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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9.4GW 규모 수상태양광 발전량이 원전 9기에 해당한다?


文, 24일 "9.4GW 수상태양광→원전 9기 발전량" 발언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경남 합천댐 수상태양광 발전개시를 기념해 현장을 찾아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으로부터 수상태양광 관련 보고를 받으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경남 합천댐 수상태양광 발전개시를 기념해 현장을 찾아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으로부터 수상태양광 관련 보고를 받으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우리의 수상태양광은 9.4GW에 달하는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원전 9기에 해당하는 발전량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경남 합천군의 합천댐 수상태양광 발전 현장을 시찰한 뒤 관계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에 대해 원자력계를 중심으로 '거짓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두 에너지의 실제 이용률 고려 없이 설비용량을 단순 비교한 것에 불과한데, 마치 태양광이 원자력에 준하는 전력을 생산하는 것처럼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9.4GW 규모 수상태양광 발전량이 원전 9기에 해당한다는 문 대통령 발언은 사실일까.

문 대통령의 발언을 뜯어보려면 설비용량과 발전량의 차이, 이용률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이용률은 발전소의 설비용량 중 실제 발전량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다시 말해 발전기가 대상 기간 동안 최대 출력으로 연속 운전할 때 생산 가능한 전력량 대비 실제 전력 생산량의 비율이다. 예컨대 하루(24시간)에 발전소를 6시간만 가동할 수 있다면 이용률은 25%다. 설비용량 20GW, 이용률 25%라면 1일 실제 발전량은 120GWh(20GW×0.25×24시간)가 된다.

태양광 발전은 해가 떠 있을 때 전력 생산이 가능한 만큼 이용률은 통상 15%(하루 약 3.6시간), 고정 정비 시간 외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원전의 이용률은 70~85%(약 17~20시간) 수준으로 거론된다.

이를 고려해 태양광 발전 이용률을 15%로 반영한다면 설비용량 9.4GW 수상태양광 1일 발전량은 약 33.8GWh가 된다. 또 1기당 설비용량 1.4GW인 한국형 원전 'APR-1400'의 이용률을 70%로 가정한다면 1일 발전량은 23.5GWh다. 이용률을 이렇게 전제한다면 문 대통령이 언급한 수상태양광 발전량은 원전 9기가 아닌 1.5기 수준에 해당한다.

문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두 에너지의 '설비용량'을 단순 비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용률을 고려한 발전량을 비교한다면 "9.4GW 수상태양광 '발전량'이 원전 9기에 해당한다"는 발언은 실언이거나 착각 또는 '사실이 아닌 주장'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태양광의 낮은 이용률을 감안하면 실제 발전량은 원전 9기가 아니라 1기분"이라며 "문 대통령의 발언은 설비용량만 비교한 것이고, 실제 발전량 기준으로 보면 '원전 9기에 해당한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실은 문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설비용량 기준"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그렇지만 이는 문 대통령의 '발전량' 발언과 상반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저희는 (문 대통령이) 설비용량 기준으로 발언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실제 발언은 발전량'이라는 지적에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대통령이) 설비용량 기준으로 말씀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발언 내용 등을 정확하게 체크하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며 "발전량이냐, 설비용량이냐에 따라 값은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당시 수상태양광 비교 대상으로 거론한 원전 또한 'APR-1400'이 아닌 설비용량 1GW 원전 'OPR-1000'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 해도 위에서 계산한 이용률을 고려한 발전량으로 따지면 원전 2기 수준이다. 그는 "2050년까지 댐 지역에 수상태양광 활용, 설치 가능한 용량이 9.4GW인 것으로 조사했고, 한국형 표준원전(OPR-1000) 용량 1GW를 대입해 '9기 규모'라고 말씀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 5일 오후 설 연휴 임시개통 예정인 전남 신안군 임자2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원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월 5일 오후 설 연휴 임시개통 예정인 전남 신안군 임자2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원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의 신재생에너지-원전 발전량 비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5일 문 대통령은 전남 신안군에서 열린 해상풍력단지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여기서 생산되는 8.2GW의 전기는 한국형 신형원전 6기의 발전량에 해당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풍력발전 이용률 역시 통상 20~30% 수준으로 거론된다. 때문에 당시에도 풍력과 원전의 발전량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면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이한 점은 'OPR-1000'을 기준점으로 둔 이번 수상태양광 사례와 달리 9개월 전에는 상위 버전인 'APR-1400'(6기 8.4GW)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1.4GW든 1GW든 '원전 몇 기 발전량에 해당한다'는 문 대통령 발언이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인 것은 마찬가지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이) 착오를 계속 일으키고 있다"며 "실은 앞으로 풍력이나 태양광에서 원전 6기 또는 9기에 해당하는 무지막지한 전력이 나오니 원전이 없어도 된다는 뜻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원전 대신 이것들을 집어넣을 때 (원전과) 같은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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