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임성원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일 오르면서 1천380원대까지 치솟았다. 미국 달러화 가치 고공행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부각되지만 상품 특성 상 환율 변동성 리스크를 감안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품 가입 전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7원 하락한 1천375.5원에 개장했다. 연초(1월 3일,1천185.5원) 대비 13.81%(190원) 오른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 1천388.4원까지 오르며 지난 2009년 4월 1일(1천392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전문가는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환율 상단이 1천4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흐름이라면 환율은 연내 1천400원을 돌파하고 내년께는 1천600원까지 이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보험업계도 달러 강세에 발맞춰 달러보험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메트라이프생명과 AIA생명, 푸르덴셜생명 등 주로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
달러보험은 상품 구조면에서 원화보험 상품과 같지만,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지급이 모두 달러 기준으로 이뤄진다. 소비자에게 실제 판매는 환전특약 서비스 등을 통해 원화로 진행되고 있다. 상품 유형은 30년 이상 만기가 긴 보장성 보험(종신·질병보험)과 저축성 보험(연금보험) 등이 있다.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보험금 수령시 환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어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상품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화보험 계약 건수는 지난 2017년 5천건에서 지난해 9월 기준 6만2천건으로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입보험료는 2017년 3천억원 가량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9월 기준 9천742억원으로 3배 넘게 불어났다.
현재 미국계 보험사인 메트라이프는 주력 상품인 '(무)백만인을 위한 달러종신보험'과 '유니버셜달러종신', '달러리더스정기' 등 6개 이상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 중이다. 상반기 기준 전체 판매 상품 가운데 달러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35% 가량이다.
홍콩에 본사를 둔 AIA생명은 '(무)골든타임 연금보험II', '(무)마이달러저축보험' 등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골든타임 연금보험II 상품의 경우 지난 4월 개정 출시한 이후, 두 달 동안 1천건 가까이 판매됐다. 미국계인 푸르덴셜생명은 '무배당 달러연금보험', '스타플러스 달러평생소득변액연금보험' 등을 선보이고 있다. 대만 푸본금융그룹의 푸본현대생명은 올 4분기 출시 목표로 달러보험 상품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생명과 KB생명 등 일부 보험사들이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달러 강세에 따른 수요를 공략하기 위한 상품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달러보험 시장 활성화 기대감으로 후발주자가 추가로 등장하거나, 가입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차별화된 상품 개발 등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식과 부동산, 코인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고 있는 반면 달러 가치는 상승 추세다"면서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면서 가입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 달러 강세에 따른 막연한 기대감에 단기적인 '환테크' 수단으로 접근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 상품의 특성을 이해하고, 해외여행과 자녀유학·이민·상속재원 등 명확한 용도로 가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재 상품 가입에 고민한다면 환율 상승 시기란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달러 강세로 보험료 부담이 증가해 조기에 해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해지에 따른 금전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또 보험금 수령 시점에 현재와 같이 달러 강세일 경우에는 원화 기준 보험금 수령액이 늘어날 수 있지만, 반대로 약세로 돌아서면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최근 GA(법인보험대리점)·방카슈랑스 등 일부 판매 채널에선 높아진 관심도에 따른 불완전판매 민원 급증과 함께 소비자가 금전적으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 적극적으로 상품 판매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정한 연령에 치우치지 않고 달러보험에 관심을 보이지만, 적극 권유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달러 가치가 보험금 수령 시점의 달러 가치를 담보할 수 없는 만큼 가입하기엔 가장 위험한 시기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입자들이 환율 변동성에 따른 환차손을 볼 확률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각 보험사의 상품과 특약 등을 꼼꼼히 살펴본 후 가입을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성원 기자(one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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