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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의도를 좀먹는 '사법만능주의'


수사·사법에 의지하는 여야…법조계 "국민에 폐해 돌아갈 것"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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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요즘 여의도는 고소·고발 없인 안 돌아간다. 입법부가 사법부에 종속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수도권에서 4선을 지낸 한 국회의원의 푸념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현재 고소·고발 전쟁이 한창이다. 여당은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으로 인한 내홍에 휩싸여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 추진과 더불어 윤석열 대통령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하며 정부·여당에 대한 기선 제압에 나섰다. 여의도가 모든 정무(政務)를 수사·사법절차에 의지하는 '사법만능주의'에 잠식되고 있다.

여야의 '사법만능주의'는 지난 대선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0.7%'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 윤석열·이재명 대선후보를 향한 네거티브에 열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등을 놓고 양당 간에 무차별적인 비판과 고발이 이뤄졌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대선 기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2천1명 중 40.5%가 허위사실공표 등 흑색선전 혐의를 받았으며 이는 19대 대선 때보다 증가한 수치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도 정치권의 '사법만능주의' 행보는 계속됐다. 여야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각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주문했다. 한 총리와 한 장관은 각각 "(수사)당국의 판단을 믿겠다", "수사 지휘를 하지 않겠다"는 중립적 입장으로 대응했으나 양당 의원들은 굴하지 않고 정적(政敵)에 대한 수사를 압박했다.

법조계에서는 여의도에 만연해진 사법만능주의의 폐해(弊害)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주장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히 선거법 재판은 특성상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법원이 선거법 재판을 우선 처리하는 만큼 일반 형사사건 재판은 뒤로 밀리게 된다"며 "정치권의 고소·고발 남용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받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사법만능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은 "정치 극단주의가 심해지다 보니 소위 '갈 때까지 가보자', '법대로 하자'는 마인드가 늘어나고 있다"며 "정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의 일은 정치권 스스로가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한 여의도 관계자도 "사법 이슈가 커질수록 정책, 법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며 "민생 정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국회 스스로가 사법적 문제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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