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검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화성 동탄2신도시 백화점 사업자로 롯데가 선정된 과정을 두고 수사에 나서면서 동탄점 오픈으로 영역 확대를 노리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유통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백화점 부지 입찰 과정에서 LH가 롯데쇼핑 컨소시엄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박승환 부장검사)는 최근 롯데백화점 동탄점 사업과 관련해 LH 사무실과 송파구 건축사무소 10여 곳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LH가 발주한 화성 동탄2신도시 백화점 사업자로 '롯데쇼핑 컨소시엄'이 선정된 과정에서 LH와 롯데 간 유착 여부가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앞서 LH는 지난 2015년 LH가 경기도 화성 동탄2지구에 백화점 부지 사업자를 공모하고 롯데쇼핑 컨소시엄을 사업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 지역이 수도권에서 백화점이 들어설 만한 마지막 '노른자 땅'이라고 평가된 탓에 입찰에는 롯데쇼핑 컨소시엄과 현대백화점 컨소시엄, STS 컨소시엄이 모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롯데쇼핑 컨소시엄은 롯데쇼핑, 롯데건설, 롯데자산개발이 각각 5대 4대 1의 지분으로 참여했고, STS 컨소시엄은 부동산 개발업체인 STS개발을 중심으로 신세계백화점, 한화건설 등으로 구성됐다.
검찰은 당시 롯데쇼핑 컨소시엄이 현대백화점 컨소시엄 대비 낮은 입찰가를 써냈음에도 롯데가 사업자로 선정된 점을 두고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입찰가로 587억원이 더 많은 4천144억원을 제시했으나, LH는 3천557억원을 써낸 롯데를 선택했다. 현대백화점은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가격 부문에선 1위였지만, 사업계획 등 주관적 평가 부문에서 롯데쇼핑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탈락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현대백화점은 입찰가격 평가에서 400점 만점에 400점을 받았고, 사업수행능력 부문에서는 130점 만점에 127점을 기록했다. 객관적 평가 영역인 가산점에서도 현대백화점은 20점으로 만점을 받았다. 하지만 주관적 평가에서 모두 꼴찌를 기록했다.
특히 재무계획 부문에서 현대백화점이 3위를 한 대목이 눈에 띈다. 재무계획의 하위 평가 항목인 사업수행능력과 토지비 납부 계획은 객관적 평가 영역으로, 현대백화점은 이 부문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으며 1위를 했다. 그러나 재무계획 평가에서 주관적 평가 영역인 재원조달계획과 사업성 분석 및 리스크 관리 계획 평가 부문에서는 총 배점 70점 가운데 56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재무계획 영역에서 STS개발이 1위를 차지한 것도 의심쩍다. STS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데다 양재 파이시티M&A 입찰에 참여해 사업권을 획득했음에도 사업을 추진하지 않아 사업권을 박탈당한 바 있다. 또 당시 경기도시공사의 광교 파워센터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발주처인 경기도시공사와 소송을 벌이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업계에선 이 부분을 두고 심사가 객관적이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롯데쇼핑은 주관으로만 평가하는 개발계획(200점 만점)과 관리운영계획(200점 만점)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또 입찰가격 평가 영역에서 360점을 받아 현대백화점보다 40점이나 낮았지만 현대처럼 가산점(20점)을 받았다. 그 결과 롯데쇼핑은 현대백화점을 2.4점 차로 물리치고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에 업계에선 최고 입찰가를 써낸 사업자가 탈락하고, 주관사인 LH의 일방적인 심사위원 선정 및 불투명한 사업자 평가 방식에 대해 문제를 삼으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LH는 공모지침을 어기고 10인의 심사위원 중 LH 직원 2명을 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임의로 선정된 10인의 심사위원 선정 과정도 불투명했다. 통상 심사위원을 선정할 때 입찰업체 관계자나 경찰관이 참관해 공정성을 높이지만, 당시 10인의 심사위원을 선정할 때는 입회한 인사가 LH 내부 직원 및 LH와 계약 관계에 있는 법무법인의 변호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LH는 당초 심사 장소와 시간을 입찰참여업체에 통보해 주기로 했지만 수원의 모 리조트에서 비밀리에 심사를 진행하면서 참여업체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에 현대백화점 측은 당시 LH 측에 '심사과정 공개' 등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LH 측은 "롯데쇼핑 컨소시엄이 그룹사 단독으로 구성돼 있어 안정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하다"는 이해되지 않는 해명을 내놔 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후 이 문제는 그 해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특히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LH 출신 대표들이 모여 설립한 설계회사가 롯데쇼핑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이 사업자 선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검찰 역시 이듬해인 지난 2016년 관련 의혹을 들여다봤지만, 정식 수사로 전환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에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아 이해되지 않았다"면서도 "최근 LH 경영 비리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를 다시 살펴보는 듯 해 롯데 입장에선 상당히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선 롯데쇼핑이 오는 8월 롯데백화점 동탄점 개장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지를 두고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롯데쇼핑이 이미 코로나19 확산을 핑계로 오픈 시기를 두 달여 미룬 상황에서 LH 특혜 의혹까지 제기돼 만약 이번 일로 개장 일정이 더 늦춰지게 되면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개장 시기를 6월에서 8월로 연기한 것은 명품은 고사하고 일반 브랜드들도 입점을 꺼려 MD 유치가 어렵다는 점이 한 몫 한 것으로 안다"며 "비슷한 상권인 갤러리아 광교점도 예상보다 매출이 잘 나오지 않아 일부 국내 브랜드가 점포 면적을 줄여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힘들어 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각 브랜드들이 굳이 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화점은 건물을 하루라도 빨리 완성해 영업하는 것이 투자 대비 영업손실을 덜 볼 수 있는 구조인데 롯데가 코로나19를 이유로 동탄점 오픈 시기를 이미 두 달 연기했다는 것 자체가 사실 이해되지 않는다"며 "만약 이번 일로 또 오픈 시기가 늦춰지게 되면 롯데쇼핑이 입는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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