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여파와 미국 등 서방국가의 대(對) 러시아 제재 본격화로 하늘길이 좁아졌다. 국내 항공업계가 러시아 노선 운항을 일시 중단한데다 러시아 영공 비행 대신 우회 항로를 이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이 러시아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대한항공은 오는 4월 말까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현지 공항 운영 및 안전 등의 우려를 감안해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 노선 여객기 운항과 유럽 노선 화물기에 대한 모스크바 경유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유럽 출발·도착 노선이나 미주 동부발 노선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영공을 피해 우회 운항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유럽 노선에선 중국과 카자흐스탄, 터키를 경유하는 우회 항로를, 미주 동부 노선의 경우 알래스카 태평양을 통과하는 우회 항로를 사용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날부터 모스크바를 경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인천을 오가는 프랑크푸르트, 런던 등 유럽 노선과 미국 뉴욕 노선은 우회 항로를 이용한다. 우회 항로 이동 종료 시점은 미정이다.
앞서 모스크바 공항은 지난 4일(현지시간) 연료보급 불가 조치를 발효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매주 목요일 주 1회 운항하던 모스크바 노선의 여객 운항을 이달 18일까지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유럽행 화물기 운항도 18일까지 모스크바를 경유하지 않고 운항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주 7회 운항하던 유럽행 화물기에 대해 이달 20일까지 모스크바를 경유하지 않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자 운항 중단 조치 기간을 연장하고, 대상 노선을 확대한 것이다.
국내 저비용항공(LCC) 업계에서는 에어부산이 오는 19일 운항편부터 4월 15일까지 총 6편의 인천-블라디보스토크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에어부산은 인천-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을 2주에 1회, 토요일에 운항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에어부산 관계자는 "승객의 안전이 우려되고 현지 공항의 안정적 운영을 담보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운항을 중단하게 됐다"며 "향후 상황을 주시하면서 운항 재개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이 우회 항로 이용을 결정함에 따라 유럽행 일부 항공기를 더 오래 비행할 수 있는 기종으로 변경하고, 공항 이·착륙 일정도 조정할 것으로 관측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고유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회로 인한 운항 거리 증가로 연료 소비가 크게 늘어 항공업계의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탑승객들의 불편도 가중될 전망이다. 이는 우회 항로 이용 결정에 따라 인천과 유럽을 오가는 항공편의 비행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천에서 영국 런던·프랑스 파리·네덜란드 암스테르담·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을 오가는 유럽 노선의 경우 편도 기준 비행시간이 최소 1시간 30분에서 최대 2시간 45분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상황에 따라 러시아 노선 운항 재개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우회 항로 이용에 따른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오유진 기자(ou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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