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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탈원전' 펼칠 때 러·중 80% 장악…"美와 원전 동맹 강화해야"


러·중, 글로벌 시장 수출 원전 34기 중 27기 차지…"SMR 제3국 공동 진출 도모해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한국이 문재인 정부 때 '탈원전' 정책을 펴는 동안 러시아, 중국이 세계 원전 시장을 80% 가까이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소형모듈원전(SMR) 공급망을 구축해 러시아, 중국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기념 촬영 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기념 촬영 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박상길 박사(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에 의뢰한 '한미 원자력 민간 협력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3개국에서 건설 중인 수출 원전 34기 중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3기로, 전체의 약 68%를 차지했다. 중국, 한국이 4기(11.8%), 프랑스가 3기(8.3%)로 뒤를 이었다. 러시아, 중국 점유율을 합치면 79.4%에 달한다.

러시아의 원전 수출 경쟁력의 핵심은 국영기업 로사톰이 뒷받침 하고 있다. 로사톰은 원전 건설뿐 아니라 자금 지원, 우라늄 농축, 운영 및 유지 보수 등을 한 번에 지원한다. 이를 바탕으로 로사톰은 원전 건설·운영·연료공급·기술지원 등을 매개로 43개국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역시 3대 국영기업인 CNNC, CGN, SPIC 중심으로 원전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파키스탄·아르헨티나 등에 자체 개발 원전을 수출했고, 카자흐스탄과는 우라늄 협약을 맺어 국내외 원전 확대를 위한 안정적인 원전 연료 공급망 기반 구축에도 착수했다. 카자흐스탄은 세계 우라늄 매장량 15%, 생산량 45%를 차지한 나라다.

이처럼 중국이 원전 수출 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시기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2011년)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독일 등 자유진영의 주요 원전 강국들이 탈원전 정책 등으로 원전 수출 역량이 크게 훼손된 시기와 일치한다.

보고서는 "강력한 정부 지원과 국영기업 중심의 원전 수출 체제를 갖춘 러시아와 중국과는 달리 미국에서의 원전 수출은 대부분 민간기업의 몫이었다"며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해외에 원전을 수출할 때 핵 확산방지(non-proliferation) 기준을 충족하는지 심사하는 것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원전 연료 생산 능력에서도 경쟁력을 상실했다"며 "미국은 세계 우라늄 농축시장의 주도권을 러시아에 넘겨줬다"고 덧붙였다.

[그래프=전경련]
[그래프=전경련]

이에 미국은 최근 러시아와 중국의 세계 원전 시장 잠식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 민간기업과 시장에만 맡겨놓았던 원전 산업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원전 산업 경쟁력을 복원시킬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의회도 올해 일련의 법안들을 발의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원전 연료를 포함한 원전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 마련, 동맹국과의 원전 수출 협력 강화 등을 주문하고 있다. 발의된 법안들이 과업과 시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만큼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면 세계 원전 시장 리더십 회복을 위한 미국과 동맹국 간 협력 움직임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미국 원전 산업 경쟁력 복원의 핵심은 기존 대형원전이 아닌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모듈원전)과 같은 선진 원전의 개발 및 수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세계 원전 시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서 작년부터 '퍼스트(FIRST, Foundational Infrastructure For Responsible Use of SMR Technology)'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퍼스트 프로그램은 우크라이나 등 10개 신규 원전 수입국 SMR 초기 기반 구축 사업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퍼스트 프로그램 지원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일본은 '위캔(WECAN, Winning an Edge through Cooperation in Advanced Nuclear)'이라는 명칭의 별도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프리카 가나에서 미국과 공동으로 SMR 도입 타당성 조사 사업에 착수했다.

미국은 SMR의 개발 및 수출뿐만 아니라 SMR의 연료로 쓰이는 '핼리우(HALEU, High-Assay Low-Enriched Uranium, 고순도·저농축 우라늄)'의 안정적 확보를 에너지·국가 안보 확보 차원에서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핼리우 수급은 러시아 로사톰 자회사인 테넥스(TENEX)사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핼리우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시행해 자국 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핼리우에 적합한 농축도의 원전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핼리우 농축시설 자체 건설은 어렵다. 그러나 미국 내 대규모 핼리우 농축시설 건설사업에 지분투자 또는 EPC 형태로 참여한다면 핼리우 수급 문제 해결에 있어 동맹국으로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으로 우리나라 에너지·건설 분야 기업과 미국 SMR 분야 혁신기업과의 협력의 물꼬는 트인 상황"이라며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고 SMR을 중심으로 세계 원전 시장 위상 회복을 위해 동맹국과 협력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도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액션플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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