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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달로 향하는 인류가 애틋한 이유


아르테미스로 인류, 다시 달에 착륙하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지난 1977년 발사된 보이저 호는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 공간에 들어섰다. 보이저 호는 인류에게 큰 유산을 남겼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제안에서부터 시작됐다. 보이저 호가 지구로부터 약 60억km 떨어진 지점에서 칼 세이건은 보이저 호 카메라를 지구로 향하도록 하자 했다.

뜻밖이면서도 위험한 제안이었다. 자칫 보이저 호 임무와 관련 없는 ‘예정에도 없던 일’을 진행하면서 임무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보이저 호는 지구로 카메라를 돌렸고 지구를 찍었다.

거창하고 대단한 이미지가 찍혔던 것은 아니다. 희미하면서도 매우 작은 ‘점’ 하나가 보이저 호 카메라에 들어왔다. 그게 지구였다. 이 조그마하면서도 매우 작은 ‘점’은 이후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란 이름이 붙었다. 지구가 ‘창백한 푸른 점’으로 부르게 된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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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것은 연약하다는 뜻과 맥을 같이 한다. 더 넓은 우주에서 지구는 티끌 만큼에도 해당하지 않는 아주 작은 공간에 불과하다. 연약하면서도 창백한 지구에 수십억의 인류가 살고 있다.

지난 16일 미국 항공우주청(NASA)은 달무인궤도 비행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I을 발사했다. 4번의 발사 연기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도전에 도전을 거듭한 이후 발사에 성공한 셈이다. 아르테미스I은 이후 약 25일 동안 달에 갔다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무인 우주 비행이다. 달은 지구로부터 평균 38만km 떨어져 있다. 이 거리는 우리가 달을 보더라도 약 1초 전의 달(빛의 속도는 초속 30만km)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보이저 호가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 공간을 여행하고 있고,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고, 다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로 인류가 달에 발을 디디려는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빌 넬슨 NASA 청장은 “아르테미스I 발사를 전 세계인과 같이 보는 것은 정말 놀라운 광경”이라며 “이번에 투입된 오리온 우주선은 깊은 우주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달은 물론 끝내 화성으로 가는 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는 왜 적게는 수천억, 많게는 수조원을 투입해 우주를 탐험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 우주에 ‘쓸데없는 예산’을 투입한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인류가 우주공간으로 끝없이 나서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가기 위한 과정에서 여러 과학적 성과물이 나오고 이를 현실에 적용해 이익을 얻기도 한다. 각국의 자존심과도 연결돼 있다.

보이저 호가 지구로부터 60억km 떨어진 지점에서 찍은 지구. '창백한 푸른 점'으로 부른다. [사진=NASA]
보이저 호가 지구로부터 60억km 떨어진 지점에서 찍은 지구. '창백한 푸른 점'으로 부른다. [사진=NASA]

이보다는 인류의 ‘연약함’이 우주공간으로 나서게 하는 배경이 아닐까. ‘창백한 푸른 점’에 살고 있는 인류는 아직 우주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우주 전체공간에서 본다면 연약하기 그지없다. 더 넓은 우주에서 연약하면서도 티끌만큼의 공간에 살고 있는 인류는 그것을 알고 싶어 한다.

호기심만이 아니라 ‘연약한 인류’이기에 우주공간으로 나서면서 스스로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우주를 아는 것은 우리 자신을 아는 것과 다르지 않다. ‘창백한 푸른 점’에서 달로 향하는 인류가 애틋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어머니들은 자신의 연약함을 잘 알고 있었다. 소원을 빌거나 뭔가 위로를 받고 싶을 때 달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자신의 연약함을 전하면서 애틋하게 소원을 빌었다. ‘창백한 푸른 점’에서 달로 향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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