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온실가스와 화폐투표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한 마리 나비가 날았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반대편 지역에 폭풍이 일었다. 큰 양동이에 천천히 한 방울, 한 방울 물이 떨어졌다. 양동이에 물은 천천히, 천천히 차올랐다. 아무도 그 높이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 양동이에 물이 차기까지는 굉장한 시간이 흘러야 했으니까. 시간은 흘렀다. 임계점(Tipping Point). 양동이 물은 어느새 넘치기 일보 직전에 이르렀다. 한 방울의 물만 떨어지면 양동이는 넘친다.

한 줌의 석탄과 석유를 캤다. 인류는 이를 조금씩 태웠다. 차곡차곡 이산화탄소가 쌓였다. 사람들은 쌓이는 탄소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 지구 대기권에 탄소가 쌓이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시간은 흘러 대기권에 쌓이던 탄소는 온실효과를 일으켰다.

나비가 날 때, 양동이에 한 방울의 물이 떨어질 때, 석탄과 석유를 캐 이를 태울 때 우리는 알아야 했다. 시간이 흘러, 흘러 언젠가는 나비가 폭풍을, 양동이가 넘침을, 대기권에 포화한 탄소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이산화탄소 저감에 노력하는 기업과 제품에 투표하는 '화폐투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5만원권 지폐. [사진=뉴시스]

온실가스 효과는 태양에너지가 우주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기온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북극에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상은 빠르게 녹고 있다. 해수면이 상승한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이 치솟고 있다. 바다 온도는 이제 더는 손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뜨거워진 바다는 열팽창과 에너지 흡수 등으로 강력한 폭풍을 만들고 있다. 대서양의 허리케인, 태평양의 태풍, 인도양의 사이클론이 대륙을 세차게 할퀴고 있다.

연중 비가 많이 오지 않던 지역에 하루에 몇 년 치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비가 왔다 하면 폭우,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했다 하면 강력한 폭풍, 더워졌다 하면 폭염, 불이 발생했다 하면 대형산불로 이어진다. ‘극심한 날씨와 기후’ 시대를 불렀다.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과 비교했을 때 4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재계는 “지나치게 높은 수치로 기업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시민단체는 “지나치게 낮은 수치로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불합리한 수치’라는 데는 같은 의견인데 ‘높다 vs 낮다’는 평가는 극과 극이다.

탄소 중립은 전 세계가 나아가고 있는 목표이다.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면 지구인의 삶은 더는 이어지지 못할 것이란 데이터는 넘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올해 6차 평가보고서에서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2100년까지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방어해야 하는데 지금 흐름으로 봤을 때 1.5 상승은 10년 안에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바다 온도는 앞으로 천년동안 계속 오르고 해수면은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모든 것이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온실가스 때문으로 분석했다.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지구는 인류 때문에 멸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800년과 비교해 2000년 이산화탄소 배출은 초당 약 787배 증가했다. 한 점(dot)당 1메트릭톤이다. 1800년대에는 점 몇개에 불과했는데 2000년에는 수많은 점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NASA]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후위기를 취재하다 보면 많이 듣는 질문이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기업이 탄소 저감에 나선다고는 하는데 세상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자괴감이 묻어있는 질문이다. 정치가 세상을 바꿀까. 정책이 세상을 뒤집을까. 한 사람의 지도자를 잘 뽑으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올까. 기업이 온실가스 저감에 나설까. 경험적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시민 권력인 화폐투표(money vote)가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저감 노력은 ‘탁상공론’에 머물고 있다. 권력과 재력 앞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은 없어 보인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당장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자구책만 있을 뿐이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시민 권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배출을 잘하고, 집에서 전기를 아껴 쓰고, 가능한 친환경차를 타고 다니고,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는 등의 노력은 당연하다.

자본주의에서 화폐는 내가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혹은 서비스를 받을 때 내는 비용이다. 화폐는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기본이다. 이 기본을 통해 온실가스 저감을 시민 스스로 하자는 게 ‘화폐투표’의 개념이다. 누구나 자신이 필요한 물품을 사거나 혹은 서비스를 받을 때, 해당 상품과 서비스를 만든 기업이 ‘얼마나 온실가스 저감에 노력하고 있는지’를 판단하자는 거다. 온실가스 저감과 환경 보호에 노력하고 있는 곳에 ‘화폐투표’를 하자는 거다.

화폐투표를 통한 온실가스 대책은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는 기업 제품은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온실가스 대책을 내놓지 않는 서비스는 자연스럽게 화폐투표에서 선택을 받지 못한다.

화폐투표는 분산된 시민 권력이 거대한 권력과 재력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다. 온실가스 대책에 늑장을 부리는 기업, 재활용 노력에 나서지 않는 기업, 플라스틱 제품을 여전히 선호하는 기업,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에 직접 맞설 수 있는 시민 권력이다.

온실가스 저감은 각국 정부와 기업이 해결할 수 없고, 해결한 의지조차 없다는 것은 여러 곳에서 확인하고 있다. 2015년 12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약 190개국이 ‘탄소 저감에 나서겠다’고 합의했음에도 6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온실가스 농도는 증가했다. 각국 스스로 ‘립서비스’에만 머물렀다는 것을 말해준다.

기업도 온실가스 대책을 두고 ‘비용 증가’ ‘일자리 퇴출’ ‘경쟁력 약화’ 등의 자본 논리만 내세운 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미래세대의 눈망물’보다 ‘지금의 이익’에만 매몰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온실가스 저감을 할 수 있는 구체적 실행은 ‘화폐투표’밖에 없다. 온실가스 저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제품과 서비스에 돈을 투자하는 ‘화폐투표’는 시민 스스로 온실가스 저감을 불러올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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