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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SW산업을 살리자'를 끝내며


 

"2003년 최악의 해를 보냈던 우리나라 IT산업, 특히 SW산업은 과연 2004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2004년 1월, 'SW산업을 살리자'란 이름으로 연중기획을 시작하면서 기사의 첫 머리 부분에 썼던 글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2004년 최악의 해를 보냈던 우리나라 IT산업, 특히 SW산업은 과연 2005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연도 숫자만 하나씩 올려놓으니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만큼 힘든 한해였다.

"부끄럽다." 한해를 마감하면서 가장 먼저드는 생각이다. 연중기획을 이제 끝내려니 더욱 그렇다. 겸손을 가장해 너스레를 떨 생각은 추호도 없다. 호기있게 "SW산업을 살리자"고 팔을 걷어봤지만, 돌이켜보면 약속하고 다짐했던 일들을 다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래도 보람은 있었고, 희망도 읽었다. 독자들의 많은 격려는 든든한 힘이 돼 주었고, 업계에서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모습은 기대를 갖게 했다.

개인적으로는 2004년을 '최악의 해'였다고 보지 않는다. 희망의 메시지를 곳곳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정부 공공시장에서 대기업입찰제한제도가 실시됐고, SW 가격 산정의 기준도 달라졌다. 분쟁조정위원회가 설립됐고, 최저가 입찰을 막기위한 보완책도 마련됐다.

SI업체들이 너도나도 '수익경영'을 외쳤고, 소프트웨어 업계도 불공정 거래에 대한 부당함에 과감히 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공개SW를 통한 SW 시장구조의 변화도 꾸준히 진행됐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컴, 안연구소, 핸디소프트 등 토종 SW업체 대표주자들은 나란히 '마의 벽'이라는 매출 300억원을 돌파했다.

물론 새로운 제도가 자리를 잡기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고, SI 시장에선 여전히 과당경쟁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공개SW로 새로운 시장 구조를 만들어보자는 정부의 정책에 아직 우려의 시선이 가시지 않았고, '마의 벽' 매출 300억원 돌파가 '한계'일 수 있다는 걱정도 적지않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업계와 정부가 공감하고 인식하기 시작했다면 분명 희망의 메시지 아닌가. 그렇다면 2005년은 분명 '희망의 원년'이 될 것이다.

"SW를 이용하다→나만의 SW를 만들다→사직서를 제출하다→SW회사를 차리다."

지하철 역사에서 또 다시 마주친 광고의 카피다. SW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냉소를 보낼 지도 모르겠다. "SW회사를 차리다니 정신 나갔군"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2005년에는 진짜 SW회사를 차리는 새내기들이 많이 등장할 것 같다. 정부가 다시 벤처기업 활성화 정책을 대대적으로 시행한다. 5년 전 벤처활성화 정책 이후 두 번째다. 벤처의 주종은 아무래도 SW가 될 것이다. 새내기 SW기업의 설립붐이 예상되는 이유다.

새내기들의 등장은 늘 들뜨게 한다. 그러나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SW업계에 새내기들이 대거 등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희망은 아니다. 벤처의 수는 결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경험으로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제2의 벤처활성화 정책의 이면에는 심각할 때로 심각해진 실업대책의 측면이 크다. 단기적 고용효과면에서 벤처기업 육성만큼 좋은 게 없다. 특히 SW산업은 그렇다. 제조업종에서 매출 100억원을 더 올리려면 5명의 사람이 더 필요하지만, SW기업이 매출 100억원을 올리려면 새로 60명의 사람이 필요하다는 통계가 있다.

정부가 내놓은 제2의 벤처활성화 정책을 보면 5년 전 정책보다 정교해진 게 사실이다. 벤처기업을 성장단계별로 구분해 단계에 맞는 자금지원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 그렇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 아니다. 돈으로야 잠깐의 효과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공정하게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시장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도 이번에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정책을 펼치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연중기획 SW산업을 살리자>를 통해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도 결국 하나였다. 공정하게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시장이다. 정부는 공정한 룰을 만들어 감시하고, 기업은 실력을 쌓고 룰에 따라 한판 승부를 벌일 수 있는 환경 말이다.

맘만 먹으면 될 일이다. SW산업이 미래 지식정보시대의 핵심 인프라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현재 우리 시장에 전근대적인 불공정 거래를 막을 공정한 룰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제부터라도 서둘러 고치자는 맘을 먹으면 절반은 고쳐진 것이다.

2004년 SW산업에 개혁과 개선의 시도는 곳곳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다시 새해가 시작됐다. SW산업 희망의 원년을 간절히 기대하며 턱없이 부족했던 <연중기획-SW산업을 살리자>를 마감한다. 연중기획은 마감하지만, SW산업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약속한다.

그동안 아낌없는 질책과 격려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않고 땀을 쏟고 있는 SW업계 종사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새해에는 모두 조심하십시요. 당신이 맘 먹은 대로 될 겁니다."

김상범기자 ssanb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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