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은행 경영진부터 내부통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면서 이사회 의결을 건너뛰고, 자본비율에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부풀린 사례도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4일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 자료를 통해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부코핀 은행에 유동성 지원 결정하면서 국가별 익스포져 한도를 임의로 올려 2000억원을 송금했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국가별 지원 한도를 정하고 있다. 한도를 올릴 땐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송금 당일 아침 이사회에 즉시 송금 필요성만 보고했다. 이후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어 국가별 익스포져 한도를 임의로 올렸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부코핀은행의 리스크관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국민은행은 두 달 전에 인도네시아를 요주의 국가로 분류해 지원 한도를 축소한 상황이었다.
국민은행은 또 자회사의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특수목적회사(SPC)에 부실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자회사인 SPC에 지급보증 6400억원과 한도성 대출 653억원을 제공해 우회적으로 자회사를 지원했다.

이런 사례는 우리은행에서도 확인됐다. 우리은행엔 고위험 고정이하여신(NPL·부실대출) 사업을 하는 계열사가 있다. 이 회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SPC는 NPL 후순위채권 등을 담보로 약 3500억원의 대출을 부당하게 실행했다.
이는 자회사의 부실채권 위험을 은행이 최종적으로 부담한 결과로 신용리스크 및 부실 전이 위험이 동반 상승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또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와 은행에선 기업금융 확대라는 경영 목표를 세웠지만, 자본비율 방어를 위해 기업금융을 축소하면서도 전략 변경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핵심성과지표(KPI) 내 기업금융 비중을 줄이면서도 이사회에는 숨겼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책임 준공형 사업장의 비중이 높은 계열 신탁사에서 손실이 계속 나오는데도 자본비율을 산출하면서 관련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이를 제대로 반영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0~20bp 하락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CET1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나온다.
우리금융지주는 계열 은행에서 파생상품 관련 대규모 손실을 수반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운영리스크 위험가중자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인수 당시 주식매매계약서(SPA) 체결 과정에서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인수 승인을 받지 못하면 계약금 몰취한다는 조항이 있는데도 이사회에선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금융지주에서도 자본비율이 경쟁 그룹과 비교해 낮은데도 중장기 자본 관리계획을 고려하지 않고 매년 농협중앙회에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해 자체 위기 대응 능력을 떨어뜨린 것으로 평가됐다.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이사회가 경영진 견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면서 "이사회에서 심도 있게 결정하고 이사회 결과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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