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란만 터지면 기업에 손 내미는 무능한 정부 이제 그만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요소수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LX인터내셔널의 상사맨들을 총동원했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LX인터내셔널은 중국과 베트남·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에서 요소수 1천254톤, 요소 1천100톤을 확보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역시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해 호주 블루 녹스와 멕시코 자르 크루즈로부터 각각 요소수 8만ℓ와 10만ℓ를 확보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자신의 글로벌 인맥을 총동원했다. 일본 미쓰이화학에 직접 전화를 걸 만큼 다급했다. 신 회장은 결국 롯데정밀화학을 통해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 6개 국을 통해 총 1만9천 톤 규모의 요소를 확보했다. 이는 국내 차량용 요소수 3개월치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경기도 평택항 근처에 있는 한 주유소에 트럭들이 요소수를 넣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주요 기업인들이 요소수 사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선 것은 정부의 늑장 대응 탓이 크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달 15일 중국이 요소수의 주원료인 요소에 대해 수출검사를 의무화하는 조치를 취한 이후 엿새가 지난 21일에서야 주중 공관으로부터 해당 사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일주일 가까운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역시 중국의 조치에 대한 파급 효과를 분석할 '골든 타임'을 놓쳤다. 이에 청와대도 화물, 물류업계의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종전선언에만 외교력을 집중하느라 상황 파악을 제때 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이번 요소수 사태는 이번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얼마나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됐다. 중국 언론마저 이번 일을 두고 "한국 정부의 무능과 위기관리 능력 부족이 한 몫 했다"고 비아냥 거렸다.

하지만 정부와 청와대는 이번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수출절차 진행 사실을 알리며 자화자찬만 늘어놓고 있다. 특히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부가 지난주부터 굉장히 빨리 움직여 대응을 잘했다"고 치켜세우기에 바빴다. 중국의 '요소 수출통제' 고시 이후 약 한 달간 무대책으로 응했던 정부나 청와대가 이처럼 자평하기엔 너무 염치 없어 보인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컨트롤 타워'인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국가와 국민들을 위기에 몰아넣는 사이 백방으로 뛰며 '해결사'로 나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스크 대란, 병상 부족, 백신 조기 확보 실패 때도 문제를 해결한 것은 기업이었다.

언제까지 기업인들에게 문제 해결을 떠넘기는 정부의 모습을 지켜만 봐야하는 건지 답답하기 그지 없다. '공'은 정부가, '과'는 기업들에게 몰아주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도 국민들에겐 피로감만 더할 뿐이다. 아쉬울 때 기업에 손 벌려 놓고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선 제대로 된 사과 조차 없다. '구원투수'가 돼주는 기업들에겐 필요할 때만 손 내밀 뿐, 정작 그들이 필요로 할 땐 '나 몰라라' 하는 행태도 여전하다. 그 사이 기업들은 정부가 저질러 놓은 문제 뒷수습과 온갖 제약 속에 경영 활동에 나서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내년에는 물류대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붕괴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영 환경이 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국내에서도 중대재해법 시행 등의 여파로 기업들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반기업' 정서에만 매몰되지 않고 이젠 기업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기업에 도움만 받던 정부가 이젠 '보은'할 차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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