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들, 아파트 승강기 고장 내면 2100만원 손해 배상 청구할 것"

"택배 기사들, 아파트 승강기 고장 내면 2100만원 손해 배상 청구할 것"

[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최근 한 아파트에서 택배기사를 상대로 수천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겠다는 안내문을 내걸어 논란이 되고 있다.

31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택배 업무자 승강기 이용 시 주의 사항'이라는 서울 한 아파트 공고문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한 아파트에서 택배기사를 상대로 수천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겠다는 안내문을 내걸어 논란이 되고 있다. 본 기사와 무관한, AI 생성 이미지. [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해당 공고문에는 아파트의 승강기 내부 재료가 티타늄으로 제작됐으며 설치 가격은 2100만원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택배 운송 업무자가 승강기를 이용할 시 주의할 점 4가지도 함께 기재됐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30㎏ 이상 택배 물품은 분할 또는 사다리 이용 △철 조각 등을 문틈에 끼워 승강기 정지 후 배송 작업 금지 △승강기 문을 발로 정지시키고 배송 작업 금지 등이 포함됐다. 공고문에는 위 같은 사항을 위반할 시,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의결로 범칙금 100만원을 부과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기타 어떤 행위로든 승강기에 흠집을 내거나 고장을 낼 경우, 수리 및 손해 배상을 청구한다는 경고도 포함돼 있다. 손해 배상 청구액은 승강기 재료 및 설치 가격인 2100만원이다.

그러면서 '범칙금은 모두 현장 납부, 불응시 손괴죄 고소'라는 경고도 담겼다.

최근 한 아파트에서 택배기사를 상대로 수천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겠다는 안내문을 내걸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아파트 공고문.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다만 이 같은 공고문 속 경고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의견이다. '범칙금'은 법률에 근거해 행정기관이 부과하는 제재이며 '벌금'은 형사재판을 거쳐 법원이 선고하는 형벌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도로·주차장·승강기 등 공용시설의 이용 기준을 정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부인인 택배 기사에게 범칙금이나 벌금을 부과할 법적 권한은 전혀 없다.

실제 택배 기사가 승강기에 흠집을 냈더라도 고의나 과실을 아파트 측이 입증해야 하며, 입증했다 하더라도 흠집이 발생한 부위의 원상회복에 드는 수리비 등만이 손해액으로 인정될 뿐이다. 공고문 내용처럼 재료 및 설치비 전액을 징수하려 할 경우 오히려 공갈죄, 강요죄 등이 성립될 수도 있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