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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호] 한반도는 공사 중


 

오늘은 최근 우리 상황을 보면서 느낀 소감을 함께 나눠볼까 합니다.

'한반도는 공사 중'

여러분들은 이 문장을 어떻게 느끼십니까.

대도시든 시골이든간에 지역을 막론하고 이 땅에 살고 있는 한국인은 공감

을 느낄만한 말일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만큼 한반도 전역 어디서나 손쉽

게 공사현장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사중'이라는 말의 뉘앙스가 아주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한 가지

말에 두 가지 사실이 공존하는 듯이 들리지 않습니까. 얼핏 떠오르는 한 가

지는 대책 없이 벌어지고 파헤쳐지는 공사현장에 대한 빈정거림입니다. 요

몇년 사이 우리는 서울 등 대도시에서 급격스럽게 늘어난 통신사업자들이

부설하는 통신케이블 공사로 제대로 덮혀 있는 도로를 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특정회사의 통신케이블 공사가 마무리돼 도로가 덮혀지면 얼마 지나

지 않아 각종 상하수도 공사로 인해 또 다시 파헤쳐지기도 합니다. 이런 모

습에 익숙한 사람들은 '또 공사 중'이라며 혀를 차게 됩니다.

이같은 난맥상이 조금 심하다 싶으면 언론에서 지리정보시스템이 전혀 갖춰

지지 않은채 각종 공사가 어지럽게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의 보도가

나타납니다. 그러나 이같은 비판도 그 순간 뿐입니다.

저 역시 출퇴근길에 애용하는 서울의 동부간선도로 역시 몇년째 조용한 모

습을 본 기억이 잔상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도로 정비 공사도 좋지만 어

떤 경우는 가장 교통량이 많은 월요일 아침에도 2차선중 1차선을 막아놓고

공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당연히 운전자들의 입술이 씰룩거려집니다. '아니 지금이 무슨

요일인데, 길을 막아놓고...' 서울 시내의 출근길이 월요일에 특히 어렵다

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최근 아시아·유럽정상회담(ASEM)을 앞두고 서울 전역의 도로가 재정비 대상

으로 지목돼 멀쩡한 길도 파헤쳤다는 언론의 비판보도도 있었습니다. 물론

재정비가 필요한 구간도 있었겠지만, 그동안 마구잡이 공사에 대한 일반인

들의 시각이 무조건 대도시의 도로공사를 부정적으로 보게됐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 공사가 어디 이렇게 역기능밖에 없는 것은 아니지요. 누가 뭐래도 공

사의 본질은 역동성입니다. 한국의 근대화 드라마에서 고속도로를 비롯 전

국 신도시 아파트 건축 등 지난 몇십년 동안 이 땅에 이뤄졌던 공사는 오늘

의 대한민국의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서해의 경우, 해방전후와 지금은 확연하게 달라졌다고 합니다. 간만의 차

가 심한 리아스식 해안의 특성도 있지만, 숱하게 진행된 간척공사 덕분에

서해의 지도는 놀라우리만치 달라져있는게 현실입니다.

한국은 이처럼 근대화 과정에서 대규모 공사를 통해 1인당 국민소득이 괄목

상대할 만큼 높아지고, 교량이든 빌딩이든 세계 몇번째, 아시아에서 몇 번

째 등 기록적인 규모의 건축물도 숱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공사를 통해 세계 최대, 아시아 최대, 그것도 안되면 동북아 최고, 한반도

최대 등을 헤아립니다. 최대와 최고 신드롬에 빠진 듯이 말이지요.

제가 몸담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의 보안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공사 이후 순기능과 역기능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PC방'이라는 정보통신 인프라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순수

민간 차원에서 구축된 대규모 정보통신 자원입니다. PC방이 효율적으로 사

용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사용자의 부주의로 인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아

무 곳에나 흘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PC방에서 사이버주식투자를 하거나 각종 자료를 열람하거나 홈페이지

를 방문할 경우, 임시 디렉토리에 남아 있는 캐시 파일을 지우지 않을 경

우, 다른 사람이 자신의 귀중한 인적정보 등을 볼 수도 있습니다.

또 각종 포탈사이트 등을 통해 만든 이메일 아이디를 이용, PC방이나 사무

실 등에서 공용 PC 등으로 열람한 문서파일의 경우, 그대로 임시 디렉토리

등에 남아있게 됩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특정인이 열람한 문서를 타인이 그대로 볼 수도 있다는 뜻

이지요.

1955년 건국 이후 희대의 간통사건으로 불리는 박인수 사건의 판결문을 기

억하시는지요. 70명의 여성을 농락해 혼인빙자간음 등으로 고발된 한국판

카사노바에게 서울지법 권순영 판사는 '법은 정숙한 여인의 건전하고 순결

한 정조만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을 밝혀 두는 바이다'라고 일침을 가했습니

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PC를 이용한 인터넷 사용의 주의사항을 밝히지 않

는 PC방 업주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아무런 생각없이 사용하는 이용자들

의 '부주의'도 면책요건이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또 민간기업이나 정부 및 공공기관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자체 홍보

나 각종 비즈니스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중 '공사중'이라는 홈페

이지는 왜 이다지도 많은지요. 또 내용은 물론 외부인의 침입에 대해 무방

비 상태인 사이트나 기관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 진단입니다.

미래를 위한 준비도 좋고, 공사도 좋습니다. 그러나 준비 부족으로 인한 허

점이나 방만의 결과로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사가 '메시아'처럼 갑작

스럽게 나타나는 것은 아닐텐데요...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경제의 위기는 이번에만 나타난 '특수상

황'은 아닐테지요. 아마.

/김강호(사이젠텍 대표, 전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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