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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 "올 해도 좋다"


 

벤처 '붐' 이후 거품 속에서 허덕여야 했던 벤처캐피털 업계가 지난해 괄목할 만한 전환기를 맞은데 이어 올해도 여러 좋은 여건 속에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제도적인 상황이 개선되고 있고, 투자재원이나 회수 여건 면에서도 크게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청은 최근 시장논리에 따른 벤처캐피털(VC) '생태계' 조성과 업체들의 국제화에 초점을 맞춰 법령 및 규약을 정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벤처캐피털 출자금, 이미 3천억 확보

30일 현재 연내 벤처캐피털 업계에 출자될 자금으로 약 3천억원이 확보된 상태다. 모태펀드 출자금으로 약 2천억원이 마련됐고, 지난해 310억원을 투입했던 산업은행이 올해는 1천억원으로 출자금을 확대했다.

작년에는 모태펀드와 국민연금,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의 자금 3천950억원 가량이 벤처캐피털 업계에 투입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올 출자를 이어갈지 확정짓지 않은 상황이고, 지난해 출자를 완료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의 빈자리는 산업은행이 채워주고 있다.

지난해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대거 호전된 실적을 거두면서 벤처 투자에 대한 일반 대기업 및 기관의 관심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결성된 창업투자사의 신규 투자조합 45개 중 모태펀드 등 3대 정부·기관 출자자의 자금이 섞이지 않은 조합의 수는 절반이 넘는 26개에 이르렀다.

코스닥시장의 활기가 이어질 경우 지난해에 이어 개인과 기관, 대기업 등의 벤처캐피털 출자 규모가 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해 570억원 규모의 2차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만들어진 투자조합들의 경우 결성시한이 이달 말까지여서 대부분 통계상 올 신규조합으로 잡히게 된다.

◆심사역 시야 보다 넓어져...투자 '건전성' 확대

벤처캐피털의 지난해 투자실적을 살펴보면 심사역들의 시야가 보다 넓어졌다는 점이 눈이 들어온다. 창투사들의 신규투자가 5년만에 증가세로 반전되는 한편 투자분야가 지방 소재 벤처기업 및 정보통신 외 업종으로 확대됐다.

정보통신 분야의 신규투자 비중은 45.2%로 20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신 투자가 엔터테인먼트(21.8%), 생명공학(9.4%) 등의 분야로 확대됐다. 특히 수도권 외 지방 소재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비중이 전년 대비 5.1%포인트 늘어 16.5%로 마찬가지 2001년 이후 최고를 나타냈다.

지난 2001년 72.4%에 이르렀던 3년 이하 초기단계 벤처에 대한 투자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작년 26.5%를 기록했다. 기술력이 높은 창업기업에 대한 직접투자를 확대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와 배치되지만, 벤처캐피털 입장에선 그만큼 위험도를 낮추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

◆코스닥 의존도 낮추는게 과제

벤처캐피털 업계에선 지난해 코스닥지수의 급등으로 장외 벤처기업의 '몸값'이 올라 수익률을 높이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벤처시장의 '거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모습이다.

코스닥시장의 상승세와 장외벤처의 가치증대는 어쩔 수 없는 상관관계에 있다 해도, 코스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일은 벤처캐피털 업계에 오랜 당면과제로 지적된다.

선진화된 벤처캐피털 체계를 갖추고 있는 미국의 경우 인수합병(M&A)을 통한 자금회수가 70~80% 수준에 이르고 있는 반면, 국내에선 코스닥 기업공개(IPO)에 의한 회수가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코스닥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벤처캐피털의 재원확보, 신규투자, 실적 등이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

지난해 바이오 및 엔터테인먼트 테마의 부상과 함께 M&A를 통한 코스닥시장 우회상장 건수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투자한 기업의 우회상장 과정에서 벤처캐피털의 '입김'도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 활발하게 일어난 우회상장의 경우 기업 간 M&A를 통해 시너지를 모색하기보다 부실한 상장업체로부터 '코스닥 프리미엄'을 사들이는 수준에 그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이 사회·경제적으로 지니는 본분을 바탕으로 벤처 육성을 위한 M&A에 보다 매진하는 한편, 정부도 건전한 벤처기업 간 결합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 나가는데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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