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태현 기자] 은행들이 금리 인하 기대에 맞춰 콜러블 채권(콜 옵션부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채권 특성상 금리 변동성이 클수록 발행 금리가 올라 투자 수요가 늘어난다. 은행은 비교적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월 누계 기준 올해 시중은행들이 발행한 콜러블 채권은 총 1조2700억원이다. 지난해 1년간 발행한 4400억원 대비 2.9배 큰 규모다. 올해 6~7월 두 달에만 5300억원을 발행했다.
콜러블 채권은 발행자가 일정 기간 이후 콜 옵션(조기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보통 금리 변동성이 큰 시기일수록 발행 금리도 높게 책정된다. 최근 투자 수요가 증가한 점도 금리 하방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콜러블 채권을 세 번 발행했다. 7월 24일 발행한 500억원 규모의 20년물 금리는 복리로 연 3.9%다. 22일 1000억원 규모의 30년물 금리는 단리 연 5.8%, 5일 500억원 규모의 20년물 금리는 단리 5.3%다.
세 채권 모두 발행일로부터 2년이 되는 날 콜 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이후 만기일까지 1년마다 콜 옵션이 부여돼 중도 상환할 수 있다. 발행사들은 콜 옵션 행사일에 금리가 내려가 있을 경우 채권을 조기 상환한 뒤 새로 조달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SC제일은행도 6월과 7월 콜러블 채권을 각각 1500억원, 500억원씩 발행했다. 금리는 10년물, 15년물, 20년물 각각 단리 기준 4.02%, 4.76%, 5.03%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투자자는 콜 옵션을 감수한 대신 일반 채권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며 "은행은 커진 투자 수요를 토대로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은행채 15년물과 20년물 금리는 3.7~3.8% 수준으로, 콜러블 채권 금리보다 1.5%포인트(p)가량 낮다.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이 금리 변동성을 높게 평가한 영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향후 시장금리 하락을 예상하면서 콜러블 채권 수요가 늘었다"며 "비교적 높은 조달 금리는 변동금리로 금리 스와프를 해 실질적인 발행 금리를 일반 채권과 비슷한 수준으로 관리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9월 금리를 0.5%p 낮출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7월 고용 지표가 예상치를 밑도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급격히 커진 영향이다.
/정태현 기자(jt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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