 전혀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재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행보를 보였단 점도 공통점이다. 박 회장도 지난 2024년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25%를 공익법인에 기부하겠단 뜻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미래에셋은 박 회장 자녀들이 향후 각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할 것이란 점을 명확히했다. 아직 독립이사 등 이사 형식이나 시점, 어떤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할 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준범 씨가 그룹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 이사회에 독립이사로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 회장 자녀의 이사회 진입 요건은 이미 갖춰졌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등기임원의 직계존·비속은 사외이사 선임이 제한된다.
하지만 박 회장은 현재 증권을 비롯해 자산운용·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의 등기임원이 아니다. 2016년 이후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며 미래에셋증권 글로벌전략담당(GSO) 등 직함만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준범·하민 씨는 그룹 내 모든 계열사 이사회에서 제약없이 독립이사 선임이 가능하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의 경우엔 박 회장이 등기 임원직은 물론 지분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박 회장 자녀들이 주주총회 의결 절차에서 다른 이유로 이사 선임에서 낙마할 순 있어도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규정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박준범 선임 매니저는 원래 VC 부문 업무를 맡아 왔다는 점에서 업무 관련성을 고려해 현재 부서에 배치된 것"이라며 "자녀 승계가 아니라 각 계열사별 전문 경영인이 경영을 맡고 자녀들은 주주로서 이사회에 참여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성진우 기자(politpeter@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