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1일 경제6단체장들과 만나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각종 반(反)기업 규제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윤 당선인은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실시간으로 청취하기 위한 '핫라인' 구축도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6단체장과 도시락으로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경제계 계신 분들의 애로사항과 정부에 바라는 말씀을 듣기 위해 모셨다"며 "우리나라는 이제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 경제로 완전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인프라를 만들고 뒤에서 (기업을) 돕고, 기업이 앞장서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투자를 해야 한다. 기업이 크는 게 나라가 크는 것"이라며 "경제 성장은 쉽게 말하면 경제학적으로 소득이 오르는 것인데, 결국 기업이 성장하는 게 경제 성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러 (기업 활동) 방해 요소가 어떤 것이 있는지 많이들 아실 테니 앞으로도 그런 것에 대한 조언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제6단체장들은 윤 당선인에게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제도 개정을 강력하게 호소하는 한편 노동유연화·한미 통상협력 강화·국가 물류 인프라 개선 등을 건의했다.
손경식 회장은 "우리나라 기업 규제가 너무 많아 기업 활동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기업의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고 신산업 진입 장벽을 허물기 위한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허창수 회장은 "기업인들이 창의와 혁신 DNA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과잉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며 "우리 기업이 외국 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및 고강도 노동개혁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손 회장은 "최근 산업 안전의 필요성이 강조되며 기업들이 재해 예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처벌 중심의 법에 기업인의 걱정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현실에 맞게 법을 개정하는 대신 재해 예방 활동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자리 모습이 다양해지고 있고 근로자의 니즈도 달라지고 있어 노동 법규도 시대 요구에 맞게 대폭 개정돼야 한다"며 "노동개혁이 이뤄져야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고 해외 투자도 많이 들어오고, 일자리도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 회장도 "안전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요청하며 "기업인도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신산업 발굴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역업계를 위한 건의도 있었다.
구자열 회장은 "코로나19로 침체됐던 물류가 급속히 반등하면서 (업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선박, 항공 등 국가 물류 인프라도 더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무역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며 "기업의 개별 대응이 어려운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오찬은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약 2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윤 당선인은 모두발언 직후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 경제6단체장에게 "앞으로 차근차근 비상식적인 부분들을 정상화해 나가겠다. 저와 언제든 직접 통화할 수 있게 하겠다. 기탄없이 의견을 전달해달라"며 기업인들과 직통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이날 회동 이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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