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세터 조송화가 긴 침묵을 깨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반성이나 팬들을 향한 사과의 말은 없었다. 오히려 구단이 보여준 허술함을 이용해 자신의 치부를 감추려는 모습만 있었다.
철저한 준비 끝에 회심의 카드를 꺼낸 조송화. 그러나 치밀하지 못했다. 정작 핵심은 빠지고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것에 불과했다. 심지어 거짓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말을 뱉으면서 구단이 반격에 나설 여지를 제공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1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연맹 대회의실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팀을 이탈한 조송화의 성실의무 위반 등을 심의했다. 그러나 장기간의 논의에서도 명확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KOVO는 "'선수 의무 이행'을 중심으로 심도 있게 논의했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의 소명 내용에 엇갈리는 부분이 많고, 수사권이 없는 상벌위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징계 결정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이날 상벌위에 참석한 조송화측과 IBK 구단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구단은 상벌위 결과를 떠나 조송화와 함께할 수 없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조송화측은 '무단 이탈'이 아니라며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조송화측은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IBK 구단이 내뱉은 거짓말을 역으로 이용하는 전략을 썼다.
조송화의 대리인 조인선 법무법인 YK 파트너 변호사는 구단이 언론을 통해 '조송화가 무단으로 이탈하지 않았다. 몸이 아파서 훈련 참여를 못 하는 것'이라고 말한 부분을 근거로 무단 이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구단은 조송화의 이탈을 감추고자 한 거짓말에 스스로 발목 잡히는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실제 조송화가 팀을 떠나는 과정을 자세히 뜯어보면 그 역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조송화는 13일 훈련 도중 서남원 전 감독의 말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등 지도자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서 전 감독에게 더는 운동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전했다. 선수단이 모두 지켜보는 상황에서 뱉은 말이다.
조송화는 이날 다시 서 전 감독을 따로 찾아가 팀을 나가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이유에 대해서도 침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에 의사를 전달한 것도 이 과정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모두의 만류에도 조송화는 팀을 떠났다. 사실상 일방적인 통보였다.
조송화는 14일 구단과의 만남에서도 운동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자리에서 지도자를 바꿔 달라는 뉘앙스도 풍겼다. 조송화 본인은 이미 '팀보다 위대한 선수'가 되어 있었다.
조송화측은 "11월 16일 경기에도 조송화 선수는 경기에 참여했고, 구단에서 제공한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16일 경기가 끝난 뒤 (서남원) 감독에게 인사도 하고 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자신이 불리한 내용은 모두 빠졌다. 조송화는 함께 팀을 떠난 김사니 코치와 함께 구단 차량을 이용해 광주 원정에 참여했다. 13일 이후 훈련도 참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장에 나타난 것이다.
조송화는 '운동하러 온 것이 아니다. 윗선에서 가라 해서 왔다'고 말하며 선수 생활 의지가 없다는 점을 재차 드러냈다. '통보 이탈'을 하고도 선수단을 향한 사과도 끝내 거부했다. 김 코치는 조금이나마 미안한 마음을 전했지만 조송화는 끝내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경기 후 서 전 감독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는 부분도 포장에 불과하다. 배구팀들은 통상적으로 경기를 마치고 라커룸에서 종례가 이뤄진다. 감독은 이 자리에서 경기에 대한 얘기를 전한다. 그리고 모두 수고했다는 의미의 인사로 마무리한다.
조송화는 이 과정을 '감독에게 인사하고 갔다'고 주장한다. 서 전 감독은 종례 이후 조송화에게 따로 인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조송화는 이 경기를 끝으로 다시 팀을 나갔다. 이에 대한 설명과 해명은 전혀 없었다.
조송화의 대리인은 '조송화 선수가 감독과 구단에 운동하기 싫다고 의사를 전한 부분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냐'는 물음에 어떠한 답도 내놓지 않았다.
조송화가 선수 생활 의지를 드러낸 것은 서 전 감독의 경질과 김사니 감독대행 발표가 곧 있을 예정이라는 얘기가 돌기 시작한 20일 오후부터다. 수차례 설득에도 운동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조송화는 이날 돌연 구단에 연락해 다시 선수로 뛰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구단은 난색을 표했지만 조송화는 막무가내였다.
이번 사태에서 구단 프런트가 보여준 부실 행정은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를 자신이 범한 이탈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도구로 사용한 조송화 역시 팬들에게 싸늘한 시선을 받을 전망이다.
조송화측이 주장하는 질병과 부상 역시 이탈 시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따르기에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구단과 연맹의 명예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조송화. 일련의 사태를 돌아보면 그에게 명예는 필요시 사용하는 선택적 사항일 뿐이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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