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반쪽된 연구개발혁신법…인문사회·대학재정지원사업 적용 제외


과기부-교육부 최종 합의…조승래 의원 개정안 발의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부처별로 다르게 운영되는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련 규정을 통합·체계화한다는 목적으로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인문사회계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반쪽짜리 법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26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과기정통부와 교육부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적용 대상에서 인문사회 분야 학술진흥사업과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제외하는 데 최종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방위)은 25일 양 부처가 협의한 내용을 포함한 국가연구개발혁신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조승래 의원은 개정안 제안사유에서 "법 시행 이후 인문·사회 분야 학술활동의 고유한 특성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며, 대학재정지원 사업의 경우 연구개발활동 지원 외에 순수 교육활동 지원 등이 혼재되어 있어 연구개발혁신법의 적용 범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학술진흥법'에 따른 인문사회분야 학술지원 사업과, '학술진흥법'과 그 밖의 법률에 따라 대학을 지원하는 사업, 즉 '대학재정지원사업'은 연구개발혁신법 제2장(국가연구개발사업의 추진)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했다.

연구개발혁신법 제2장(제9조~제18조)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필요한 모든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다. 연구개발사업의 예고·공모에서부터 과제선정, 수행기관 선정, 과제협약, 수행·관리, 연구비 지급·사용, 평가, 변경·중단, 성과관리, 활용, 기술료 등 국가연구개발사업 시행과 관련된 규정 전반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인문사회분야 연구개발사업은 물론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 대부분이 연구개발혁신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조승래 의원 안은 그동안 이 문제를 둘러싸고 1년 가까이 줄다리기를 해 온 교육부와 과기정통부가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빠르게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조승래 의원실 관계자는 "양 부처가 최종 합의한 내용이어서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한다"며 "기존에 계류돼 있는 3개 개정안과 합쳐서 과방위원장 대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안 공청회' 를 개최했다.(2020.8.12) [사진=과기정통부]

연구개발혁신법 적용범위에서 인문사회분야와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제외해 달라는 요구는 법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제기됐었다. 법 시행 전인 지난해 10월22일 유기홍 의원이 처음 이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후 이용우 의원(11월6일), 이용빈 의원(20년 2월15일) 등도 잇따라 같은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과방위에 계류중이다.

그동안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법과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관계부처 협의를 충분히 거쳤고, 부처별 요구사항을 하위법령에서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며 법 개정에 난색을 표명해 왔다. 하나둘씩 예외조항을 늘리다 보면 법 제정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시행 첫 해인 만큼 제도안착에 노력하겠다"는 게 과기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9월 초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비롯한 교육단체들이 법개정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하고 공개적인 반대운동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교육부의 입장이 더욱 강경해지자 당정협의와 국무조정실 주관회의가 잇따라 열렸고 결국 과기정통부가 교육부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면서 법 개정이 탄력을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에는 '연구노트'라는 용어도 삭제됐다. '연구노트'는 이공계 용어라는 인문사회계의 요구에 따라 연구노트 대신 '연구분야의 특성을 고려하여 연구수행과정 및 연구개발성과를 작성·기록 및 관리할 수 있다'는 포괄적 표현으로 바뀌었다. 연구노트 규정 삭제는 그동안 발의된 개정안들이 한결같이 요구한 사항이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은 2018년 12월에 발의돼 2020년 5월20일에 국회를 통과,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됐다. 부처별로 다르게 운영되는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련 규정을 통합·체계화해 자율적이고 책임있는 연구개발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과기정통부는 총 286개에 이르는 부처별 관리규정을 통합한 국가R&D 공통적용 규정을 마련해 연구현장의 행정부담을 완화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법 제정 이후 및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각 부처별, 이해집단별로 법 적용을 제외해 달라는 요구가 제기됐다. 결국 인문사회분야와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적용제외 사항이 확대됨에 따라 법 제정 과정에서 부처간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어도 통합된 연구관리시스템 사용은 인문사회 분야도 따를 것이며 연구개발혁신법 제정 취지에 따른 연구윤리 확립 문제 등 다른 조항들도 학술진흥법을 개정해 당초 혁신법 취지는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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